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소련 시절부터 '최악의 앙숙' 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 또 국경 충돌
구소련 시절부터 '최악의 앙숙' 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 또 국경 충돌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20.07.15 07: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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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유럽 교통로인 지정학적 위치에 기독교-이슬람 종교분쟁 지역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이 아닌 국제 승인 국경서 새 교전, 위기 신호

소련 시절 최악의 민족·종교 분쟁 지역이었던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이 양국의 독립 이후 서로 끝없이 으르렁거리더니 최근 무력을 동원한 국경충돌로 이어졌다.

아제르바이잔, 아르메니아 군인 최대 100명까지 제거 발표/얀덱스 캡처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역사적으로 기독교와 이슬람이 끊임없이 충돌해온 카프카스 지역의 소국인 아르메니아는 아제르바이잔과 터키, 이란 등 이슬람 국가로 포위된 기독교 섬 국가(아르메니아 정교). 북쪽의 그루지야(현 조지야)가 기독교 국가(그리스 정교)이지만, 러시아 남부의 이슬람 지역에 의해 막혀 있다.

아르메니아에 비해 면적이나 인구가 3배 가까이나 되는 아제르바이잔은 기회만 되면 아르메니아의 숨통을 죄고자 했다. 기회는 양국의 국경 사이에 있는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1991년 독립 선언). 국제법적으론 아제르바이잔 영토(자치주)이지만 아르메니아가 실효 지배하고 있다. 아르메니아계 주민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구소련 시절부터 가장 골치가 아팠던 분쟁지역이었다.

이번 국경충돌이 우려되는 것은 문제의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에서 터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제적으로 인정된 양국간 국경인 아르메니아의 타부쉬와 아제르바이잔의 토부즈 지역 사이에서 벌어졌다. 새로운 분쟁지역이 또 하나 생긴 셈이다.

아제르바이잔 국방부 측이 공개한 교전 상황/사진 출처:아제르바이잔 국방부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양국은 14일 국경 지역에서 사흘째 교전을 벌여 양측 모두에서 상당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진행 중인 전황과 교전 원인에 대한 양측의 주장은 서로 엇갈려 어느 쪽의 이야기도 고스란히 믿기 어렵다. 대외 홍보에 적극적인 쪽은 역시 국력이 센 아제르바이잔이다. 유튜브에 홍보영상을 띄우기도 했다.

아제르바이잔 국방차관 케림 벨리예프는 이날 교전에서 자국 장성급 및 영관급 장교 2명을 포함한 7명의 군인이 숨졌다며 "지난 12일부터 계속된 교전에서 아르메니아 병력 최대 100명과 군사 장비, 지휘소 등을 제거했다"고 주장했다. 아르메니아 측은 국방부 대변인을 통해 "우리 요새를 점령하려 했지만 격퇴했으며, 우리 군은 상황을 잘 통제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충돌 원인에 대해서는 아제르바이잔 측은 "상대 군대가 토부즈 지역 국경에서 휴전을 위반했다", 아르메니아 측은 "상대가 무인기로 타부쉬 지역의 접경 도시인 베르드를 공격했다"고 주장한다. 

교전은 지난 12일 시작된 뒤 사흘째 간흘적으로 계속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국은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을 놓고 소련 시절인 1988년부터 독립 후인 1994년까지 전쟁을 불사하기도 했다. 다수를 차지하는 아르메니아계 주민들이 소련 붕괴를 틈타 아제르바이잔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하자, 이를 저지하려는 아제르바이잔이 무력 침공에 나선 것. 러시아의 중재로 1994년 휴전하기 전까지 약 3만 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분쟁 지역은 아르메니아의 실효 지배 속으로 들어갔으나 아제르바이잔은 영토 회복을 내세우는 바람에 충돌은 끊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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