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이 달라지는 러시아 맥주시장, 다양한 맛에 건강까지 챙겨
취향이 달라지는 러시아 맥주시장, 다양한 맛에 건강까지 챙겨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19.04.21 06: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당국의 금주정책으로 맥주 판매량은 줄고 무알콜 시장은 커지고
한류 바람에 젊은이들, 한국산 맥주맛 즐기면서 수입 크게 늘어

구소련의 애주가 사이에서도 '철칙'이 하나 있었다. 더운 날에는 보드카, 즉 독주를 마시지 않는다는 것이다. 추운 겨울에 술주정꾼이 많은 이유였다. 기압이 낮아 머리와 몸이 무거운 계절적 환경에서 보드카로 몸을 데워야 컨디션이 좋아지곤 했다.

하지만 긴 여름밤에는 맥주로 '백야'를 즐겼다. 퇴근 후에 지하철 역이나 공원 주변에 삼삼오오 모여 맥주병 하나씩 들고 여름의 길고 따가운 햇살을 피하곤했다.

러시아 맥주 시장도 이제 많이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무알코올·수제 맥주의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이다. 하이네켄 등 유럽산 맥주가 장악하던 맥주시장에 '한류 바람'으로 한국산 맥주도 본격적으로 명함을 내밀고 있다고 한다.

러시아 맥주 시장의 현재는 어떤 모습일까?
코트라 상트페테르부르크무역관에 따르면 러시아 맥주 판매량은 계속 줄고 있다. 러시아 정부의 금주정책 덕분이다. 맥주 판매량도 2017년 기준 73억ℓ로 전년 대비 4% 감소했다. 지난 2016년엔 용량 1.5ℓ 이상의 플라스틱 병 맥주의 판매도 금지됐다.

정부당국의 강력한 금주정책은 대안인 '무알코올' 맥주시장을 키웠고, 무알콜 시장은 2017년 9%의 고성장을 기록했다. 우리가 잘 아는 유명 맥주업체 발티카 측은 “당국의 규제로 무알코올 맥주가 인기를 높아지고 있다"면서 "발티카도 무알코올 맥주 생산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맥주브랜드 발티카

덩달아 수제맥주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구소련시대로의 회귀 조짐이다. 1980년대만 해도 모스크바의 대규모 아파트 주변에는 아침마다 신선한 맥주를 사기 위해 줄을 서는 인파들을 볼 수 있었다. 시 전역에 위치한 양조장들이 아침마다 신선한 맥주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장경제도입과 함께 각 분야에 대형화 바람이 불었고, 아파트 주변의 적은 슈퍼마켓이 대형 마트에 밀려 사라지듯, 소규모 양조장도 문을 닫았다.

이젠 규모가 큰 양조장도 정부의 병맥주 용량 규제와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추기 위해 수제 맥주에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러시아인들도 다양한 맥주 맛을 알고, 즐기기 시작했다. 당연히 유럽산 유명 맥주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는 떨어지고, 한국산 맥주에도 관심이 높아졌다. '한류 바람'은 러시아 젊은이들에게 한국산 맥주 브랜드를 알리는 기폭제가 됐다.

사진 출처: 픽사베이

러시아의 한국산 맥수 수입액은 지난해 기준 477만 달러로, 전체 수입액(2억8,377만 달러)의 1.68%를 차지했다. 아직은 미미하지만 전년보다 124.65% 늘어나는 등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이태훈 상트페테르부르크무역관 담당자는 “한류 열풍에 따라 하이트, 카스, 맥스 등 한국 맥주가 많이 판매된 것으로 보인다”며 "소비자들이 새로운 브랜드에 눈을 돌리는 이때, 우리 기업들도 무알코올 맥주 등 러시아 맞춤형 맥주를를 개발한다면 더욱 인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