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우크라 대통령 취임 초기 행보를 보니,
젤렌스키 우크라 대통령 취임 초기 행보를 보니,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19.05.29 04: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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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정권서 쫓겨난 주지사, 재무장관 발탁에 적폐청산 가능성까지
돈바스 분쟁 해결 위해 방탄복 차림으로 전선 깊숙히 시찰도 불사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취임 초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정권교체를 실감나게 한다. 전임 포로셴코 정권에 대한 '적폐 청산' 시동도 예상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대선과정에서 내세웠던 1, 2위 공약은 정치권의 개혁및 부패척결과 우크라이나 동부지역 돈바스(도네스크주와 루한스크주)의 내전 종식이다.취임사에서는 돈바스지역 평화정착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제시했다. 그리고 27일 우크라이나 루한스크주 전선으로 민정시찰에 나섰다.

돈바스 분쟁지역의 전선 시찰에 나선 젤렌스키 대통령/ 사진출처: 대통령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이 공개한 사진에 따르면 그는 정부군측 참호에서 러시아반군쪽 정세를 살피거나, 전황에 대한 브리핑을 받고, 방탄복 차림으로 직접 전선을 돌아보는 등 꼼꼼하게 현장을 점검했다. 전임 포로셴코 대통령이 많은 장병들을 모아놓고 친러시아 반군과 러시아를 비난하는 '정치 이벤트식' 현장 시찰과는 다른 행보다.

그는 대선과정에서 무조건 무력으로 밀어붙이기 보다는 러시아와 협상을 통한 문제해결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젤렌스키 새 정부는 반러 성향이 강한 우크라인 민족주의 세력을 겨냥해 '러시아와의 협상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로 협상 동력을 얻을 방침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8일 포로셴코 전 정권과 충돌했던 미하일 사카슈빌리 전 오데사주 주지사의 우크라이나 국적을 회복시켰다. 사카슈빌리 전 주지사는 반러시아 노선을 추진하다 러시아와 전쟁도 불사한 그루지야 대통령 출신으로, 우크라이나에선 개혁및 부패척결의 상징이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이듬해인 2015년, 포로셴코 전 대통령이 반러시아 노선의 상징으로 영입, 오데사 주지사를 맡겼으나, 이후 중앙 정치권의 개혁및 부패척결 등을 강력하게 주장하자 1년 6개월여 만에 내치고 말았다.

포로셴코 전대통령은 사카슈빌리가 자신에 대한 반대시위를 주도하는 등 세력화를 도모하자, 강제로 해외로 내쫓은 뒤 우크라이나 국적을 박탈했다. 어쩔 수 없이 네덜란드 등지에서 생활하던 사카슈빌리는 우크라이나 대선 과정에서 젤렌스키 후보가 승리하면 키예프로 돌아와 관직을 일체 맡지 않고 그를 돕겠다고 선언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사카슈빌리 국적 회복이 '반 포로셴코 세력'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간단치 않아 보인다. 사카슈빌리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글을 통해 감사를 표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포로셴코 전 대통령과 갈등 끝에 해임된 알렉산드르 다닐륙 전 재무장관을 국가안전보장회의(안보회의) 서기(실장)에 임명했다. 영국시민권자였던 다닐륙 전 재무장관은 2016년 포로셴코 전대통령에 의해 영입돼 영국국적까지 버리고 개혁정책을 추진했지만, 결국 사카슈빌리 전주지사처럼 쫒겨났다.

그는 29일 안보회의의 주요 기밀자료를 담은 (컴퓨터)서버가 정권교체 과정에서 사라졌다고 폭로하는 등 전 정권의 비리 척결에 앞장서는 모양새다. 이는 전 정권의 '적폐 청산' 신호탄이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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