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산 분야의 신북방정책 '리뷰'- 러시아권 진출의 핵심 이슈는?
농수산 분야의 신북방정책 '리뷰'- 러시아권 진출의 핵심 이슈는?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19.06.29 18:1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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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대서방 금수조치는 국내 업체들에게 호기
물류비용 절감, 유통망 확보, 브랜드 제고 등 과제도

문재인 정부의 신북방정책에는 농수산식품분야의 러시아권 진출도 들어 있다. 먹는 것을 생산하고, 만들어 시장에 내놓은 뒤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는다는 건 쉬운 과정이 아니다. 지역별로 입맛과 선호도, 취향과 전통 등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아직 국내 농수산식품분야의 북방 진출이 눈에 띄게 성장하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제반 여건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러시아가 서방의 대러 경제 제재에 대한 보복조치로 서방 농수산물및 식료품 수입 금지 조치를 내년 말까지 다시 연장했다. 모스크바 등 러시아 서부지역 사람들이 좋아하는 유럽의 주요 식품 브랜드와 식자재가 앞으로도 1년6개월 가까이 수입금지되는 것이다.

유럽 브랜드의 경쟁업자들 입장에서 보면 무주공산이 되는 셈인데, 우리 식품 업체들에게도 기회가 아직 남았다고 할 수 있다. 수입금지 대상 국가에는 미국, 캐나다, 호주 등도 들어 있다. 이들 국가의 육류 가공품과 유제품, 채소·과일, 생선·해산물 등도 수입금지 대상이다. 소련시절, 러시아의 식량창고였던 우크라이나마저 2017년부터 금수국가 목록에 추가됐다.

X5 리테일그룹 매장/사이트 캡처

푸틴 대통령도 최근 '국민과의 대화'에서 서방의 대러 제재 해제를 유도하기 위해 금수조치를 먼저 풀 의향은 없다고 했다. 오히려 "서방과의 '제재 전쟁 이후 경제의 자급자족 비중이 높아졌고, 러시아는 500억 달러의 손해를 봤지만, 유럽연합(EU)는 2천400억 달러, 미국은 170억 달러, 일본은 270억 달러의 더 큰 손해를 봤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시장 진출의 후발국으로서는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어디 있을까 싶다.

러시아 식품 유통 시장의 변화도 우리에게 유익하다. ‘X5 리테일(Retail) 그룹’와 ‘마그니트(Magnit)’ 등 대형 마트의 등장은 대량 구매에 따른 신선도 유지와 수출 비용의 절감으로 이어진다.

극동지역 유통체인 삼베리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4월까지 러시아 식품 시장에서 거래된 총 110억 건의 판매 실적을 분석한 결과, 과일과 채소, 시리얼 등 건강식품 매출이 전년 대비 13% 증가했다. 전년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채소는 평균 5%, 과일은 평균 6%나 가격이 올랐으나 러시아 소비자들은 기꺼이 채소와 과일를 선택했다. 과일 소비량은 무려 9%나 늘었다. 2000년 초반까지만 해도 ‘먹고 사는 것’에 치우쳤던 러시아 식품시장이 생활 수준의 향상과 함께 ‘웰빙’ 트렌드로 바뀌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건강식품만을 판매하는 마트도 생겨나고 있다.

따라서 우리 농식품의 러시아 진출에는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프리미엄 브랜드' 육성이 필요하다. 업계에서는 신북방 진출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물류비를 든다. 값싼 중국산과 현지 농식품을 상대로 가격 경쟁력을 갖기 힘들다. 국내에서 1만5000원에 팔리는 수박 1통이 그나마 가까운 사할린에서도 4만원을 받아야 한단다. 한국 농산물의 브랜드 제고 없이는 시장을 만들어가기 힘들다는 뜻이다.

거꾸로 국내 과일 시장을 한번 생각해보자. 인기있는 열대과일을 백화점 등에서 비싼 가격으로 사다 먹지 않는가?

그러나 최근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이개호)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부산에서 마련한 업계간담회에서 수출업체들은 과도한 물류비용 부담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들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현지 공동물류센터 운영과 항공운송에 대한 물류비용 지원 등이 제시됐다.

사할린 대형 유통업체 레미

또 현지 대형 유통업체의 확보는 각 지역의 조합이나 업체에게는 버겁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러시아 극동지역 농식품 유통 강자인 삼베리 Самбери 레미 Реми 등 대형 유통체인과 전략적 협업을 추진하는 이유다. aT는 한국의 신선식품 전문 매장인 K-Fresh 존(Zone)을 개설·운영하거나 온라인 마켓 진출을 강화하는 등 유통망 확충에 전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러시아에서도 HMR(Home Meal Replacement 가정식 대체식품)과 레디밀(Ready Meal) 시장이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레디밀 시장은 2014년 이후 매년 8~9%씩 지속 성장중이다. 시장 규모는 2017년 1,873억 루블에 이르렀고, 2022년까지 연평균 2.4%의 성장률로 2,000억 루블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브랜드를 소비자들에게 알리는 게 중요하다. 러시아는 땅이 넓은 만큼 SNS 활용이 효율적이다. 현지 통계에 따르면 러시아 전체 인구의 47%가 1개 이상의 SNS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신북방 진출을 계획 중인 식품 업체라면 눈여겨봐야 할 정보다.

레디밀 시장은 대도시인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전체 시장의 82%를 차지한다. 바쁜 현대인이 비교적 많은 도심 지역에서 인기를 끄는 것이다. 그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냉동식품이다. CJ가 인수한 ‘라비올리’, ‘딸로스또’, ‘마로즈코’ 등이 매출 상위권에 포진해 있다.

농수산식품의 북방 진출에 못지 않게 관심을 기울여야 할 부분은 농기자재와 수산물 가공 분야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북방경제협력위원회는 6월 들어 ‘한·러 농업협력포럼’과 ‘한·우즈베키스탄 농업비즈니스 상담회(다이얼로그)’를 잇따라 개최했다. 국내 농기자재 기업의 북방진출을 지원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진출 대상국가는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 아제르바이젠 등 13개 국가다.

‘한·러 농업협력포럼’과 ‘한·우스베키스탄 농업비즈니스 상담회(다이얼로그)’에는 수출 유망한 국내 농기자재 회사 총 39개사가 참여했다. KOTRA는 현지 바이어를 초청, 농기자재 기업과의 1대1 상담을 주선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 자리에서 한국 농기업들은 비닐하우스 모델과 스마트팜, 곡물가공설비 등을 소개했다. 이 중 핵심은 ‘온실’시스템. 북방지역의 기후환경을 고려한 현지 맞춤형 온실모델을 만들고,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스마트팜 자재업체·스마트팜 시공업체 등이 힘을 합쳐 ‘온실시스템'을 패키지로 수출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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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시아 2019-06-30 11:54:24
25일 KTX 부산역사 회의실에서 제3차 신북방 농식품 수출전략 포럼 및 신북방지역 수출업체 간담회가 열렸다. 부산, 울산, 경남지역 농식품 수출기업 18개사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을 상대로 ㈜팔도의 도시락면 러시아 시장 진입 노하우와 러시아 사할린 지역으로 딸기, 사과, 수박 등 신선농산물을 수출중인 '프로비즈트레이딩'의 틈새시장 공략 비법이 소개됐다.
참석자들은 러시아 등으로 우리 농식품을 수출하는데 있어 가장 큰 어려움으로 과도한 물류비용 부담을 꼽았다. 해결방안으로는 현지 공동물류센터 운영, 항공운송 물류비 지원 등을 제시했다. 또 현지에 한국산 신선농산물 전문 판매장인 K-Fresh Zone 설치를 요청하고, 한국식품에 대한 낮은 인지도를 극복하기 위한 홍보활동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