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신종 코로나 백신의 시험 접종, 유력인사들은 특혜라서 안된다?
위험한 신종 코로나 백신의 시험 접종, 유력인사들은 특혜라서 안된다?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20.07.21 07: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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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블룸버그통신 "러 정치인 기업인, 가말레야 백신 임상전 특혜 접종"
크렘린 "대통령 접종 안해" - 가말레야 센터 "대기업 인사 접종 모른다"
러시아 신규 확진자 24일만에 하루 5천명대로 떨어져 - 유럽발 바이러스

러시아에서 임상 3상 시험을 앞두고 있는 신종 코로나(COVID 19) 백신을 일부 고위 정치인들과 재벌 기업인들이 이미 지난 4월에 접종했다는 미 블룸버그 통신의 보도가 러시아를 뒤집어 놓을 판이다. 소수 기득권 계층에 대한 특혜로 몰아가기 때문으로 보인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20일 "푸틴 대통령은 백신을 맞지 않았다"며 서둘러 부인하고, 러시아 보건부는 백신 개발파트 직원들과 임상 시험 대상자에 대한 접종 외에는 모르는 일이라고 밝혔다.

페스코프 대변인 "대통령은 백신 맞지 않았다"/얀덱스 캡처

'사전 접종 스캔들'을 일으킨 백신은 러시아 보건부 산하 '가말레야 국립 전염병·미생물학 센터'가 개발한 것. 지난 6월 중순 모스크바 세체노프 의과대학과 국방부 산하 군 병원에서 시작된 '가말레야 백신'의 임상시험은 지난 15일과 20일 시험 대상자들이 모두 퇴원하면서 성공적으로 끝났다고 한다. 조만간 추가 임상에 들어갈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신종 코로나가 러시아에서 창궐하던 지난 4월에 이미 유력 인사들이 백신을 접종했다는 것. 안전성이 최종 확인되기 전에 위험한 백신의 사사로운 시험 접종이 불법은 아니나, 대상자가 유력인사들로 한정됐다는 점에서 '특혜 시비'가 불거질 만하다. 특히 가말레야 센터의 알렉산드르 긴쯔부르크 센터장은 본인을 포함해 백신 개발 인사들이 시험 접종한 결과, 안전성과 항체 형성이 확인됐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러시아 군병원의 백신 시험 접종(위)와 퇴원하는 자원자들/사진출처:국방부 동영상 매체 캡처

블룸버그 통신은 앞서 정치인과 국영기업 고위 관리, 재벌 기업인 수십명이 지난 4월 '가말레야 백신'을 접종받는 특혜를 누렸다며 "수백명이 백신을 접종한 것으로 추정되나 확인된 인사는 수십명"이라고 보도했다. 이 통신이 확인한 한 고위 기업경영인은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비즈니스 미팅을 정상적으로 하기 위해 위험을 감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다른 많은 기업인은 접종 제안을 받았지만, 아직 검증되지 않은 백신 접종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해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블룸버그 통신 "러시아에서 수백명이 신종 코로나 백신 접종"/얀덱스 캡처

이에 대해 군쯔부르그 가말레야 센터장은 "재벌 기업인 접종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고 부인했다. 

스캔들이 크렘린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자,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은 백신이 아직 공식 인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맞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또 스스로는 이미 감염된 상태여서 백신 접종 자체가 필요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신종 코로나에 감염돼 병원에 입원한 바 있다.

현지 언론 rbc는 "러시아 국부펀드인 '직접투자펀드'(RDIF)의 크릴 드미트리예프대표가 백신을 맞았는데, 그는 이미 지난달 19일 임상 시험에 지원했다고 밝힌 바 있다"며 블룸버그 통신 보도의 의도성을 경계하기도 했다. 이 백신은 RDIF의 투자와 국방부의 후원을 받아 개발이 진행중이다.  

드미트리예프 대표는 최근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3차 임상시험이 내달 8월 시작될 것이라며 9월이면 백신이 시중에 공급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러시아의 신종 코로나 신규 확진자는 지난 4월 말 이후 처음으로 하루 6천명 이하로 떨어졌다. 러시아 방역당국은 20일 "지난 하루 동안 모스크바 등 전국 85개 지역에서 5천940명이 환진 판정을 받아 누적 확진자가 77만7천486명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러시아 신규 확진자는 지난달 26일 하루 6천명대(6천800명)로 내려왔으나 지난 20여일간 6천명대를 유지했다. 

모스크바의 혁신센터 '스콜코보' 연구센터에 따르면 러시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유전자 연구 결과, 중국이 아닌 유럽에서 주로 들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3월에 걸쳐 서로 다른 유럽 내 67개 진원지에서 러시아로 바이러스가 유입됐으며 현재 최소 9개 종의 바이러스가 러시아 내에서 전파되고 있다고 센터측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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