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극동지역에 저가항공사가 나온다면? 국내 저가항공 타격 심각할 듯
러시아 극동지역에 저가항공사가 나온다면? 국내 저가항공 타격 심각할 듯
  • 유희준 기자
  • brs714@buyrussia21.com
  • 승인 2020.01.27 07: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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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파산한 '빔아비아' 항공 뒤를 이을 새 저가항공사 설립 추진 - 푸틴 지지
서울~블라디, 서울~부랴티야 공화국 수요가 새 수익원, 국내 항공 타격 불가피

러시아 극동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저가 항공사가 실제로 나올까? 동방정책을 추진 중인 푸틴 대통령이 극동을 기반으로 운항하는 항공사 설립을 지시하고, 러시아 정부도 저가 항공사 설립에 적극적이라고 한다.

일부 언론에는 러시아 국민은행격인 스베르방크와 제2의 은행인 VTB 등이 투자할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푸틴 대통령이 내각에 항공사 설립 계획서를 오는 31일까지 보고하도록 했다고도 했다. 

블라디보스토크 국제공항/바이러 자료사진

 

러시아 극동지역이라고 함은 우리 시각으로는 대충 블라디보스토크를 중심으로 하는 연해주와 하바로프스크 주 정도다. 하지만 러시아 행정구역상 극동 지역, 즉 극동연방관구는 무려 11개의 연방 주체(우리 식으로는 광역자치단체)로 구성되어 있다. 러시아(연방)는 극동연방관구와 같은 조직 8개로 구성된 진짜 큰 나라다. 

극동연방관구는 그러나 시베리아를 포함하고 있어 쓸모없는 땅들이 많은 곳이다. 동쪽의 연해주에서 하바로프스크, 아무르, 자바이칼주로 이어지는 광대한 시베리아 땅이 모두 포함된다. 면적은 러시아 영토의 절반 가까이인 41%에 달한다.

극동지역으로 기반으로 하는 항공사라고 하면, 블라디보스토크와 하바로스프크를 먼저 떠올리는 게 우리네 인식이지만, 실제로는 전체 영토의 41%를 그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땅은 넓고 돈은 안되는' 지역을 기반으로 삼는 항공사다. 

빔아비아 항공의 파산에 반대하는 임직원들의 시위
파산한 빔아비아 항공사/사진:빔아비아 '페북'

 

이미 한번 실패한 항공사도 나왔다. 한때 극동지역 운항의 상당 부분을 맡았던 '빔아비아' VIM-Avia 항공사는 적자에 허덕이다가 지난 2017년 10월 문을 닫았다. 얼핏 면적이 크다 보니 항공 수요가 많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인구가 적기 때문이다. 그래서 1990년대에는 40~50인석의 프로펠러 항공기가 주를 이뤘다. 저가 항공사의 설립으로 눈을 돌리는 이유다.

러시아에서는 저가항공(LCC)을 로우꼬스쩨르 лоукостер, 혹은 Бюджетная авиакомпания 라고 부른다. 로우꼬스쩨르는 영어 Low coster에서 나온 말이다. 러시아에서는 아예로플로트항공사 소속인 뽀베다 항공 Победа 이 거의 유일하다고 보면 된다. 

그렇다면 수익성을 담보할 수 있을까? 항공 수요 측면에서는 파산한 빔아비아 항공사와는 월등히 나아졌다. 블라디보스토크로 가는 한국, 중국인 여행객이 최근 크게 늘어났다. 또 바이칼 호수의 동쪽 브랴티야 공화국으로 향한 잠재 수요도 적지 않다. 새 저가항공사가 러시아 국내 노선뿐만아니라 서울과 중국 주요 도시에 취항한다면 새로운 수익원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러시아의 새 저가항공사가 블라디보스토크~인천 노선을 개척한다면 제주항공 등 국내 저가항공사의 타격은 피할 수 없다. 가격 경쟁력을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블라디보스토크~인천 항로에는 아예로플로트와 시베리아 항공(S7)이 취항하고 있다. 티켓 가격은 국내 저가항공사에 비해 약간 비싼 수준. 대신 기내 서비스도 일부 제공하고, 비행시간도 국내 항공사에 비해 30~40분 가량 짧은 2시간 안팎이다. 러시아의 새 저가 항공사가 가격마저 낮춘다면, 경쟁력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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