이제사 고산씨가 밝히는 첫 우주인이 못된 이유
이제사 고산씨가 밝히는 첫 우주인이 못된 이유
  • 이진희
  • jinhlee@hk.co.kr
  • 승인 2011.07.10 07: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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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이라는 이름앞에는 늘 '비운의 우주인'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이제 35세. 한국의 첫 우주인이 될법하다 이소연씨로 바뀌었다. 좌절했을 그가 우주인이 아닌, 벤처기업 창업 컨설턴트로 돌아왔다.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로 유학을 떠난 지 1년 만이다.

그는 6일 서울 캐피탈호텔에서 12개국에서 모인 해외교포 대학생과 국내 대학 이공계 학생 120명을 상대로 열강했다. 그는 인생이 180도 바뀌었다고 했다. 그래서 이번에 벤처창업 지원행사를 했단다. 이 행사는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주최로 일주일 동안 열리는 대학생 창업 지원 포럼이다. 공식 명칭은 '2011 Young Generation Forum'. 참가자들이 제시한 30개의 창업 아이디어 중 12개를 선정해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도록 하는 게 목표다. 또 최종적으로 가장 좋은 아이디어를 선정해 창업 지원을 하고 투자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그에게 궁금한 것은 3년전 그 무언가다. 무엇이 그를 첫우주인 자리에서 밀어떨어뜨렸나? 당시 고산에서 이소연으로 우주인 탑승자가 바뀔 때는 한국과 러시아 양국 정보기관 사이에 수차례 신경전이 있었고 정보요원들의 맞추방 사태도 발생했다.

조선일보에 난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2008년 2월 러시아 모스크바 '즈뵤드니 고로도크(스타시티)' 유리 가가린 우주인 훈련센터 방에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요원이 들이닥쳤다. 내 방을 뒤져 책 한 권을 찾아냈다. 비행 단계별 우주선 조작법 등이 담긴 비행교재였는데 엔지니어급 이상 우주비행사만 볼 수 있는 책이었다. 단순 '비행 참가자'로 분류된 나에겐 열람이 불허된 책이었다."

그 일이 발생한 뒤 러시아는 한국 정부에 "고씨가 규정을 위반했으니 우주인을 교체하라"고 요청했다. 한 달 뒤 탑승 우주인 자리는 예비 우주인 이소연(33)씨로 바뀌었다.

당시 국내에서는 고산이 우주 기술을 빼오려 했다는 '스파이설', 여성 우주인 배출을 위해 희생됐다는 '희생양설', 외교 문제로 한국 정부를 압박하려 했다는 FSB의 '공작설' 등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제 보면 러시아가 스파이설을 유력하게 제기한 것 같다. 그의 이야기도 그렇다.

"훈련 중 하루는 러시아 교관이 이런 말을 했다. '한국 훈련생 교육 목표는 우주선이 날아갈 때 다른 사람들(러시아 우주인들) 방해하지 않을 정도로만 가르치는 것'이라고"

이게 무슨 말인가? 무지막지한 돈을 들여 교육을 위탁했더니, 겨우 방해하지 않을 정도의 우주 기술만 가르친다? 러시아로서는 당연한 이야기고, 고산씨로서는 피가 끓는 일이다. 그도 그럴 것이 소유즈 우주선 조종석에는 세 명이 나란히 앉는다. 가운데는 선장, 왼쪽은 엔지니어, 오른쪽은 보조 엔지니어 혹은 단순 비행참가자의 자리다.

고씨 좌석은 선장 오른쪽, 그것도 보조 엔지니어도 아닌 단순 비행참가자로 분류됐다. 대한민국 1호 우주인으로 온 국민의 기대를 짊어졌던 그였지만 러시아 훈련센터에서는 '관광객' 대접을 받은 것이다.

그래서 그는 개인적으로 공부하기를 원했다.

그는 "적어도 내가 타고 가는 우주선이 어떤 상태인지, 어떻게 날아가는지는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여러 달 동안 러시아어를 읽을 수 있을 정도로 공부한 다음 어렵사리 훈련센터 스태프로부터 문제의 교재를 빌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빌려간 책이 스파이의 한 행동으로 제시됐다. 그게 강대국 러시아의 태도다.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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