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초음속미사일 개발로 촉발된 미-러 '스타워즈' 업그레이드 경쟁
극초음속미사일 개발로 촉발된 미-러 '스타워즈' 업그레이드 경쟁
  • 송지은 기자
  • buyrussia3@gmail.com
  • 승인 2020.06.08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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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아방가르드 공격을 막기 위해 미 '우주 위성 네트워크' 방어체제 구축
스페이스X의 유인우주선 발사 성공 - '우주를 무대로 한 선점' 경쟁 치열

미국의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는 최근 유인 우주선 '크루 드래건" 발사에 성공했다. 미국의 우주 개발은 이제 항공우주국(NASA)·우주개발청(SDA)와 민간 업체간의 협력, 혹은 개별 프로젝트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스페이스X의 개별 프로젝트에는 4만2천여 개의 위성을 우주로 쏘아 올려 무선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링크' 계획도 들어있다. 4만2천여 개의 위성은 현재 지구 궤도를 돌고 있는 위성 전체의 3배에 달하는 규모다. 우주공간을 자신들의 위성으로 채우려는지, 놀랄만큼 과감한 도전이다.

스페이스X가 쏘아올린 그 많은 위성들을 미 정부가 그냥 놀리지 만은 않을 것이다. 미 정부와 민간 업체간의 우주 협력 프로젝트는 그렇게 시작된다. '스타워즈'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국제우주정거장/ 사진출처:픽사베이.com
러시아 요격 미사일/사진출처:얀덱스

'스타워즈' 구상은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 미국이 추진했던 미사일 방어 전략이다. 지상 발사 요격 미사일을 기반으로 날아오는 적 탄도 미사일을 방어하겠다는 것이다. '스타워즈' 업그레이드 버전은 하늘에 떠 있는 수많은 위성을 통해 날아오는 적의 첨단 미사일을 더욱 신속히 탐지하고, 또 요격하기 위해 우주 공간에 '요격 무기'를 배치한다는 것.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해 1월 이같은 구상을 발표한 뒤, 2개월 뒤 우주개발청이 신설됐고, 급기야 우주군이 12월에 창설됐다.

우주개발청은 오는 2024년까지 (군사용) 인공위성 150여 기를 쏘아 올려 '우주 위성 네트워크'를 구축할 방침이라고 한다. 이를 위해 저궤도 위성을 설계·제조할 위성 업체를 공모한 것으로 미 언론은 전했다.

'우주 위성 네트워크' 구축은 '스타워즈' 업그레이드 버전의 핵심이다. 러시아와 중국이 최근 개발, 공개한 극초음속(hypersonic) 미사일을 방어하기 위한 시스템이다. 기존의 미사일 방어체제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크루즈 미사일 방어에 맞춰져 있다. 그래서 러시아의 극초음속 미사일은, 푸틴 대통령이 자신하듯, 막지 못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국의 우주 방어 전문가인 허치쑹 박사는 홍콩 언론과 인터뷰에서 "미국의 '우주위성 네트워크'는 중국과 러시아의 극초음속 첨단무기를 감시하려는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우주개발청이 쏘아올린 150개 군사 위성을 중심으로 민간 분야의 4만2천여개 위성들을 네트워크화해 중러의 모든 첨단 무기를 감시하고, 요격 능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이 실제 위협으로 느끼는 러시아의 극초음속 미사일 '아방가르드(Avangard)'는 99㎞의 비교적 낮은 고도에서 궤도를 수정해가며 목표를 향해 날아간다. 최대 시속 3만3000㎞. 러시아는 지난해 12월 아방가르드를 실전 배치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아방가르드 미사일/사진출처:러시아국방부

미 공군은 '아방가르드'가 러시아 극동에서 15분 이내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방가르드는 여러 차례 시험 발사에서 6000여㎞ 떨어진 목표물을 정확하게 타격했다. 러시아 극동 아무르주 우크라인카 미사일 기지에서 아방가르드가 발사될 경우, 탑재한 핵탄두(최대 16개)로 미 서부 지역을 초토화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탑재한 핵탄두 1개의 위력은 일본 나가사키에 떨어진 핵무기(21㏏)의 최대 45배에 달하는 900㏏이다.

중국이 지난해 10월 건국 70주년 군사퍼레이드에서 처음 공개한 DF(둥펑)-17도 극초음속 미사일이라고 한다. DF-17은 지상 60㎞의 낮은 고도로 비행하면서 방향도 바꿀 수 있다는 게 중국측 주장이다. 

이같은 극초음속 미사일은 기존의 군사 위성이 탐지하기 힘든, 낮은 고도에서 비행하기 때문에 기존 방어체계로는 막아 내기 힘들다. 미국이 저궤도 위성을 중심으로 방어 네트워크를 구축하려는 이유다. 기존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탐지하는 위성들은 통상 3만6000㎞의 높은 궤도에 자리잡고 있다. 

기존의 탄도미사일은 통상 대기권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목표물을 향해 일정한 궤도로 하강한다. 그 궤도를 미리 계산하면 하강 단계에서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 하지만 극초음속 미사일은 다르다. 또 음속의 5배 이상인 극초음속으로 날기 때문에 기존의 지대공 미사일로는 요격 능력 밖이다. 

미국의 극초음속 미사일 방어에 적극 나서는 것은 '억지력'이 될 수 있는 유사한 무기의 개발이 늦어졌기 때문이다. 미국은 당초 '팰컨(Falcon)'이라는 극초음속 비행체(미사일) 개발에 나섰으나 2010~2011년 연거푸 시험 비행에 실패한 뒤, 의회가 예산을 삭감하는 바람에 개발을 중단해야 했다.

미 최대 군수업체인 록히트 마틴사가 지난 2018년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을 재개했으나 실전 배치에는 몇 년이 더 걸릴 것(마크 애스퍼 미국방장관)으로 보인다.

이같은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15일 "기존 미사일보다 17배 빠른 '기막힌'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 육군과 해군이 공동 개발 중인 '공동 극초음속 활공체(C-HGB· Common Hypersonic Glide Body)'와 공군이 자체 개발 중인 AGM-183A 극초음속 미사일(ARRW), 미 보잉사가 개발 중인 X-51 '웨이브라이더' 등을 지징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본다. 특히 미 국방부가 지난 3월 시험 비행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C-HGB'일 가능성이 높다. 

미 공군이 개발중인 극초음속미사일 AGM-183A는 전략폭격기 B1-B 탑재가 궁극적인 목표라고 한다. 이 미사일은 B1-B에서 발사되는 순간, 고속으로 가속되면서 극초음속 탄두가 분리돼 표적을 향해 날아가는 방식이다.

그렇다면 러시아는 미국의 '스타워즈' 업그레이드 버전에 어떻게 대응할까?
러시아측이 내놓은 대응 프로젝트는 아직 없다. 하지만 존 레이먼드 미 우주사령부 사령관은 지난 4월 중순 "러시아가 군사위성 요격 미사일 시험 발사를 실시했다"며 "러시아가 우주 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중단할 의사가 전혀 없다는 증거"라고 비판했다. 

미국, 러시아가 위성요격 미사일을 시도하는 것으로 의심/얀덱스 캡처

군사위성 요격 미사일이라면, 미국의 '스타워즈' 업그레이드 버전(우주 위성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저궤도 위성을 요격한다는 뜻이다. 러시아는 아방가르드 등 극초음속 미사일을 추적하는 미국의 위성 체계 자체를 파괴할 미사일을 갖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러시아의 '누돌'(PL-19 Nudol) 요격 미사일은 지상에서 최대 1,931km 이내의 궤도를 도는 인공위성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의 탄두를 요격하는 성능을 갖췄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러시아가 모스크바에서 북쪽으로 800km 떨어진 플레세츠크 우주기지에서 시험 발사한 '누돌'이 아직은 특정 목표물을 겨냥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들은 "만약 '누돌'이 목표물인 위성을 타격할 경우, 파괴된 위성의 파편들이 지구 궤도를 도는 다른 각종 발사체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위성요격 무기는 앞으로 우주 공간에서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 합동전략사령부는 지난 4월 15일 적의 저궤도 군사 위성을 지상에서 요격하는 '누돌' 미사일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누돌 위성요격 미사일은 지난 2015년 11월 첫 시험발사됐으며, 2018년까지 총 5차례 발사를 통해 성능이 개선됐다. 처음에는 고정발사식으로 개발됐으나, 지난 4월에는 처음으로 이동발사대(TEL)에서 발사가 이뤄졌다.

러시아 측은 앞으로 미그(MiG)-31 전투기에서도 발사할 수 있도록 '누들' 요격 미사일을 개량중이라고 한다.

러시아 언론은 그러나 "미국과 중국도 '누돌'과 같은 성능의 요격 미사일을 갖고 있다"며 "(누돌 시험 발사에 발끈한) 레이먼드 미 우주사령부 사령관의 반응은 과하고, 일반인들의 흥분, 또한 현실을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극초음속 미사일의 개발로 촉발된 미-러간의 새 '스타워즈' 경쟁은 넓게 보면 우주 개발 경쟁의 일환이기도 하다. 미 콜로라도 볼더대 이언 보이드 우주공학과 교수는 미 사이언스지에 "미·중·러 간 극초음속 무기를 둘러싼 끝없는 경쟁은 마치 미소간의 달 탐사 경쟁을 연상시킨다"며 "국가적 자존심이 걸린 문제"라고 진단했다.

참고 자료:
현대적 개념의 미사일은 나치독일이 제2차 세계대전 중 실전배치한 V1이 그 시초다. 제트엔진을 장착한 일종의 순항미사일로, 1944년 6월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작전 직후부터 영국 상공으로 발사했다. V1의 제트 엔진이 목적지에 도착하면 꺼지기 때문에, 런던 시민들은 엔진 굉음이 사라지는 순간의 정적을 가장 공포스러워했다고 전해진다.

V1의 공식 명칭은 ‘보복병기’(Vergeltungswaffe)다. 히틀러가 직접 작명했다. 당시 나치 독일은 전투기 공습 작전의 10분의1 비용으로 인적 손실도 없이 비슷한 효과를 거뒀다.

미사일은 V1처럼 제트엔진으로 기동하는 순항미사일과 로켓을 이용하는 탄도미사일로 나뉜다. 탄도미사일은 포물선을 그리며 목표를 향해 날아가지만, 순항미사일은 일정한 고도를 유지하며 날아가 목표 지점에 떨어진다.

속도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지만, 탄도미사일의 최대 하강속도는 음속의 10배(마하 10, 시속 1만 2240㎞) 이상인 반면, 순항미사일은 음속(시속 1,224㎞)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순항미사일은 저공 비행과 우회 타격 등 은밀한 공격에 유리하다.

음속의 5배(마하 5) 이상인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은 러시아가 먼저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018년 국정연설에서 마하 20 이상의 극초음속 미사일 아방가르드를 공개한 뒤, 지난해 말 실전에 배치했다. 또 다른 극초음속미사일 킨잘과 지르콘도 이미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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