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식품부의 '신북방 농식품 수출 확대 전략'을 보니, 여전히 백화점식?
농축산식품부의 '신북방 농식품 수출 확대 전략'을 보니, 여전히 백화점식?
  • 송지은 기자
  • buyrussia3@gmail.com
  • 승인 2019.11.25 05:1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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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축산식품부가 최근 러시아CIS국가 시장 개척을 위한 '신북방 지역 농식품 수출 확대 전략'을 마련해 내년부터 중점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북방 지역 국가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등 구 소련권 핵심 3개국과 중앙아시아 5국(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크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카프카스 3국(아제르바이잔, 아르메니아, 조지아), 동유럽쪽의 몰도바, 몽골 등 13개국을 의미한다.

대형마트에선 왠만한 상품이 아니면 눈길을 끌지도 못한다
블라디보스톡 대형 마트에 전시된 한국 가공 식품/바이러 자료사진 

 

선정 기준은 △FTA 미체결 신흥 경제권이고 △지난해(2018년) 평균 경제 성장률 4.4%에 이르고, △ 전년도 대비 농식품 수출규모가 성장(2018년 농식품 수출액 2억8천만 달러로 전년 대비 21.3% 증가) 한 시장이라고 한다. 장황한 전략을 간단하게 줄이면 △라면, 커피믹스, 음료, 만두 등 현지 선호 주력 제품의 맞춤 개발 △권역별 공동 운송 물류시스템 구축 지원 △유통, 홍보 및 마케팅 강화 등이다.

이 자료를 보는 순간, '수출확대 전략'을 구상한 농림식품부가 좀 애처롭게 여겨졌다. 우리 경제가 안팎으로 어려움에 처하다 보니 이런 수출전략이라도 내놔야 체면치레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러시아CIS지역에는 삼성 LG 현대 롯데 오리온 팔도 CJ 등 이미 오래 전에 현지에 진출한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가 아주 높다. 이제사 그쪽으로 눈길을 돌린 한국 농식품의 인지도가 낮은 것은 당연하다. 현지의 열악한 물류·유통 여건을 탓하는 것은 '누워 침밷기'다. 현지 진출 기업도 초기에는 그보다 더한 어려움에 처했고, 이겨냈을 뿐이다. 현지에 진출한 외국기업 마찬가지다. 

그러면서 맞춤형 신규상품 개발을 지원한다고 했다. 라면, 커피믹스, 음료, 만두? 이미 팔도와 동서, 롯데칠성, CJ 등이 시장 장악에 성공한 품목들이다. 뭔 지원이 더 필요한지 모르겠다. 지원한다면서 괜히 간섭이나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슬쩍 손가락 얹는 행동도.

블라디보스톡 시장에 진열된 다양한 과일들. 국내산 과일이 경쟁력을 가지려면?/바이러 자료사진
블라디보스톡 대형 마트 '프레쉬 25'에 진열된 과일/바이러 자료사진  

 

항만 물류가 가능한 러시아 극동 지역에 딸기 등 신선 농산물 제공하는데 더 행정적 실제적 지원을 바란다. 블라디보스토크 등 극동지역 주요 지역도 건강과 웰빙을 챙기는 중산층이 크게 늘어났다. 그 소비층을 겨냥한 슈퍼마켓 코너도 늘어나는 추세다. 현지에 가보면 왠만한 상품으로 소비자 눈길도 끌지 못할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

수출 전략 농산물이라면 딸기 등 현지에서 구하기 힘든 제품 한두개를 정해 장기적으로 집중 지원해야 자리를 잡을 수 있다. 사람의 입맛을 사로잡는 건 한두 해로 될 일이 아니다. 가격도 중요하다. 물류 가격을 낮춰야 우리 농산물도 현지에서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 아니면, 현지에서 직접 우리 농산물을 재배하는 '현지 진출 전략'이 필요하다. 

극동 러시아지역에는 지금 롯데, 아그로상생 등 8개 영농기업이 진출해 있다. 2010년대 중반 13개사에서 오히려 줄어든 상태다.

농식품부는 이미 진출한 선도기업의 브랜드를 공동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내놨다. 선도기업이 어떻게 자리를 잡았는데, 그 브랜드의 유통 판매 마케팅에 숟가락을 올릴 것인지, 너무 한심하다. 

그나마 열악한 물류 여건을 극복하기 위해 내놓은 권역별 공동 운송 시스템 구축 지원 사업은 '만시지탄'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 따르면 국내 화주·물류 기업의 극동 러시아 진출은 아직 미약한 수준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극동러시아에 진출한 우라나라 기업은 법인, 지사, 대표사무소 등을 합쳐 화주·물류 기업 총 45곳에 불과하다. 

아파트를 분양하기 전에 도로를 먼저 닦아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러시아CIS 진출에서 가장 화급한 것은 물류 분야 지원이다. 물류 비용을 낮춰야 상품이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고, 현지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진다. 상식이나 다름없는 이 문제를 그동안 기업이나 개인이 감당해야 하는 몫으로 방치해 뒀는데, 지금이라도 적극 지원하겠다니 적극 환영한다.

블라디보스토크 시장의 한국산 식자재 식품 매장/바이러 자료 사진

 

전문 물류대행사를 통해 부산-블라디보스토크 항로에 신선 농산물 주 1회 정기 선박 운행을 추진한다거나, 중앙아시아 지역에 있는 냉장·냉동 공동 물류 센터를 기존 2개소에서 (대여섯 곳으로) 늘리고, '내륙 콜드체인'을 지원하는 것 등은 지체없이 시행되어야 한다. 워낙 넓은 땅에 인구 밀집 도시가 적다 보니, 정부 차원의 이런 물류 운송 지원이야 말로 현지에 진출하고자 하는 단체·기업 들에게 현실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유통, 홍보 및 마케팅 강화는 '하나마나 한' 이야기다. 다만 접근 방법을 보다 정교하게, 현지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도록 짤 것을 권한다. '유라시아 케이푸드(K-Food) 대장정' 과 같은 단발성 이벤트로 좋지만, 거점 도시에 한국 농식품 전용 홍보 매장(안테나숍)을 집중 개설하는 것을 권한다. 눈으로 직접 보고 선택하는 현지 소비자들에게 우리 농산물을 접할 수 있는 기회과 장소를 늘리는 데 예산을 집중하는 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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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시아 2019-11-27 14:39:57
전남 영암 신북농협의 자체 브랜드 농산물인 <신토랑 배>가 러시아 수출길에 올랐다. 수출물량은 16t. 부산항을 출발한 <신토랑 배>는 40여일 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항을 거쳐 수도 모스크바에서 소비자를 만난다.
신북농협은 국내 배 소비가 하락세를 보이자 수출을 통한 판로 확보에 나서 베트남과 대만에 이어 러시아까지 수출 판로를 넓혔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