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승무원 "비상탈출구 열어젖힌뒤 승객들 옷깃 잡고 밖으로 던져"
대형 참사 현장에는 늘 자신의 안위보다 주변사람을 먼저 챙기는 의인이 있기 마련이다. 41명의 희생자를 낸 러시아 아에로플로트 여객기 화재 사건에도 기내 승무원들의 희생적 행동과 대처가 생존자들로부터 찬사를 받고 있다.
특히 41명이 희생자속에 포함된 남자 승무원 막심 모이시예프는 불길에 휩싸인 여객기 뒷쪽에서 승객들이 더 빨리 탈출할 수 있도록 후미 비상탈출구를 열어주려다 실패하자, 앞쪽으로 나가도록 마지막 순간까지 안내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비상착륙과 함께 불길에 휩싸인 여객기 내부는 완전히 아수라장이었다. 이미 실내등이 꺼진 기내는 매우 어두웠고 뜨거웠다. 사람들은 불길을 보고 놀라 소리를 지르고 가족 이름을 불러댔다.
그 와중에서도 앞쪽에 앉은 일부 승객은 수화물 박스에서 자신의 짐을 찾으려다보니, 그나마 좁은 통로가 막혔다. 뒤편에 있던 승객들은 후미 탈출구가 열리지 않자 앞쪽으로 밀려나왔지만, 엎사람에 막혀 발만 동동 굴렀다.
실제로 5줄 20열로 된 사고기 좌석 배치도와 생존자를 비교해 보면, 14번 이후 뒤쪽 좌석에 앉았던 30명의 승객 중 단 2명만이 살아남았다.
여 승무원 타티아나 카사트키나(34)의 위기대처 능력이 그 때 빛났다. 현지 REN TV는 “화재로 뒤쪽 비상 도어 접근이 제한됐지만, 앞쪽 승객들이 짐을 찾느라 통로가 막혔고 대피가 늦어졌다. 카사트키나는 비상구를 발로 찬 뒤 미끄럼틀을 가동시켜 승객들을 대피시킨 영웅”이라고 보도했다.
카사트키나는 인터뷰에서 “비행기는 아직 완전히 정지하지 않았지만, 한시가 급했다"며 "발로 비상문을 열어젖힌 뒤 닥치는 대로 승객들의 옷깃을 잡고 밖으로 집어던졌다”며 울먹였다. 한 생존자는 “나를 구해준 승무원과 신에게 감사한다”면서 “승무원들은 불타는 비행기에서 사람들을 계속 밖으로 집어던졌다. 살아남은 것 자체가 기적“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