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차 시즌' 맞아 코로나 방역 비상 - '자가 격리' 연장 설득에 나선 여전사들
'다차 시즌' 맞아 코로나 방역 비상 - '자가 격리' 연장 설득에 나선 여전사들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20.04.25 0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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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방역본부, 내달 12일까지 '자가 격리' 연장 요구 - 푸틴 대통령 결정만 남은 듯
신종 코로나 '여성 전사' 3명, 일제히 언론에 나와 대국민 설득 - 의료진에 보너스

러시아가 본격적인 '다차 시즌'을 맞아 신종 코로나(COVID 19)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러시아 방역당국은 이달 말로 끝나는 '임시 휴일및 자가 격리' 조치의 연장을 푸틴 대통령에게 요구하면서 '자가 격리'의 피로가 누적된 국민들의 설득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주말을 앞둔 24일, 러시아 주요 기관에서 신종 코로나 대책을 담당해온 여성 전사들이 일제히 언론에 나섰다. 국민의 보건과 위생을 책임지는 '소비자 권리보호·복지 감독청'(로스포트레브나드조르 Роспотребнадзора)의 안나 포포바 청장과 러시아 신종 코로나 대책본부장 타티아나 골리코바 부총리, 모스크바의 신종 코로나 담당 아나스타샤 라코바 부시장등 여성 3명은 이날 "국민(시민)들이 처한 어려움을 알고 있다"며 "조금만 더 고통을 참아 달라"고 호소했다.

라코바(모스크바) 부시장, '자가 격리' 강화 해명
골리코바 부총리, "조금만 더 참아달라" 호소
포포바 (보건위생담당청) 청장, '자가 격리 연장 불가피' 설득/얀덱스 캡처

이 방역 '여전사'들의 출연은 도시 외곽의 다차(교외주택, 우리식으로는 주말 농장?)로 떠나기 위해 '자가 격리' 조치의 해제(오는 30일)만을 기다려온 '다차족'들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도시 사람들은 보통 날씨가 풀리는 4월부터 교외에 있는 다차로 가 채소 파종에 나서는 한편, 여름을 보내기 위한 준비를 시작한다. 그러나 올해는 '자가 격리' 조치로 많은 사람들이 지금까지 다차를 방치해둔 상태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우리의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장'격인 포포바 청장은 "신종 코로나의 잠복기 두번이 지나갔으나, 언제라도 감염될 수 있는 위험이 여전히 남아 있다"며 "'자가 격리' 조치의 2주 연장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2주 연장은 러시아의 승전기념일 연휴가 끝나는 내달 12일까지를 말한다.

'자가 격리' 기간의 연장을 요구하는 포포바 청장, 아래 자막은 "청장, '정부의 (자가 격리)조치가 효과적이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되어 있다./현지 TV 캡처 

그녀는 "자칫하면 코로나 바이러스가 더욱 확산되는 '폭발적 위기'를 맞을 수 있다"며 "적어도 세 번째 잠복기는 분명하게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대국민 설득에 실패하면, 우리는 (신종 코로나 발발) 초기 상태로 되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는 이날 5천800여명의 추가 확진자가 나오면서 전체 확진자가 6만8천여명으로 늘어났다. 다행히 확진자 증가세는 사흘 연속 10%대 이하에 머물고 있다. 

러 정부, 5월 12일까지 '자가 격리' 기간 연장 요청받아 
러 방역당국, 미용실 운영재개 조건 제시/얀덱스 캡처 

러시아 정부 차원에서 신종 코로나 대책을 총괄하는 골리코바 부총리는 "러시아 국민이 '자가 격리' 등 각종 제한조치에 지쳐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제한 조치의 완화 여부는 전문가들에게 달려 있고, 아직은 그런 때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인식"이라며 "조금만 더 참아달라"고 호소했다. 

모스크바시의 신종 코로나 대책을 전담하는 라코바 부시장은 "시민들이 '자가 격리'에 지쳐 규칙 위반자가 늘어나고 있다"며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기 위해 나서는 시민들을 통제하기 위해 통제 조치를 강화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모스크바에서는 이날 2천957명의 추가 확진자가 나오면서 전체 감염자는 3만6천여명으로 증가했다. 전날 2천명대 이하(1천959명)로 떨어졌던 모스크바의 신규 확진자는 이날 다시 크게 늘어났다. 

이러한 상황에서 피로도가 극심한 것으로 알려진 의료진들에 대한 정부 당국의 배려도 눈에 띈다. 푸틴 대통령의 의료진 보너스 지급 명령에 따라 최근 일정 금액의 보너스가 의료진들에게 지급됐다. 또 세르게이 소뱌닌 모스크바 시장은 의료진의 피로를 덜기 위해 의과대학(5년 과정) 4, 5학년생들을 감염 전문병원에 파견해줄 것을 제안했고, 미하일 무라슈코 보건부 장관이 검토를 약속했다.

반면 주요 시중 은행에서는 달러 등 외화 출금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러시아의 외화 예금은 한달 전에 비해 50억 달러가 줄었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단시간에 이뤄진 가장 큰 출금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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