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연해주 한인들의 문예지 '로력자의 고향' 창간호 찾았다
1930년대 연해주 한인들의 문예지 '로력자의 고향' 창간호 찾았다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18.09.04 07: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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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 김재용 교수, 모스크바 중앙박물관서 발견/ 1937년 하바로프스크서 발간돼

일제 강점기에 러시아 연해주로 망명한 조선 문인들이 한글로 발행한 문예지 '로력자의 고향'이 모스크바 중앙도서관에서 발견됐다.

한겨례 보도에 따르면 '로력자의 고향' 창간호는 소설 ‘낙동강’의 작가 포석 조명희(1894~1938)가 주도해 1934년 9월 하바로프스크에서 발간됐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1937년 8월에 '로력자의 고향' 2호가 나왔다.

한겨레 신문
한겨레 신문

 

'로력자의 고향' 창간호를 발견한 이는 국문학자 김재용 원광대 교수다. 그는 최근 모스크바 중앙도서관에서 창간호를 확인한 뒤 120여쪽의 '로력자의 고향'에는 조명희의 시 ‘시월의 노래’를 비롯해 한아나톨리, 전동혁, 최호림 등 연해주 조선인 문인들의 시와 산문, 희곡, 소설 등이 다채롭게 들어 있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한겨레측에 “일제강점기에 많은 조선인들이 만주와 중국, 일본 등지로 삶의 터전을 옮겼지만, ‘망명 문단’이 형성된 곳은 연해주가 유일하다”며 “'로력자의 고향'은 오늘날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는 디아스포라 문학의 효시로서도 문학사적 의미가 막대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문예지 발간에 참여했던 문인들은 대부분 처형당하거나 숙청된 것으로 전해졌다. 조명희는 1938년 일제 간첩 혐의로 체포돼 총살 당했다. 김 교수는 “이 문예지에 이름을 올린 13명 가운데 전동혁과 강태수 두 사람만이 중앙아시아로 이주한 것으로 확인된다”며 “강태수는 1956년 조명희가 복권될 때, 그에 관해 긍정적인 글을 썼고, 전동혁은 해방 뒤 북한으로 가서 러시아문학 번역 작업을 했는데 그 일을 나중에 백석이 이어 받았다는 점에서 문학사적으로 흥미로운 인물”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중앙도서관에서 연해주에서 발행된 교과서와 단행본, 당 선전물 등 수백 종의 한글 책자를 발견했는데, "당시에 납본 제도 같은 게 있어서 연해주에서 나온 출판물을 모스크바로 보냈기 때문에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중앙도서관 사서)"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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