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우크라, 벨라루스 각기 다른 신종 코로나 대처법 - 누가 누가 잘하나?
러시아와 우크라, 벨라루스 각기 다른 신종 코로나 대처법 - 누가 누가 잘하나?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20.04.03 16: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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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 한달간 임시 휴일로 자가격리 조치
우크라 - 보건장관 잇따라 교체 방역 공백
벨라루스 - 대통령 큰소리, 프로축구 인기 최고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벨라루스는 옛 소련을 구성했던 핵심 3개 국가다. 지난 1991년 12월 이들 3개국 수반(소련 민족공화국 대통령)이 새로운 연방체제를 구성하기로 합의함으로써 소련은 해체됐다.

그로부터 30년 가까이 지난 지금, 3국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신종 코로나(COVID 19)와의 전쟁(?)을 치르는 중이다.

러시아는 푸틴 대통령의 강력한 지도력 하에 '사회경제적 기능을 거의 멈춰세우는' 전략으로 코로나 감염 저지에 나섰다. 감염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라 개헌안 국민투표도 연기하고 이번 주(3월30일~4월 3일)를 임시 공휴일로 지정한 뒤 전 국민을 '자가 격리'모드에 들어가도록 했다. 임시 공휴일은 또 방역당국의 권고에 따라 4월 말까지 연장됐다.

모스크바의 이동제한 조치로 텅빈 강변도로/소뱌닌 시장 블로그

모스크바 등 전역에서는 불필요한 주민 이동을 막기 위해 검문도 강화됐다. 비록 비상사태 선포를 발령하지는 않았지만, 사람들간의 접촉으로 인한 '지역 감염'을 사전에 막기 위한 강력한 조치가 시행중이다. '국가 기능'이 일시적으로 멈춰선 느낌이다. 

벨라루스는 러시아와 정반대로 움직이는 중이다. 수도 민스크의 쇼핑몰(상점), 영화관과 술집, 식당, 교회 등 모든 시설이 정상적으로 문을 열었다. 프로 축구 리그도 유럽에서 유일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주말 민스크에서 열린 프로축구 경기를 상의도 벗은 채 열렬히 응원하는 관중석 모습이 언론에 게재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들어 민스크 시내를 다니는 노년층은 눈에 띄게 줄었다고 한다.

벨라루스 프로축구 응원석 모습/인터넷 매체 betOn 캡처 

벨라루스의 신종 코로나 대처는 푸틴 대통령보다 한 수 위로 평가받는 장기 집권 대통령인 알렉산드르 루카센코의 막무가내 '신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루카센코 대통령은 코로나바이러스에 약한 모습을 보이는 이웃 나라들을 거의 '겁쟁이'로 취급한다. '독감 하나에 절절맨다는 식이다.

지난 달 중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등 이웃 5개국이 벨로루스와의 국경을 폐쇄하자 그는 "완전히 바보 같은 짓"이라고 비난하고, 보드카와 건식 사우나를 신종 코로나 퇴치법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우리가 아는 한, 전형적인 소련식 '독감 이기는 법'이다. 날이 풀리니, 집안에서 '자가 격리'를 하기보다는 "밖으로 나가 밭일을 해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벨라루스의 신종 코로나 확진자는 254명이라고 한다. 

벨라루스는 당분간 상품및 서비스 가격 인상을 금지했다/얀덱스 캡처
벨라루스 신종 코로나 확진자는 254명으로/얀덱스 캡처

이같은 대처법으로 벨라루스가 유럽에서 갑자기 주목받는 국가로 떠올랐다. 유럽의 프로축구가 중단된 가운데, 유일하게 프로축구 리그를 운영하면서 축구팬들의 갈증을 해소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BBC방송은 "신종 코로나 사태가 종식되면 유럽인들이 벨라루스 프로축구팀 하나씩은 응원하고 있을 것"이라고 벨라루스 프로팀에 대한 축구팬들의 관심을 전하기도 했다. 

벨라루스의 축구 수준은 유럽에서 그리 높지 않지만, 단지 리그를 운영한다는 이유로 '중계권 계약'의 특수를 누리고 있다. 벨라루스축구연맹은 이미 러시아와 이스라엘, 인도 등 10개국과 프로축구 리그 중계권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벨라루스 축구 챔피언 리그는 지난 2월 19일 2020 새 시즌을 시작했으며, 3일부터 3라운드에 들어갔다. 

팬들의 코로나 감염 우려에 대해 벨라루스축구연맹의 알렉산드르 알레이니크 대변인은 "우리는 당국이 권장하는 모든 조치를 하고 있다"며 "팬과 접촉하는 선수 모두에게 장갑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신종 코로나' 대처에 우왕좌왕하다가 국가 살림을 책임지는 재무장관과 방역 실무 책임자인 보건장관이 의회에서 해임결의안이 채택되는 등 혼란에 빠져 있다. 수도 키예프시에서는 대책없이 지하철 운행을 중단하는 바람에 '교통 대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취약한 권력 기반을 보여주듯, 일리야 예메츠 보건장관은 지난 달 31일 장관직을 떠났다. 지난 달 4일 젤렌스키 대통령의 2차 내각 구성시 입각했으니 채 한달을 채우지 못한 셈이다.

우크라이나 재무부 보건부 장관 해임/얀덱스 캡처
결국 사임까지, 보건부 재무부 장관의 해임 뒤에는 무엇이?/현지 언론 캡처

변호사 출신의 전임 조랴나 스칼레츠카야와 달리 전문의 자격증을 지닌 예메츠 장관은 지난 달 23일 자신의 직을 걸고 '비상 사태' 선포를 주장했다. 25일 비상사태는 도입됐으나 젤렌스키 대통령으로부터 '성급한 조치'라는 질책을 들어야했다. 그러자 그는 모든 연금 수급자가 신종 코로나로 희생될 수 있다고 맞섰다. 우크라이나의 연급 수급자는 전체인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약 1,150만 명에 이른다. 

그의 강경한 태도는 의회의 대통령 지지세력으로부터 큰 불만을 불러일으켰다. 가뜩이나 전임 스칼레츠카야 전 장관의 '우스꽝스런' 처신으로 태도로 의회는 보건부를 삐딱하게 보고 있는 상태였다.

우한에서 대피한 한 가족을 만나는 자리에 스칼레츠카야 전장관이 거의 '방호복' 차림으로 나타나 비난이 쏟아졌다/ 인터넷 매체 '아르구멘트 네젤리' 갭처

스칼레츠카야 전장관은 사임 직전인 지난 2월 말 중국 우한에서 대피한 자국민을 만나는 자리에 '방호복'을 착용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격리 장소에서 만나는 게 전혀 위험하지 않다"고 큰소리치던 장관이 막상 현장에는 완전 무장한 상태에서 나타나자 비난이 쏟아졌다. 보건부에 대한 국민 신뢰가 추락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신종 코로나 주무 장관들의 분별없는 말과 행동으로 불신만 높아진 우크라이나에서는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최근까지 확진자가 897명으로 늘어났고, 이중 22 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오데사 주지사 출신의 막심 스테파노프가 새 보건장관으로 취임했지만, 여전히 신종 코로나 대처에는 정부내 강경파와 온건파가 맞서면서 우왕좌왕하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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