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비 공산당서기장 취임 20년-러시아의 변화 실상(1)
고르비 공산당서기장 취임 20년-러시아의 변화 실상(1)
  • 운영자
  • buyrussia@buyrussia21.com
  • 승인 2005.03.13 19: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985년 3월11일은 소련의 전 대통령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당시 최고 권력자인 소련 공산당 서기장에 취임한 날이다. 취임식부터 뭔가 심상찮은 조짐을 보였던 그는 개혁정책 페레스트로이카와 정보 공개 글라스노스티, 신사고 노보예 믜슬레니예로 세상을 뒤집었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의 페레스트로이카는 구 소련 권력구조의 변혁과 개혁피로에 이어 쿠데타로 이어지면서 소련이 붕괴됐다. 옐친이라는 걸출한 자유주의 인물의 등장으로 개혁은 급가속 페달을 밟았으나 개혁 속도를 조절하는데 실패, 혼란은 절정에 달했다.

뒤이어 옐친 대통령의 아름다운 퇴진에 이어 들어선 푸틴. '강한 러시아'를 표방하는 푸틴 대통령은 독재같은 철권을 휘두르며 새로운 체제를 완성해가고 있다.

그 20년 동안을 되돌아본 중앙일보 특파원발 기사를 보자


1990년대 초 러시아를 찾는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사간 선물은 스타킹과 말버러 담배였다. 청재킷이나 바지를 선물하면 '고맙다'는 인사를 수십 번도 더 들었다. 그러나 요즘 러시아인들에게 이런 선물을 했다간 창피를 당하기 십상이다.

◆ '명품 전시장' 모스크바=모스크바 크렘린 광장 맞은편에는 러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백화점 '굼'이 있다. 지난 12일 오후 4시쯤, 영하 10도의 차가운 겨울 날씨에도 쇼핑객들이 북적댄다. 소련 시절 최대의 국영백화점이었던 이곳에선 요즘 순수 러시아 상품을 보기 힘들다. 일부 의류.기념품을 빼곤 대부분이 외제 수입상품이다. 루이뷔통.버버리.막스마라.보스.겐조 등 유럽 명품 매장들도 여러 개 있다.

굼 백화점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중앙백화점 '쭘'은 5층 건물 전체가 명품 전용매장이다. 중앙백화점에서 이어지는 '페트로프카'와 '스톨레슈니코프'가는 모스크바의 명품 거리로 통한다. 길이 200여m의 두 거리에는 에트로.카르티에.에르메스.에스카다.살바토레 페라가모.크리스티앙 디오르 등 명품 매장들이 줄지어 서 있다.

매장들의 호화상품 가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스위스제 고급시계는 1만~2만 달러(약 1000만~2000만원)가 보통이다. 25만 달러짜리도 있다. 남성용 가죽 서류가방이나 여성용 핸드백은 8000~1만3000달러 선이다. 아동복은 1000달러에 이른다.

매장 관계자들은 "그래도 손님들이 줄을 잇고 있으며 일부 품목은 미리 주문해야 살 수 있을 정도"라고 말한다.

모스크바 시내엔 지난해 대당 가격이 15만~40만 달러나 하는 마세라티.페라리.벤틀리 등의 초고급 승용차들을 파는 전문매장이 생겼다. 벤츠 600시리즈가 유럽보다 모스크바에서 더 많이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모스크바 시내에 100만 달러가 넘는 고급 요트.개인전용 비행기.고가 미술품 등을 판매하는 갑부 전용 매장이 곧 생길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명품 매장의 고객들은 90년대 초반 사유화 과정에서 국유재산을 헐값에 넘겨받았던 올리가키(신흥재벌), 시장경제에 발 빠르게 적응해 돈을 번 '노비에 루스키'(새로운 러시아인)들이다. 특히 석유.가스.광물 등 천연자원 분야에서 많다. 푸틴 대통령도 6만 달러 상당의 스위스 고급시계 '파텍 필립'을 찬다.

◆ 성장의 그늘=러시아 경제는 2000년 이후 거의 연 5%대 이상의 고도성장을 계속해 왔다. 지난해도 7.1% 성장했다. 99년 이후 계속된 고유가의 힘도 크다. 경기 발전에 힘입어 모스크바 시내의 스카이라인도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다. 시내 곳곳에 고층 아파트들이 세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평당 가격이 1000~1500달러에 이르는 고급 아파트들이다.

그러나 러시아 경제가 안고 있는 고민도 적지 않다. 인플레가 서민들을 괴롭히고 있다. 지난해 인플레율은 정부 약속(10%) 보다 높은 12%였다. 올해 정부 목표는 8.5%다. 그러나 경제 전문가들은 15%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 5년 사이 고기.소시지.설탕.맥주 등의 소비재 가격이 다섯 배 이상 올랐다. 이런 가운데 빈부격차가 더욱 커지고 있다. 러시아 전체 인구의 10%가 전체 부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15%인 2080만 명이 최저생계비(월 87달러)보다 낮은 수입으로 살아가고 있다. 월 70달러 정도의 연금을 받아 근근이 살아가는 안나(65)는 "소련 시절엔 연금만으로도 휴양지로 놀러 가고 아이들에게 용돈까지 줄 수 있었다"며 "오히려 그때가 그립다"고 한숨을 쉰다.

모스크바=유철종 특파원 cjyou@joongang.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