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들이 몰려사는 경기 안산시 단원구 땟골 마을, 고려인 문화센터에 카페까지
고려인들이 몰려사는 경기 안산시 단원구 땟골 마을, 고려인 문화센터에 카페까지
  • 이진희
  • jhnews@naver.com
  • 승인 2016.11.04 0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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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소련에서 한국으로 건너온 고려인들이 몰려 사는 곳은 크게 두군데다. 경기도 안산시와 광주광역시다. 안산시에는 약 6,000여명의 고려인이 밀집해 거주한다. 그중 3,000여명은 단원구 선부동 땟골 지역에, 2,000여명은 상록구 사동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인근에 모여 산다. 

여기서 땟골은 안산 단원구 원곡동과 선부동에 있는 자연마을로, 벼과의 다년초 ‘띠’가 많이 자생해서 ‘띠골’이라고 하다가 후대로 내려오면서 땟골로 변했다고 한다. 땟골 마을 동북쪽 털밑봉 아래 엎드려 있으면 화를 면한다는 속설이 있어 한국전쟁이 피난민이 많이 몰렸던 곳이다. 그래서인지 땟골 지역으로 모여든 고려인들은 떗골 지역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현지 지방 언론에 따르면 어르신들이 오래된 다세대 주택에 많이 모여 살았던 이곳에 젊은 고려인들이 모여들면서 유모차가 보이고 골목에는 어린이의 유쾌한 웃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땟골 지역에는 러시아서 즐기는 잔치국수, 칼국수를 제공하는 식당, 러시아 전통 빵과 커피 등이 있는 카페 등 아기자기한 식당이 10여곳 운영 중이다. 

여기에 온 고려인들은 대부분 1991년 옛 소련이 붕괴되면서 배타적 민족주의를 견디지 못해 고향(?)으로 향한 사람들이다. 처음에는 연해주로 몰려갔지만, 거기 역시 거주 불안의 어려움에 처하자 한국으로 돌아오게 된 것이다. 

이들은 원래 다문화 대표 지역인 원곡동에 몰려 있었다. 그러나 이 지역이 다문화 특구로 개발되며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자 고려인들은 자연스럽게 보증금과 월세가 싼 땟골 지역으로 밀려났다. 선부고에서 선일초 사이에 위치한 안산시 단원구 선부2동 땟골지역은 반월공단이 가깝고 집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했기 때문이다. 일단 이 곳으로 옮겨간 고려인들이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친지와 친구를 불러들이는 탓에 자연스럽게 땟골 지역은 고려인 마을로 형성됐다.

소리없이 움직이던 고려인 마을이 수면위로 떠오른 것은 2011년 10월, 고려인을 위한 한글 야학 ‘너머’가 시작하면서다. 이후 2012년 ‘너머’ 를 통해 고려인을 돕기위한 300여명의 회원들이 모였고, 활동을 주도한 김승력 대표의 땀과 열정은 땟골에 이어 상록구 사동 지역으로 이어지고 있다.

김 대표는 “2011년 안산 선부동 땟골 지역에 당시 2천여명의 고려인들이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김포에서 안산을 무작정 방문했다. 고려인들이 언어 장벽과 같은 동포로부터 받는 심한 차별, 괄시를 받는 현실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 땟골에 사는 고려인들이 서로 소통하며 하소연 할 곳이라도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6평짜리 반지하 방을 덜컥 계약을 한 것이 ‘너머’의 첫 시작”이라고 밝혔다.

그렇게 고려인들에게 한글을 교육하면서 모국생활 지원과 산재, 체불 임금 상담을 시작하며 고려인들의 아픔과 동행했다. 2014년 1월에는 고려인 이주 150주년을 맞아 기념 사업추진위원회를 발족했고 고려인 지원을 위한 안산시민원탁회의가 구성됐다. 이후 3월, 땟골 지역에 이어 2,000여명이 거주하는 상록구 사동 한양대 안산캠퍼스 인근에 ‘너머 분소’를 열었다. 

반지하 6평에서 시작된 ‘너머’의 활동이 본격화 될 무렵, 교육 장소를 비워야 하는 딱한 소식이 알려지자 안산시와 지역 정치인들이 나섰다. 이와 함께 너머의 주도로 학계, 시민단체, 정계 주요인사 등이 모여 ‘고려인 이주 15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발족식을 가졌다.

선부동 지역구 김명연 국회의원(단원갑)은 고려인문화센터 건립 추진위원장을 맡아 지원을 모색했다. 이후 국회에서 ‘고려인 이주 150주년 기념사업 지원을 위한 촉구 결의안’이 통과되며 국비 3억원, 도비 3억5천, 시비 3억3천 등 총 10억원의 고려인 문화센터 건립 예산을 확보했다. 안산시는 땟골 지역 단원구 선부동 지곡로6길 37에 지하 1층, 지상 2층, 연면적 360㎡ 규모의 건물을 리모델링해 ‘고려인 문화센터’를 지난 10월 10일 준공했다.

고려인 문화센터 지하 1층은 고려인들의 이주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관과 다목적 회의실, 1층에는 상호 의사소통과 한국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한국어 교육장과 상담실이 있으며 지상 2층에는 청소년들 공부방과 방과후 교실을 조성해 운영되고 있다. 또 ‘너머’는 고려인과 내국인이 한자리에 모여 소통과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의 필요성을 느껴 지난 2015년 6월 말, ‘고려인 카페 우갈록’을 오픈했다. ‘우갈록’은 러시아어로 마음속에 편안한 공간이라는 뜻이다. 10여 평 규모의 아담한 ‘카페 우갈록’에서는 고려인들이 직접 만든 러시아 빵인 ‘불로치카’와 국수, 만두, 음료, 차 등 중앙아시아 전통 먹거리를 맛 볼 수 있다. 

땟골 지역은 주변의 공단이 쉬는 주말에는 전국에서 고려인들이 모여들어 마치 축제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거주하는 고려인도 있지만 흩어져 있던 고려인들이 땟골에서 만나는 것이다. 하지만 땟골 지역에는 3,000여명이라는 많은 인구 규모에 비해 ‘고려인 마을’을 알려주는 안내는 매우 허술했다. 고려인 마을이라는 알림은 전혀 없었고 게다가 운영중인 카페, 식당, 빵집 등의 특징을 파악할 수 있는 정보가 거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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