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가 이코노미스트가 보도한 '러시아의 완충지대가 무너진다'는 내용을 축약 보도했습니다. 러시아와 서방 세계가 맞닿지 않도록 중간에서 완충역할을 해온 CIS 국가들이나 동유럽국가들이 하나하나 서방진영으로 편입되면서 러시아가 포위 혹은 고립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 내용을 싣습니다.

대선 결과를 놓고 국가분열 위기를 맞고있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다른 독립국가연합(CIS) 국가들에도 영향을 미칠 조짐이다. 특히 CIS 제2의 대국인 우크라이나의 분열은 몰도바 등 유럽엽합(EU)과 인접한 국가들엔 직격탄이 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들 국가들은 한결같이 구소련의 일방적 재편에 따른 태생적 모순과 러시아의 리더십 부재에 따른 후유증으로 친러냐, 친유럽이냐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가 CIS의 전면 재편으로까지 확대재생산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EU와 러시아간의 ‘전략적 완충지’가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몰도바 수도 카시나우에선 28일 친러파의 블라디미르 보로닌 대통령의 공산당 정권에 항의하는 5,000여명 규모의 집회가 열렸다. 야당연합 ‘민주 몰도바’는 “정권이 우크라이나 여당을 닮았다’고 비난의 고삐를 죄었다. 몰도바는 우크라이나처럼 동부의 도니에스톨 지역에는 러시아계가 많아 친러 성향이 강한 반면, 서부에는 친유럽 경향이 뚜렷해 동서분열 가능성을 안고 있다.

EU와 러시아 사이에 남아 있는 구소련 연방국가들 중에는 이슬람국가인 아제르바이잔을 제외하곤 거의 대부분의 국가들이 유럽세의 강한 도전을 받고 있다.

그루지야에서는 지난해 11월 ‘벨벳혁명(시민 무혈혁명)’으로 EU 가맹을 내건 미하일 시카시빌리 정권이 들어섰다.

벨라루시에선 최근 친러파인 알렉산더 루카센코 대통령이 재선했지만, 독재정권이라며 경제제재를 추진 중인 EU의 압력에 얼마나 버틸지 의문이다.

물론 카자흐스탄 등 이른바 중앙아시아의 ‘스탄국가들’은 확실한 친러 국가로 평가된다. 우즈베키스탄 등은 이번에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총리에게 취임 축전을 보내자 앞다퉈 축하성명을 내놓았다.

하지만 구소련의 커리어 출신이 장기 집권하고 있는 이들 국가들은 한결같이 개인숭배와 부패 등 심각한 내부 모순을 안고 있다.

더욱이 9ㆍ11 사태 이후엔 이 지역에 미군이 주둔, 미묘한 역학관계가 연출되고 있다.

지난 5월 동유럽 등 10개국의 신규가입으로 EU의 국경선은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폴란드 슬로바키아 헝가리까지 확대됐다. 여기에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루마니아 불가리아가 2007년 EU 가입이 사실상 예정돼 있는 등 유럽세가 점점 CIS를 압박하고 있다. 러시아는 이 같은 EU의 확장을 경계하면서도 가능하면 직접 충돌을 피하는 실리외교를 펴는 기색이 역력하다.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정치ㆍ사회 개혁, 군 현대화 등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해선 서방측과 갈등을 피하는 것이 상책이기때문이다.

그만큼 러시아에서 떨어져 나가려는 CIS의 원심력도 강해지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