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들이 각 지역으로 확산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주로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환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니즈니노보고로드, 니페츠크 등 남부 일부 지역에서도 확진자가 나왔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 방역당국은 7일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하루 만에 4명이 더 확인됐다고 밝혔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3명, 모스크바 남쪽 리페츠크에서 1명이다. 이로써 러시아 확진자는 17명으로 늘어났다. 다행하게도 모스크바 첫 확진자로 판명된 남성은 이날 완쾌 판정을 받고 퇴원했다.
모스크바 등 러시아 서부지역에서 발생한 확진자들의 감염 경로는 예외없이 이탈리아다. 최근 2주간 이탈리아를 방문하고 귀국한 여행객 중에서 확진자가 모두 나왔기 때문이다. 모스크바국립대학(엠게우) 중국인 유학생들이 한때 발열 등 호흡기 유사증세를 보여 입원 조사를 받았으나 음성으로 판명됐다.
시베리아와 극동지역에서도 최근 한달 가까이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 발생 초기, 시베리아 지역으로 유학온 중국인 2명이 확진판정을 받고 입원 치료후 퇴원한 게 전부다. 러시아에서 한국과 중국 방문 확진자가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는 게 다행스럽다.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서부 대도시에 확진자 발생이 몰리는 것은, '최고의 겨울 관광지'로 꼽히는 이탈리아 등 지중해 지역으로 여행할 수 있는 중산층 이상 계층이 많이 살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탈리아가 신종 코로나 위험지역으로 분류되면서 러시아 여행객이 최근 급감했으나, 거꾸로 이탈리아 여행 후 귀국하는 러시아인들은 크게 늘어났다. 검역 담당자들이 이탈리아 출발 여객기의 기내에 들어가 모든 승객들을 대상으로 발열 검사 등 검체 채취에 나선 이유다.
러시아 언론은 7일 현재 코로나 확진자를 14명으로 집계하고 있다. 일본 정박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 승선했다가 발병해 귀국한 3명은 공식 집계에서 뺀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환자가 한자리 수일 경우에는 3명의 확진자를 전체 집계에 포함시키느냐 여부가 의미를 갖겠지만, 두자리 수로 넘어가면 큰 의미가 없다. 더욱이 3명 더 늘어났다는 게 우리에게 무슨 대수일까 싶다.
러시아 언론은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주로 '새 코로나비루스' новый коронавирус로 쓴다. 공식명칭 Covid-2019(WHO 공식명칭은 Covid-19, 우리는 코로나19)도 병용한다. 러시아에서는 코로나 유사 증세를 보인 환자는 감염전문병원에 입원해 검사를 받고, 양성 판정을 받을 경우 특별 격리병실로 옮겨 치료를 받는다. 모스크바 감염전문병원 입원환자는 5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