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러시아의 1인당 연간 노동시간이 우리보다 고작 21시간 짧다고?
[팩트체크]러시아의 1인당 연간 노동시간이 우리보다 고작 21시간 짧다고?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19.11.20 0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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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통계집 '2019년 세계속의 대한민국' 믿을 수 있을까

러시아의 1인당 노동시간이 1,972시간으로 세계에서 4번째로 길다는 자료가 한국무역협회에서 나왔다. 우리나라는 1,993시간으로 3위, 1위는 멕시코로 2,148시간이라고 한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19일 발간한 통계집 ‘2019 세계 속의 대한민국’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1인당 연간 노동시간이 가장 긴 나라는 멕시코이고, 코스타리카(2,121시간), 한국, 러시아 순이었다. 그 뒤를 그리스(1,956시간)와 칠레(1,941) 등이 따랐다. 미국은 10위, 일본은 21위였다. 

 

이 자료를 접하면서 궁금해진 것은 러시아의 노동 관련 통계자료를 어디서 갖고 왔느냐는 점이다. 러시아는 소련시절부터 그야말로 '노동자의 천국'이었고, 시장경제도입으로 크게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놀고 먹는 곳'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무역협회 통계집 자료로만 보면 우리나라가 개인으로 따져 러시아보다 1년에 고작 21시간 정도 더 일한다는 것이다. 21시간은 하루 8시간 기준으로 사흘도 채 안된다. 한마디로 '러시아를 좀 안다'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상식에 반하는 자료다. 우리나라가 주 5일 52시간 근무를 강제하느니 마느니 할때, 주 4일 근무제 논의를 시작한 곳이 러시아다. 우리로서는 꿈도 못 꿀 이야기를 러시아에서는 지금 나누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주 4일 근무제 도입 문제를 논의할 회의를 여는 주체가 러시아 정부 노동·사회보장부다. 러시아 정부가 지난해부터 추진하고 있는 '생산성 향상 국가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에서 먼저 4일 근무제를 시험 운영하는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에는 260여 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주 4일 근무제 논의에 불을 붙인 이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다. 그는 지난 6월 초 '5일 근무제에서 4일 근무제로의 이행 가능성'을 처음 언급했다. 당장 시행하기는 어렵다는 전제조건을 달긴 했지만, 러시아 노조연맹은 찬성, 기업들은 반대 입장을 표명하는 등 큰 사회적 이슈가 됐다. 

주 4일제 근무를 국가두마(하원)가 논의할 것이라는 현지기사 묶음/얀덱스 캡처

 

러시아의 노동 현실이 이처럼 우리와 비교할 수도 없는 상태인데, 우리보다 고작 사흘 덜 일한다는 자료를 객관적으로 인정하기 어렵다. 더욱이 러시아 노조연맹은 하루 노동시간을 8시간에서 6시간으로 단축하자고 주장하는 판이다.

세계적인 노동환경은 4차 산업 시대를 맞아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주당 근무일 수를 줄이면서 노동생산성을 높이는 실험에 나서고 있다. ICT(정보통신)분야의 획기적인 기술 향상으로 굳이 사무실이나 공장에 출근해 일할 이유가 없다. 소위 '재택 근무'를 한다면 출근하는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어, 주4일 근무에 맞는 수입으로도 지금과 같은 삶을 영위할 수 있다면 시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러시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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