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스페이스X의 우주비행 성공으로 러시아와 민간 우주여행 경쟁 본격화
미 스페이스X의 우주비행 성공으로 러시아와 민간 우주여행 경쟁 본격화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20.08.04 08: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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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러시아의 '우주 여행' 경쟁이 조만간 본격화할 전망이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의 민간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의 '크루 드래곤' 캡슐(우주선)을 타고 국제우주정거장(ISS)에 갔던 우주인 2명이 2일 무사히 지구로 귀환했다. 스페이스X는 이르면 오는 9월 또 다른 4명의 우주비행사를 태운 '크루-1'을 발사할 계획이다.

비슷한 시각, 러시아 연방우주공사(로스코스모스)는 내년 말 민간 우주관광객 2명을 ISS로 올려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로스코스모스 측은 "우주관광 전문 (미국) '스페이스 어드벤처스'(Space Adventures)사와의 계약에 따라 내년 말에 관광객 2명을 태운 소유즈 우주선을 쏘아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우주관광객들의 신원은 내년 초에 공개될 예정이라고 했다.

우주정거장 /사진출처:위키피디아

'스페이스X' 캡슐의 지구 복귀에 맞춰 러시아측이 내년 말 우주여행 계획을 발표한 것은 그 타이밍이 좀 미묘하다. 우주 여행객을 ISS로 보내기로 한 계약은 이미 지난해 2월에 체결된 것. 무려 1년 6개월이 지나, 1년 3~4개월 뒤의 우주여행 계획을 느닷없이 발표했으니, 일반인들에게도 뭔가 의아한 느낌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일단 러시아측의 자존심에서 삐져나온 '무리수'가 아닐까 싶다. 러시아 측은 지난 10년 가까이 미국 우주인의 ISS 운송을 도맡아 왔다. 하지만 '스페이스X'의 '크루 드래곤'의 발사 성공으로 NASA측과의 우주인 운송 계약은 끝났다. 수입이 크게 줄어들게 됐다.

스페이스X의 우주 도전이 당초 예상을 뛰어넘은 측면도 없지 않다. 이제는 미국 우주인들의 공식 운송에 이어 본격적으로 '민간 우주여행 시대'를 열 가능성도 높다. 민간인 우주관광 시대를 연 러시아 우주산업계로서는 최대 도전에 직면한 셈이다. 

미 유인우주선 크루 드래곤, ISS 첫 비행 완료/얀덱스 캡처
크루 드래곤의 해상 착륙장면/사진출처:스페이스X 홈피

양국의 우주협력에도 벌써 금이 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측은 이제 더 이상 러시아측의 협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현실적 판단에 따른 '결별 수순'일 수도 있다. 미국 나사(NASA)는 달 궤도에 설치될 소형 우주정거장인 '게이트웨이' 제작에 관해 러시아측과 논의 중이지만, 실질적인 협력을 할 의도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변수는 중국이다. 로스코스모스의 로고진 사장은 얼마 전 인류 최초로 달의 뒷면 탐사에 성공한 중국과의 협력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로고진 사장은 "중국의 성과를 존중한다"며 "중국은 우리의 분명한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미국의 반대로 ISS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못한 중국과 손을 잡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경우, 우주 개발은 앞으로 미국 대 중-러의 대결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큰 관심은 '달 정복'과 같은 우주개발보다는 민간 우주관광에 대한 주도권의 향방이다. 스페이스X는 지난 2월 크루 드래건의 성공의 전제로 '스페이스 어드벤처'사와 우주여행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2023년 민간인 달 여행'도 추진중이다. 러시아 로스코스모스측에게 민간인 우주여행 경쟁을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민간인의 우주관광은 지난 2001년 러시아측에 의해 처음으로 이뤄졌다. 이후 2009년까지 진행되다가 2011년 미국 우주왕복선 퇴역으로 ISS로 미 우주인들을 운송해야 하는 부담이 늘어나면서 중단됐다. 러시아는 지금까지 모두 7명의 민간인 우주관광객들을 ISS로 올려보냈으며 그들로부터 1인당 최소 2천만 달러(약 230억원)의 비용을 받았다. 

최초의 민간인 우주관광객은 2001년 ISS로 비행한 미국인 억만장자 기업가 데니스 티토였으며, 7번째 관광객은 세계적인 서커스 그룹 '태양의 서커스'(Cirque Du Soleil)를 창설한 캐나다 출신 억만장자 기 랄리베르테였다. 영국의 세계적 여성 팝페라 가수 사라 브라이트만이 지난 2015년 8번째로 우주관광에 나설 예정이었으나 훈련 마지막 단계에서 포기했다.

미-러시아 우주여행 경쟁에서 '스페이스X'의 강점은 유인 캡슐의 재활용이다. 이 회사는 오는 9월 말 '크루-1'에 이어 내년 봄 우주비행사를 태운 '크루-2'를 발사한다. '크루-2' 발사엔 엊그제 지구로 돌아온 캡슐 '데모-2'가 재활용될 예정이다. 

크루 드래건의 분리 장면/사진출처:스페이스X 홈피

캡슐 '데모-2;는 지난 2일 미국 플로리다주 멕시코만 펜서콜라 연안 해상에 내려 앉았다. 스페이스X는 현장에서 캡슐과 우주비행사 두 명, 4개의 낙하산을 회수했다. 이같은 해상 귀환은 1975년 아폴로 우주선 이후 처음이다. 

러시아와 미국 외에도 버진그룹을 이끄는 영국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의 버진 갤럭틱(Virgin Galactic)도 대기권 밖까지 다녀오는 1인당 25만달러(약 2억9천857만원)짜리 상품을 출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현재까지 약 600명이 대기권 밖 여행을 예약했다.

아마존 CEO 제프 베이조스의 우주탐사기업 '블루오리진'도 수직이착륙체를 활용한 대기권 밖 여행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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