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베리아횡단열차 - "30분 정차도 그리 길지 않다"
뉴-시베리아횡단열차 - "30분 정차도 그리 길지 않다"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20.02.11 06: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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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횡단열차 여행을 준비하면서 그동안 알고 있던 것과 결별하는 것이 '뉴-시베리아횡단열차'라고 생각했다. 이미 많이 바뀌었지만, 시베리아 여행을 꿈꾸는 자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새로운 풍속도를 그려주는 것, 그래서 좀 무리를 하더라도 한번 해보는 게 중요했다.

블라디보스토크를 출발한 열차가 처음으로 오랜 시간 정차하는 곳, 하바로프스크다. 12시간 가까이 달려야 하는 곳이다. 역사로 나가면 신선한 먹을 것이라도 구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볼 수 있다.
 

새벽에 도착한 하바로프스크
밤새 달려온 열차에서 내련 탑승객들이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기분을 바꾼다.

열차가 하바로프스크에 도착하자마자, 내려 역사 쪽으로 향했다. 플랫폼 4에서 역사까지는 지하도로 연결된다. 가는 길은 크게 어렵지 않다. 우수리스크에서 열차에 올라 한국 여성 여행객들과 대화를 나누던 러시아 군인들이 통로 한구석에 모여 지휘관으로부터 무언가 지시를 받는 장면도 눈에 띄었다.

하바로프스크서 내린 러시아군인들이 지휘관과 이야기하고 있다.

역사 안에는 새벽녘임에도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그 시간에 문을 연 곳은 없었다. 밤새 열차를 타고 달려와 만난 큰 규모의 역사지만, 먹을 거리를 챙겨갈 만한 것은 없어 보인다. 친구는 역사 바깥으로 나갔다. 하바로프스크 역사로 나가더라도, 그 시간에 먹을 거리를 챙겨갈만한 곳은 없다. 그렇다고 식당에 가서 시킬 수는 없다. 열차는 제 시간에 떠난다. 

시내쪽 풍경도 별로 였던 것같다. 금방 역사 안으로 다시 들어온 친구와 이곳저곳 문을 열고 '어디로 가는 길인지', '뭐 하는 곳인지' 가늠하다가 1번 플랫폼으로 나갔는데.. 아뿔사! 한번 나가면 다시 들어오기 힘든 곳이 여기 러시아라는 걸 잊었다. 러시아 주요 공항도 그렇고, 기차역도 마찬가지다. 까다로운 검색 과정을 또 거쳐야 한다.

하바로프스크 역 구내 모습

빨리 열차로 돌아가야 한다. 시간이 별로 남지 않았다. 다가오는 할머니에게 다시 역사안으로 들어가는 길을 물었더니, 저쪽으로 돌아들어가야 한단다. 마음이 급해졌다. 가는 곳마다 막혀있다.

다행히 젊은 경찰이 눈에 띄었다. 급하니, 러시아어가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플랫폼 4번으로 가야하니, "도와달라"고 사정했다. 그 친구는 느릿느릿 움직였다.

그리고 4번 플랫폼을 향해 뛰었다. 각 객차 차장들은 이미 발판을 접고 문을 닫을려고 준비중이다. 손을 흔들면서 뛰었다. 말이 필요 없다. 열차에 오르면서 확인한 여승무원의 표정엔 웃음기가없다. 또 점수 깍였다.

그 와중에 아침식사가 배달되고 있었다. 우리가 자리를 바꾸는 바람에 또 혼선이 생기고.. 여승무원 보기도 민망해 무작정 식당칸으로 갔다. 8호 객차에서 식당칸으로 가려면 6인실 객차 둘과 장애인 탑승이 가능한 특별 객차를 지나가야 한다. 

열차를 탄 뒤, 많은 사람들이 무질서하게 부대끼고 있는 6인실 풍경을 처음 접했다. 친구는 식당칸으로 갈 때마다 그 풍경을 불편해했다. 하지만, 시베리아횡단열차에서는 그 풍경이 일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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