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의 관계가 달라지는 러시아 회색 곰, 수난도 시작된다
인간과의 관계가 달라지는 러시아 회색 곰, 수난도 시작된다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19.12.04 06: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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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구리에 T-34 러시아 전차명 글자가 쓰인 '회색 곰' 영상 나돌아
잇딴 출몰에 불편느낀 사람들이 장난친 듯-장소는 아직 확인안돼

'얼어붙은 땅' 소련을 상징했던 '회색 곰'이 수난을 면치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온난화 현상으로 먹이감이 떨어진 회색 곰들이 사람들의 거주 지역으로 내려오는가 하면, 옆구리에 페인트로 T-34가 쓰여진 곰이 발견됐다. 'T-34'는 러시아군의 전차명이다. 북극 곰을 러시아 전차로 표기한 것인데, 누군가가 스프레이로 장난을 친 것으로 추정된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국제환경단체인 세계자연기금(WWF) 추코트카 지부 소속의 세르게이 카브리는 지난 2일 옆구리에 T-34로 쓰인 북극 곰 영상을 SNS에 올렸다. 이 영상은 사냥꾼이 찍은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누가 T-34라는 글자를 썼는지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다. 다행하게도 페인트 글씨는 조만간 씻겨 없어질 것이라고 한다. 

현지 포유류환경연구원 소속의 아나톨리 코츠네프 선임연구원은 "누군가 북극곰을 포획한 뒤 장난을 쳤을 것"이라고 추정하면서도 '촬영 현장'을 특정하지는 못했다. 북극 곰의 촬영 장소가 눈에 익은 곳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전문가들이 영상을 본 뒤 현장 확인을 위해 추코트카의 국립공원 '브랑겔 섬'으로 향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같은 장난에 분개할 수만은 없다고도 했다. 굶주린 북극 곰들이 민가로 내려오는 일이 잦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아르한겔스크주 '노바야 제믈랴' 부근 민가 지역에 북극곰이 출몰했고, 3년 전에는 이 지역 기상관측소에 있던 러시아 과학자 5명이 북극곰들에게 포위돼 바깥으로 나오지 못하기도 했다. 

'북극곰 페인트 사건'은 인간과 북극곰의 관계가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먹이를 찾아 민가로 내려와 생활 자체를 불편하게 하는 북극곰에 대한 불만이 여러 형태로 터져나오는 것인데, 일부 지역에서는 아이들 보호를 위해 학교 주변에 울타리를 새로 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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