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8강 진출에 성공한 러시아의 국가를 TV로 듣고 있으니 의문점이..
월드컵 8강 진출에 성공한 러시아의 국가를 TV로 듣고 있으니 의문점이..
  • 이진희
  • jhnews@naver.com
  • 승인 2018.07.05 07: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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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2018 월드컵에서 8강에 진출하면서 예상보다 많이 러시아 국가를 듣게 된다. TV의 월드컵 중계에서 흘러나오는 현재의 국가가 구 소련 국가는 아닐테고, 그럼 새로 만들었을까? 반반이다. 리듬(선율)은 그대로 남고, 가사만 개작한 게 현재의 러시아 국가다.

1991년 소련 붕괴 뒤 옐친 대통령은 공산당 1당 독재의 색채를 지우기 위해 국기와 지명 등 많은 부분을 제정러시아 시절로 되돌렸다. 국기를 '붉은 별' 적기에서 백청적색의 3색기로 바꾸고, 레닌그라드를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바꾼 게 가장 대표적. 러시아 국가도 18세기 러시아의 음악가 미하일 글린카가 작곡한 '애국가' Гимн 로 바뀌었다. 그러나 1993년과 1998년 두 차례에 걸쳐 가사를 공모했으나, 러시아 공산당 등 일부 정파의 반대로 실패했다.

러시아 국민도 일부는 구 소련 국가를, 일부는 새 국가를 선호하는 혼란이 계속되자, 푸틴 대통령이 취임(2000년) 첫해 말 러시아 국민에게 익숙한 구 소련 국가의 선율에 가사만 새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반반'이 지금 TV로 듣고 있는 러시아 국가다.


구 소련 국가는 1939년 알렉산드르 알렉산드로프(위 사진, 출처 위키페디야)가 공산당 당가로 작곡한 게 시작이었다. 독재자 스탈린이 자기가 좋아하는 극작가 세르게이 미할코프에게 공산당 당가에 가사를 붙이도록 한 뒤 1943년부터 소련 국가로 쓰도록 했다. 푸틴 대통령도 새 러시아 국가를 만들면서 미할코프에게 작사를 맡겼다.(사진은 두 사람이 만나는 모습, 출처 위키페디야)미할코프는 당시 87세였지만, 기꺼이 러시아의 새 국가를 썼다고 한다. 러시아인의 애국심을 고조시키는 게 주요 내용. 소련 찬가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내용이다. 


미할코프는 2009년 96세의 나이로 별세했는데, 어떻게 보면 기구한 운명의 소유자다. 국가를 여러 번 고쳐쓴 게 절대로 자랑이 될 수는 없으니까. 그는 당초 독재자 스탈린의 요구에 따라 국가의 내용을 독재자를 칭송하는 쪽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스탈린 사후 스탈린 격하운동이 벌어지면서 국가의 가사가 시대에 맞지 않게 되자, 당시의 소련 권부는 ‘가사 없이' 연주만 하도록 했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1977년 브레즈네프 구소련 공산당 서기장 시절에 새 가사가 등장했다. 소련의 영광을 칭송하는 '소련 찬가'다. 이 가사도 64세가 된 미할코프가 새로 쓴 것이니, 자기가 쓴 가사를 고치고 또 고치고, 또 고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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