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러시아적인 삶을 알려주는 '도모스트로이'가 번역됐다 - 김상현 성대 교수
중세 러시아적인 삶을 알려주는 '도모스트로이'가 번역됐다 - 김상현 성대 교수
  • 송지은 기자
  • buyrussia3@gmail.com
  • 승인 2020.08.07 03: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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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너무나 생소한 러시아 '중세 시대'의 가정을 이끌어온 생활 지침서격인 '도모스트로이 Домострой'가 국내에 처음으로 번역, 출간됐다. '도모스트로이'는 16세기 중반 '보야르 бояр'라고 불리는 귀족 지주 계층의 생활 방식을 규정한 책으로, 당시 '내노라 하는 집안'에서는 '도모스트로이'를 읽고 실천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기록들이 남아 있다. 

역자는 역사 문학 문화 등 많은 분야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러시아적 특성'과 '옛풍속'을 연구해온 김상현 성균관대(러시아어 문학과) 교수.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해제와 삽화를 넣어 '도모스트로이 - 러시아의 풍속과 일상의 문화사'(김상현 옮겨지음/민속원 출판)로 아예 새롭게 꾸몄다. 

16세기 중세 시대의 러시아 사회에는 종교가 여전히 삶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일상 생활에서 지켜야 할 인간적인 룰, 즉 도덕적, 경제적 규범들이 제시되기 시작했다. '종교 중심의' 중세 시대를 벗어나 인간 중심의 새로운 시대로 넘어가고 있었던 것. 그 시대의 속살을 서구적 잣대가 아닌, 러시아적 눈으로 엿볼 수 있는 게 바로 '도모스트로이'다. 당시의 가정 생활 방식을 세밀하게 규정하고 방향을 제시한 첫번째 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목차를 한번 쓱 훑어보면 확인할 수 있듯이, '도모스트로이'는 여전히 많은 부분을 '종교적인 삶'에 할애했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들려주는 가르침'으로 시작하지만, 바로 △정교회 신앙과 성인숭배에 대하여 △성찬의 신비와 최후의 심판에 대하여 △믿음을 지키는 방법 △어떻게 성직자와 사제와 수도사를 공경해야 하는가 등으로 이어진다. 정교회 신앙과 기본 율법을 기반으로 쓰였다는 증거다.

그러나, 종교적인 삶 중간중간에 △어떻게 딸을 키우고 지참금을 마련하여 시집을 보내야 하는가 △사람은 어떻게 자기 재산을 관리하며 살아야 하는가 △수공예에 대하여 △어떻게 여러 옷을 재단하고, 자투리와 천조각을 보관하는가 등 가정생활에서 맞딕뜨리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과 실용적인 조언들을 담고 있다.

다양한 버전으로 남아 있는 도모스트로이/얀덱스 캡처

그 바탕에는 중세 러시아의 가부장적 생활 방식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남편은 일을 해 먹을 것을 챙기고, 아내는 집안 일을 도맡고, 아이들은 부모에게 순종해야 하는, 각기 역할이 확실하게 규정된 삶의 방식이다. 특히 아내는 집안에 갇혀 살면서 '깨끗하고 순종적'이어야 했다. 아내에 대한 남편의 체벌도 가능했다고 한다. 정교회의 가르침이 여전히 가정의 기본 윤리를 정하고 있다는 뜻이다.

물론, 정교회의 실베스트르 Сильве́стр (1566년 사망 추정) 대사제가 이 책의 원저자로 추정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역자인 김 교수는 그동안 '소비에트 러시아의 민속과 사회이야기'(2009), '러시아 전통혼례 문화와 민속'(2014) 등 러시아 옛풍속에 대한 책을 썼고, '러시아 종교 사상사' (2009)와 '러시아인의 삶, 농노의 수기로 읽다'(2011) 등의 책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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