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신종 코로나의 '입'을 맡은 먀스니코프 박사, 오히려 논란의 중심에..
러시아 신종 코로나의 '입'을 맡은 먀스니코프 박사, 오히려 논란의 중심에..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20.04.18 08: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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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의학 프로그램 단골 초대손님으로 유명, 신종코로나 정보센터장 발탁
신종 코로나 초기 심각성 무시 발언으로 구설, '자가 격리' 연장에도 반대

러시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감염 피크 시기를 두고 설왕설래하는 사이, 하루 확진자는 이제 4천명대에 들어섰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모스크바 등 러시아 81개 지역에서 하루 감염자로는 최다인 4천70명이 신종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은 것으로 17일 발표됐다. 모스크바에서는 1천959명이 추가돼 증가세가 꺾인 지 하루만에 다시 크게 늘어났다. 

신종 코로나 정보센터장을 맡은 먀스니코프 박사
러시아의 24시간 뉴스채널인 '러시아24'를 통해 신종 코로나 최신 정보를 발표하는 먀스니코프 센터장/현지 TV 캡처

특이한 것은 현지 언론이 인용하는 확진자 수의 발표자. 엊그제까지만 해도 현지 언론은 러시아 보건·위생·검역 당국인 '소비자 권리보호·복지 감독청'(로스포트레브나드조르 роспотребнадзор)측이나, 이 기관의 안나 포포바 청장을 인용했다. 그러나 이제는 신종 코로나 정보센터(ИЦК  информационный центр по мониторингу ситуации с коронавирусом 직역하면 '코로나바이러스 상황 모니터링 정보센터')의 알렉산드르 먀스니코프 센터장의 발표를 받아 쓰기 시작했다.

그 의도는 분명해 보인다. 신종 코로나가 러시아 연방 소속 85개 전 지자체로 확산된 만큼, 러시아 전역의 코로나 발생 상황을 전문적으로 파악하고 분석한 뒤 국민에게 홍보하는 일을 일원화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러시아 정부는 이미 지난 3월 중순 신종 코로나 정보센터를 발족하고 홈페이지도 개설했다. 그리고 15일에는 TV 의료 상담으로 유명한 먀스니코프 박사(심장병 전문의)를 센터장으로 발탁했다. 러시아 정부의 코로나 전담 대변인이 나온 것이다. 현지 언론이 그의 발표를 인용하기 시작한 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먀스니코프 박사, 코로나 정보센터 소장에 발탁돼/얀덱스 캡처
 러시아 방역당국인 로스포트레브나드조르 роспотребнадзор의 홈페이지(위)와 정보센터 페이지/캡처

일부 외신은 TV 프로그램에서 신종 코로나의 심각성을 무시해온 먀스니코프 박사의 센터장 임명을 '러시아 코로나 문제를 축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굳이 그렇게 볼 이유는 없을 것 같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거의 모든 나라에서 신종 코로나와 같은 사태가 발생하면, 소위 '가짜 뉴스'가 시중에 떠돌면서 과다한 공포를 조성하는 법. 이때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진 유명인사가 전문가다운 식견으로 상황을 정리해주는 게 필요하다. 먀스니코프 박사의 발탁은 그런 차원에서 봐야 한다.

물론 반론도 있다. 그의 과거 발언 때문이다. 2012년부터 주요 TV의  건강 관련 프로그램에 출연한 그는 최근까지 러시아의 KBS격인 국영 TV채널 '러시아 1'에서 '의사에게 물어보기' 코너를 맡았다. 또 다른 인기 프로그램 '러시아 1'의 '솔로비요프와 함께 하는 저녁' 단골 초대 손님이기도 했다. 

알렉산드르 먀스니코프 박사/얀덱스 캡처

유명세를 지닌 그는 신종 코로나 감염 초기인 지난 3월 TV에 출연해 "코로나는 일반 독감에 불과하고, 걸릴 확률도 극히 적다"며 "언론이 너무 호들갑을 떤다"고 주장했다. 또 "4월 중순쯤, 한달쯤 지나면 사라질 것이고, 개인의 위험은 제로에 가깝다"고 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를 이후 러시아를 휩쓸기 시작하고, 그는 뒤늦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기존의 코로나와 75% 정도 유사하고, 알려진 게 많지 않아 착각했다"며 "우리는 이제 손을 자주 씻는 등 개인 위생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센터장을 맡은 뒤에도 "신종 코로나 감염의 피크는 4월 말에 찾아올 것"이라며 "(4월 말로 끝나는) 임시 휴무및 자가 격리 조치의 연장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연장할 경우, 그 결과가 신종 코로나 사태 자체보다 더 나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러시아 정부는 신종 코로나 감염 피크가 5월 이후로 늦춰질 가능성에 대비해 '임시 휴무및 자가 격리' 조치의 연장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전문가적인(?) 발언이 앞으로 러시아 정부의 코로나 대응 신뢰도를 높여줄 것인지, 훼손할 것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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