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의 경제제재 이전으로 돌아간 러시아 증시, 아직도 늦지 않았다
서방의 경제제재 이전으로 돌아간 러시아 증시, 아직도 늦지 않았다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19.07.07 07: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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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TS 지수, 2014년 이후 5년만에 1400선 회복/유가 국내흐름 안정적
이코노미스트 "러 투자엔 채권이 매력, 증시는 롤러코스트 리스크?"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러시아 증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증시 흐름만 보면 러시아가 2014년 이후의 긴 경제위기 터널을 빠져나온 것 같다. 서방의 경제제재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지만, 러시아 경제는 국제유가의 상승에 심리적 안정을 되찾은 것만은 확실하다. 하지만, 아직은 유동적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 증시의 대표적인 지수인 RTS(러시아어로는 PTC)의 상승률이 2014년 이후 5년만에 처음으로 1,400선을 돌파했다(5일 종가로는 1,398). 올해들어 30%이상 급등했다. 모스크바 증시 지수도 2,800선을 넘어섰다. 러시아 증시에 투자한 국내 러시아펀드의 수익률도 껑충 뛰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러시아펀드 10개의 연초 이후 평균수익률(7월1일 기준)은 26.48%에 달한다. 해외 주식형 펀드를 지역별로 분류했을 때 최고의 수익률이다. 

모스크바 증시 시황표 캡처. RTS지수는 1411

러시아 증시의 활황에는 국제 유가의 상승이 기폭제가 됐다. 시가총액의 약 60%가 에너지 기업으로 구성된 러시아 증시의 특성 때문이다. 국제 유가는 현재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의 감산 연장 조치와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 등으로 배럴당 60달러선을 오가고 있다. 5년 전에 비하면 2배가까이 올랐다. 에너지 기업의 이익이 늘었으니 주가가 오르는 건 당연하다.

2014년부터 시작된 서방의 대러시아 경제제재에도 이젠 러시아 정부, 기업, 국민 개개인도 완전히 적응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제재 약발은 이미 떨어졌으나, 정부는 여전히 '경제제재 조건'에 맞춰 경제및 통화정책을 펴면서 국민의 심리적 안정과 신뢰를 되찾고 있다. 국제적 흐름에는 크게 신경쓰지 않고, 국내 경기에 맞춘 통화정책, 즉 기준금리 인하와 인상을 되풀이하는 중이다. 작년 말에는 금리를 인상했다가 지난 6월에는 기준 금리를 7.75%에서 7.5%로 다시 낮췄다. 

현지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한 교민은 "2014년 시작된 위기는 넘긴 것 같다"며 "모든 경제 활동이 그 이전 모습으로 되찾았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나라 전체가 심리적 안정을 되찾았다는 게 그의 이야기다. 전문가들도 하반기에도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진단한다. 러시아 증시도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본다. 국제 유가가 급락할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호에서 러시아 경제 전망이 궁금한 사람들을 겨냥해 재미있는 기사를 하나 썼다. 러시아의 지난 날을 되짚어 보면, 채권투자자들에겐 천국(?)이지만, 주식 투자자들에게는 리스크가 매우 크다는 게 요지다.

이 주간지가 거론한 '지난 날'은, 러시아가 시장경제를 도입한 뒤 찾아온 호황기를 거쳐 맞딱뜨린 1998년 디폴트(채무불이행)가 대표적이다. 디폴트 트라우마 때문에 러시아 정부는 그후 낮은 부채율, 낮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강한 집착을 갖게 됐고, 통화정책은 이 지표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러시아중앙은행의 금리 조정(인하 혹은 인상)시에는 반드시 인플레율(목표치), 혹은 인플레 심리가 배경 설명에 들어간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공공부채와 인플레이션을 강력히 통제하는 러시아는 필연적으로 채권투자자들에게는 매력적인 곳이다. 반면 과감하게 베팅하는 모험적인 증시 투자들에게는 롤러 코스트를 탈 각오를 해야 하는 곳이다.

그 이유는 이렇다.

채권투자의 목적은 비교적 높은 금리를 챙기는 것이다. 그러면서 구매력은 유지하고자 한다. 디폴트를 제외하고 채권투자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경제 여건은 인플레이션과 디밸류에이션(평가절하)이다. 러시아는 이같은 리스크를 확실하게 관리해주니, 투자자들이 좋아할만 하다. 국제유가의 변동성을 변수로 꼽지만, 러시아는 확고한 재정운용 원칙으로 이를 해소한다.

러시아 예산 편성은 배럴당 40달러의 국제유가에 기준으로 이뤄진다. 국제유가는 현재 배럴당 60달러 선에서 움직이는데, 기준보다 높은 유가로 초과된 세수는 무조건 예비금으로 쌓아둔다. 그리고 유가가 떨어져 재정이 긴급히 필요할 경우, 그 예비금으로 충당한다.

러시아가 주식투자자들에겐 위험한 곳이라는 게 이코노미스트의 '과거 분석' 결과다. '과거 분석'에는 한때 러시아 최고 석유기업이었던 '유코스'의 파산이 첫손에 꼽힌다. 유코스의 회장, 즉 올리가르히 호도르코프스키는 푸틴 대통령의 권위에 도전하다가 지난 2003년 탈세 등의 혐의로 전격 체포됐고, 유코스는 파산의 길로 떨어졌다. 정치적 결정에 따른 파산이었으니, 당시 증시와 투자자들에게 주는 충격은 엄청 컸다.

최근에는 유코스의 자산을 흡수한 국영석유기업 로스네프트와 최대 민간병원그룹 '시스테마' 사이에 석유자산을 둘러싼 분쟁이 벌어졌다. 투자자들이 극도로 불안해하면서 시스테마의 주가가 급락했다. 언제 내가 투자한 주식이 이러한 상황들에 직면할지 모른다.

지난 2월 사모펀드 '베어링 보스토크'의 미국 법인장 마이클 칼비가 러시아 당국에 체포됐다. 정보기관과 연계된 투자파트너와 갈등이 이같은 사태를 빚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러시아 주식은 아직 매력적이다. 일단 주가가 저렴하다. 이제사 5년전(2014년) 주가를 되찾았다. IMF 이후 우리 증시의 흐름을 생각해보면 어떤 상황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또 러시아 인덱스의 주가수익비율(PER·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은 6배에 불과한데, 신흥국 지수는 12배다. PER가 낮으면 저평가, 높으면 고평가된 것으로 본다. 장기투자를 고려하는 주식투자자들에겐 참을 수 없는 유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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