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으로 옮겨간 러시아 올리가르히들의 삶은? '런던그라드'로 상징된다
영국 런던으로 옮겨간 러시아 올리가르히들의 삶은? '런던그라드'로 상징된다
  • 이진희
  • jhnews@naver.com
  • 승인 2018.03.18 0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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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출신 이중스파이 스크리팔 부녀의 독살 기도 사건과 뒤이은 망명 기업인 글루쉬코프 전 아에로플로트 수석 부사장의 사망 사건을 계기로 외신들은 푸틴 대통령의 탄압을 피해 영국으로 망명한 러시아 올리가르히의 삶을 조명했다. 영국에 숨겨놓은 러시아 고위 관리및 올리가르히 재산에 대해서도 시선을 돌렸다. 우리가 몰랐던, 아니 관심이 없었던 재미있는 사실들이다.

미 뉴욕 타임스는 15일 "영국 런던에 ‘검은 돈’을 쌓아놓고 있는 러시아 올리가르히가 러시아의 다음 (암살) 타깃이 될 수 있다"며 검은 돈을 숨긴 실태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영국 총리의 집무실이 있는 다우닝스트리트 10번지에서 몇 블록만 가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이너서클 멤버들이 소유한 화려한 자택들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총리 집무실 인근에는 이고르 슈발로프 러시아 제1부총리 소유 기업 명의로 된 1600만달러(171억원)짜리 아파트가 있고, 런던 최고 부촌 '켄싱턴 팰리스 가든스'에는 러시아 올리가르히 로만 아브라모비치(사진)가 소유한 저택이 있다"고 지적했다.



슈발로프 부총리는 러시아의 (부패한) 고위 관리, 아브라모비치는 올리가르히를 대표한다. 아브라모비치는 이미 잉글랜드 프로축구팀 첼시FC의 구단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와 함께 1세대 올리가르히로 꼽힌 보리스 베레조프스키는 푸틴 대통령에게 쫒겨나다시피 영국으로 망명한 뒤 푸틴에게 맞서다 2013년 자택 욕실에서 목을 매 숨진 채로 발견됐다. 베레조프스키는 푸틴에 의해 암살됐다고 주장한 사람이 바로 엊그제 시체로 발견된 글류쉬코프(사진)다. 



반면 아브라모비치는 푸틴 정권에 적극 협력하면서 러시아와 영국을 오가며 삶을 즐기고 있다. 그의 저택이 있는 켄싱턴 팰리스 가든스는 영국 왕실 윌리엄 왕세손과 캐서린 미들턴 부부가 거주하는 켄싱턴궁 맞은편에 있어 위치 뿐만 아니라 부동산 가격으로도 런던 최고의 부촌이다. 

러시아의 올리가르히들은 옐친 전 대통령이 국영기업 사유화로 돈을 모은 뒤 1990년대 중반부터 돈을 영국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올리가르히들을 추적한 책 ‘런던그라드: 돈을 들고 러시아에서 온 사람들’ 은 그 이후를 자세히 서술하고 있다. 런던그라드는 런던과 러시아어로 도시를 뜻하는 그라드의 합성어이다. 

2000년 푸틴 대통령이 들어선 뒤 올리가르히의 영국 이주는 더 빨라졌다. 친 옐친파 기업인에 대한 부패 척결 작업에 거의 모든 1세대 올리가르히들이 재산을 빼내 서둘러 런던으로 이주한 것이다. '런던그라드'의 공동저자인 마크 홀링스워스는 ”러시아에서 온 부호들은 (초호화) 해롯트 백화점 인근 지역, (부촌인) 이튼 스퀘어나 벨그레이브 스퀘어를 사랑한다"며 "그들은 그 곳에 돈을 보관해두고, 명성을 얻어 영국 주류사회에서 인정 받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올리가르히들에게 런던은 합법적인 재산 은닉처로써 꽤 매력적인 곳이다. 영국은 자국에 거주하는 범죄자(올리가르히)를 인도하라는 러시아 정부의 요청을 거부하고, 부유층에게 많은 편의를 제공했다. 예를 들면 부동산 구입 자금 출처 확인 과정을 생략하거나, 대충 넘긴 것이다.

이와관련, 유럽개혁센터 외교정책 디렉터 이안 본드는 "영국은 수상한 해외 자산에 대해 충분히 조사하지 않았다"며 "돈세탁 측면에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영국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미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도이체방크가 지난 2015년 러시아와 영국중앙은행 등의 자료를 바탕으로 조사한 결과, 2006년부터 그때까지 무려 1,290억달러(137조원)에 달하는 자금이 비밀스러운 해외 거래를 거쳐 영국으로 유입된 것으로 파악했다"고 전했다. 러시아에서 그같은 거액이 영국으로 넘어온 것이다.

이 자금에 대한 출처를 메이 영국 총리가 이제사 밝히겠다고 말했다. 의심스러운 인물로 지목되면 부동산 구입자금이 합법적 출처라는 점을 법정에서 입증해야 하며, 불법 행위에 연루된 자금으로 판명되면 정부가 자산을 동결하고 점유할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존슨 외무장관은 푸틴 대통령 측근 중 영국에 거주중인 인물들이 ‘반 부패’ 조치의 타깃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푸틴의 이너서클에 들어가 있는 친 푸틴 기업인들에게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미국 컨설팅업체 유라시아그룹 클리프 쿠프챈 회장은 ”호화 주택과 자동차를 빼앗고 재산을 동결하기 시작하면 친 푸틴 기업인들은 꽤 신경을 쓰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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