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발 '살아있는 미라' 기사는 역시 가짜뉴스- 사실 확인 안한 탓
러시아 발 '살아있는 미라' 기사는 역시 가짜뉴스- 사실 확인 안한 탓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19.07.02 05: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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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 타블로이드판의 '믿기 힘든' 러시아발 기사는 검증이 필요한 보도가 대부분

국내 언론에서도 거의 보도된 러시아 남시베리아 투바 자치공화국 발 '살아있는 미라' 기사는 '가짜뉴스'로 확인됐다. 넓은 땅 어디에선가 일어나는 '믿기 힘든' 일들은 거의 데일리메일과 같은 영국 타블로이드판 신문에 의해 우리에게 알려지는데, 러시아 유력 언론은 거의 보도하지 않는다.

바이러시아 뉴스(www.buyrussia21.com) 역시 현지 언론 보도를 확인한 뒤 기사화 여부를 결정하는데, '살아있는 미라' 기사는 기사화하지 않았다.

'살아있는 미라' 기사는 야생 곰의 공격을 받고 부상당한 한 남성이 한달여만에 끔찍한 몰골로 곰의 굴 속에서 지난달 25일 발견됐다는 게 요지. 곰굴에서 발견된 남성은 인근을 지나던 사냥꾼들에게 극적으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는데, 알렉산드르라는 이름외에는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 특히 이 남성은 곰의 공격으로 척추가 부러져 움직일 수 없는 상태로 자신의 오줌만 마시며 한달을 버텼다는 믿지 못할 이야기였다.

러시아의 인터넷통신 EA데일리(EurAsia Daily)가 이날 처음으로 이 기사를 보도하자, 영국 데일리메일 등이 이를 확대 재생산했다. 시베리아 지역의 영자신문 시베리아타임스와 러시아 유력지 이즈베스티야와 모스코프스키 콤소몰레츠도 이 기사를 다뤘다.

하지만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 등 러시아 언론은 야생 곰의 특성상 그같은 일은 일어날 수 없다는 전제하에, 또 한달간 자신의 오줌만 마시고 생존할 수 없다는 전제하에 기사의 사실 확인에 들어갔고, 불과 닷새만에 가짜뉴스로 밝혀졌다.

현지 언론의 확인에 따르면 우선 투바 지역의 그 어디에서도 곰굴에서 실려온 남성을 치료하고 있다는 병원을 찾을 수가 없었다. 또 관련 영상은 폭우가 쏟아져 일부 지역에 산사태가 일어났던 러시아 소치 지역에서 보도 며칠 전 SNS에 올라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소치는 러시아 동계올림픽이 열렸던 흑해 휴양지다.

이에 첫 보도를 낸 EA데일리 측은 “지역 독자가 사냥꾼으로 일하는 SNS 친구에게서 받은 영상이라며 제보를 해왔고 이를 보도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사실 확인 절차는 거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카자흐스탄의 피부과 전문의 루스템 이사예프

사진 속 끔찍한 남성은 카자흐스탄의 한 피부과 전문의에 의해 신원이 확인됐다. 그는 카자흐스탄 악토베에 거주하는 피부병 환자였다. 그를 치료한 의사는 "해당 사진은 건선 등 만성 피부 합병증으로 고생하던 환자가 건강검진 당시 찍은 것”이라며 "이 사진이 어떻게 유출됐는지 모르지만, 유출 루트를 찾아내 처벌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환자는 상태가 호전돼 퇴원했으며 앞으로 외래진료를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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