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할린에 인질로 잡혀있던 한인들에 대한 역사 연구서 '책임과 변명의 인질극'
사할린에 인질로 잡혀있던 한인들에 대한 역사 연구서 '책임과 변명의 인질극'
  • 이진희
  • jhnews@naver.com
  • 승인 2018.05.22 05: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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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사할린으로 강제 동원됐다가 백발이 돼서야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한인문제를 다룬 연구서가 출간됐다. 아르고(ARGO)인문사회연구소의 '책임과 변경의 인질극' (이연식·방일권·오일환 지음 / 채륜 발간) 이다.


제목에서 보듯이 구소련에 인질로 잡혀있던 한인들의 실증적 역사서다. 이 책은 한국과 러시아, 일본 3개국에서 새로 발굴한 공문서 자료를 기초로 했다. 그럼에도 일반 독자들이 읽기에 부담 없는 문체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기밀 해제된 옛 소련 정부의 내부자료를 통해 소련이 굳이 한인들을 붙잡아 두려고 한 이유를 집요하게 추척했고, 지금까지 정설로 받아들여졌던 노동력 부족설 등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등 접근하는 시각이 돋보인다는 평이다. 

역사를 되짚어보면, 일본의 항복 이듬해인 1946년 말에 승전국인 미국가 소련간에 '민간인 송환협정'이 체결됐다. 그후 몇년에 걸쳐 무려 '30만명'이나 되는 일본인들이 단계적으로 일본 땅으로 송환됐지만, '2만5000명' 남짓한 한인들은 남겨졌다. 소련이 국제사회의 거센 비난까지 감수해가며 애써 붙잡아두려고 한 이유로 '노동력 부족' 등의 가설들은 '필요충분조건'이 될 수 없다고 저자들은 말한다. 

'노동력 부족'을 메우거나 점령지의 생산력을 유지하고자 했다면, 강제로 끌려가 탄광이나 군수시설 등지에서 단순노동에 종사한 한인을 억류할 것이 아니라, '인권문제'가 제기되더라도 '고급기술과 각종 산업정보를 독점'하고 있던 일본인 인력을 어떻게든 붙잡아 두고자 했을 것이라고 이 책은 주장한다. 

또 사할린한인의 억류문제를 자기만족적인 '내셔널리즘'에서 탈피해 2차대전 종전 후 지구 곳곳에서 벌어진 전후 인구이동의 맥락과 연계해 조명함으로써 세계사적인 흐름속에서 그 접점을 찾아나가고 있다. 

자료도 풍부하다. 각기 다른 계기로 '사할린 디아스포라'와 인연을 맺은 저자 3명이 10여년 간 한국, 일본, 러시아를 오가며 어렵게 수집한 귀중한 사진과 사료들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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