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러시아에는 우리에 갇힌 '곰들의 복수'가 시작된다?
겨울철 러시아에는 우리에 갇힌 '곰들의 복수'가 시작된다?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18.12.28 09: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겨울잠 시기에 예민해진 곰들이 곧잘 야생성을 드러내며 사람을 공격
첼랴빈스크, 연해주, 크라스노야르스크 등 곳곳에서 '곰 공격' 기사가..

야생에서 놀아야 할 곰을 우리에 가둬놓은 주인(?)이 곰에게 복수를 당했다? 복수라고 하기엔 조금 작위적이다. 그냥 야생성을 드러내 사람을 해친 것뿐이다. 겨울잠을 자야 하는 곰들에게는 주인도 좋은 먹잇감이었다고 해야 하나? 예민한 시기의 곰들에게 너무 부주의한 탓이다.

요즘 러시아 언론에 주인을 해친 곰 이야기가 자주 실린다. 러시아는 땅이 넓어서인지, 포탈사이트 얀덱스(yandex.ru)에는 전역에서 일어난 각종 사건 사고를 다루는 코너가 따로 있는데, 거기에도 곰 이야기가 오른다. 그중의 몇 가지만 살펴보자. 

 

#1
러시아 첼랴빈스크 주 오조르스크에서 사냥을 주업으로 하는 세르게이 그리고리예프(41)가 최근 집에서 뼈만 남은 시신으로 발견됐다. 주변 사람들에 따르면 세르게이는 4년 전 숲에서 야생 새끼곰 한 마리를 데려와 개와 함께 기르기 시작했다. 아기 곰을 ‘그럼블러’라고 부르며 애완동물처럼 키웠다고 한다. 

그러나 그 곰은 자라면서 야생성을 드러냈고, 이따금 주인을 공격하려고도 했다. 주변 사람들은 곰을 동물 보호소로 보내라고 권했지만 세르게이는 무시했다. 언젠가부터 세르게이가 가족의 전화를 받지 않자, 실종신고가 들어갔고, 경찰은 세르게이의 곰 우리 근처에서 혈흔과 뼈만 남은 시신을 발견했다. 곰이 우리에서 탈출한 흔적도 발견했다.

경찰은 눈 위에 난 핏자국을 따라 일대를 수색해 곰을 찾아냈다. 현장에서 총으로 사살했다. 경찰은 “우리는 열려 있었고, 곰이 달아난 경로에서 남자의 피와 뼈, 개 두마리의 시신을 발견했다"며 "곰은 아주 공격적이었다"고 설명했다. 

#2
러시아 극동 연해주 스파스크-달리 외곽에 있는 한 사유지에서 경찰로 급한 구조 신호가 들어왔다. 경찰과 구급차가 현장에 도착하니, 머리와 팔다리에 심한 상처를 입은 남자가 곰 우리 근처에 쓰러져 있었다. 응급처치 후 급히 병원으로 이송했다. 경찰은 "부상당한 남자가 곰 우리로 끌려들어갈 뻔했다"며 "급히 구조신호를 보내 생명을 건졌다"고 말했다. 

위의 두 경우는 홀로 곰을 돌보다가 사고를 당한 경우다.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곰에게 물어뜯긴 사건도 있었다.

#3
지난 24일 밤 크리스마스 파티가 한창이던 크라스노야르스크 주 아친스크의 한 게스트하우스에서 곰에게 먹이를 주던 여성 직원이 팔을 물어뜯겼다. 술기운에 손님들 앞에서 곰에게 먹이를 주는 '폼'을 잡으려다 순식간에 당한 사고였다. 그녀는 급히 병원으로 옮겨져 응급 수술을 받아야 했다.

호젓한 곳에 위치한 러시아 게스트하우스는 '구경거리'로 곰을 키우기도 한다. 바이칼 호수 인근의 한 유명 레스토랑에서도 '곰 우리'를 본 적이 있다. 손님들도 가끔 곰들에게 먹이를 주기도 하지만, 겨울철에는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곰들이 시기적으로 예민해져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에서는 사람을 공격한 곰은 사살하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게스트하우스의 곰은 사살되지 않았다. 봄이 되면 야생으로 돌려보낼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런 곰 사고는 어쩌면 '해외 토픽'성 기사나 다름없다. 데일리 메일과 같은 영국 언론이 의외로 진지하게 다루다 보니, 우리 인터넷 매체도 덩달아 따라간다. 그냥 '세상에 이런 일'이 정도의 토픽성 기사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