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사이버 보안업체 카스퍼스키 랩이 유럽대륙서도 왕따 신세가 될 듯
러시아 사이버 보안업체 카스퍼스키 랩이 유럽대륙서도 왕따 신세가 될 듯
  • 이진희
  • jhnews@naver.com
  • 승인 2018.06.17 1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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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보안업체 카스퍼스키 랩(Kaspersky Lab)이 미국 등 서방 정부에 '왕따 신세'로 전락했다. 미국의 국토안보부는 이미 지난해 9월 카스퍼스키 랩에서 만든 모든 제품을 연방 정부 기관 및 시스템에서 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 러시아 정부와 카스퍼스키 랩 간의 관계가 의심된다는 게 이유였다. 카스퍼스키 랩은 미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벌였으나, 패소했다.


이번에는 유럽연합(EU) 순서. 유럽 평의회는 최근 EU 합동 사이버 보안 전략을 수립하는 시간을 가졌다. EU 기관들이 사용하는 소프트웨어와 IT 도구들을 검사해 소위 ‘악성’을 퇴출시키자는 의도였다. 당연하다시피 카스퍼스키 랩이 만든 소프트웨어가 '악성'의 일부로 거론됐다. 결의안은 “잠재적으로 위험한 프로그램이나 장비를 EU 기관들 내에서부터 제거하기 위해 통합적인 소프트웨어 및 IT 장비, 통신 시스템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며 "카스퍼스키 랩이 만든 제품들처럼 '악성'으로 판단된 것들에 대한 사용 금지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유럽이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미국과 IT 공조를 하기 시작한 셈이다.

비록 러시아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엄연한 민간 사이버 보안 기업인 카스퍼스키 랩은 발끈했다. 러시아 정부와의 관계는 편견이라는 주장이라며 깊은 유감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EU의 경찰격인 유로폴과의 범죄 소탕 공조를 잠정적으로 중단하며, 유로폴이 랜섬웨어를 퇴치하기 위해 만든 노모어랜섬(NoMoreRansom) 프로젝트도 임시 중단한다고 통보했다. 전 세계적인 랜섬웨어 방지 캠페인에도 참여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이 회사의 CEO인 유진 카스퍼스키는 트위터를 통해 “카스퍼스키 랩이 여러 국가 기관들과 함께 해온 민관 협동 체제는 유럽 평의회의 결의안 철회가 있을 때까지 아쉽지만 당분간 가동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카스퍼스키 랩이 만든 소프트웨어에서 그 어떤 위험성도 발견할 수 없었다”는 지난 4월 유럽 평의회 성명을 인용하면서 이번 조치가 정치적인 것임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카스퍼스키 랩이 서방진영의 왕따 조치를 헤쳐나가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아무리 글로벌 기업이라고 하지만, 미국과 유럽대륙 정부가 만들고 있는 정치적 덫을 빠져나가기는 어렵다. 결국 반 서방 진영쪽에서 점유율을 더욱 높여나갈 수 밖에 없다. IT쪽에서도 서방과 반 서방 전쟁 양상으로 진행되면, 전세계적인 사이버 범죄를 막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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