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제니친 재단은 이날을 솔제니친의 귀국 기념일로 삼았다. 매년 이날이 되면 솔제니친이 주도하는 연회가 벌어졌고, 인텔리겐차(지식층)들과 어울려 러시아의 장래를 걱정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7월 21일 솔제니친 재단은 아무런 행사 없이 지나갔다. 언론에도 그와 관련한 특집기사 하나 없었다. 솔제니친은 지금 와병 중이다. 그는 심장병을 앓아온 지 이미 오래다. 외부의 인터뷰 요청도 모두 거절하고 있다.
재단에 전화를 걸었을 때 “솔제니친은 이미 2년 전부터 외부와의 접촉을 삼가고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재단의 여직원은 “솔제니친은 모스크바에서 부인 나탈리야와 지낸다. 가끔 건강이 좋아지면 그때마다 본능적으로 작품 활동만 하고 있다”고 전했다.
구소련 시절 강제수용소의 실상을 다룬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수용소 군도’ ‘제1원’ 등 대표작을 낸 솔제니친은 지난 74년 소련에서 서방으로 강제 추방돼 20년 동안 망명생활을 했었다.
그는 러시아와 지형이 닮은 미 버몬트주에 살며 조국을 잊지 못했다. 러시아로 돌아온 솔제니친은 지난해 12월 85회 생일을 맞아 자신의 망명생활을 그린 회고록 ‘두 맷돌 사이에 낀 곡식’을 탈고(脫稿)했다. 그가 망명에서 돌아왔을 때 눈앞에 펼쳐진 것은 빈곤에 허덕이는 조국이었고, 회고록에서 그런 조국을 그는 개탄했다.
그러나 20년의 공백은 세계적인 문학가에게 너무 긴 기간이었을까. 그의 노벨상 수상작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는 요즘 러시아 젊은이들에게 먼 옛날 얘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모스크바=정병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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