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푸틴' 캠페인에 앞장서는 '제2의 나발니'가 뜬다?
'반 푸틴' 캠페인에 앞장서는 '제2의 나발니'가 뜬다?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20.09.01 12: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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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시위 주도한 21세 대학생 비디오블로거 예고르 주코프, 최근 정치테러?
혼수상태 나발니 러시아를 비운 사이, 예고르 주택 근처서 괴한들에게 얻어맞아

'독재자의 정적은 박해를 받으면 더 큰다'는 게 동서고금의 진리다. 핍박을 받을 수록 세간의 주목을 끌고, 지명도가 높아지면서 추종자가 더 많이 생기기 때문일 것이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눈엣가시처럼 여겨진 '반 푸틴' 캠페인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리가 갑작스런 혼수상태에 빠져 독일의 샤리테 병원으로 이송된지 채 열흘도 되기 전에 또 한명의 '반 푸틴' SNS 인플루언스가 '정치 테러(?)'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스크바서 구타당한 주코프, 뇌진탕 검사/얀덱스 캡처
SNS에 올라온 주코프. 얼굴에 구타 흔적이 확연하다/캡처

현지 언론에 따르면 21세 대학생 비디오블로거이면서 지난해 7월 모스크바에서 열린 시의회 공정 선거 촉구 시위(7.27 시위)로 유명해진 예고르 주코프가 지난달 30일 밤 모스크바의 자택 근처에서 괴한 둘에게 얼굴 등을 심하게 얻어맞았다. 주코프는 즉시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다행히 머리 등은 크게 다치지 않아 검사후 퇴원했다.

그의 동료들은 소셜 미디어(SNS)에 피투성이의 주코프 얼굴 사진 등을 올리고, 지난 7월 말에도 폭행을 당할 뻔 했다며 '정치적 테러'라고 주장했다. 지난 7월에는 운좋게도 폭행을 피했는데, 이번에는 권력의 사주를 받은 폭행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모스크바 경찰은 폭행 뒤 스쿠터를 타고 현장에서 도망쳤다는 주코프의 진술에 따라 일단 '폭행 사건'으로 규정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모스크바 시내 곳곳에 CCTV가 설치돼 있어 범인 검거는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는 현지 언론도 있다. 폭행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 범인은 2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해진다.

지난해 7월 불법시위에 가담한 혐의로 끌려가는 주코프/현지 언론 동영상 캡처
법원에서 집행유예 3년형을 선고받은 주코프/동영상 캡처

현지 언론이 이 폭행 사건을 주목하는 것은 주코프가 지난해 7월 27일 공정선거 시위의 핵심인사이기 때문이다. 7.27 시위는 모스크바 시의회 후보 등록에서 탈락한 야권 후보자를 지원하기 위해 열렸다. 당시 당국의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집회여서 현장에서 1천여명이 연행됐고, 그중 일부가 유죄 판결을 받았다.

주코프 또한, 연행된 뒤 두 달간 가택연금에 처해졌고, 그해 12월 법원으로부터 3년 집행유예형을 선고받았다. 또 비디어블로그를 통한 대중선동 혐의로 2년 간 SNS 운영을 금지당했다. 

주코프가 이번 사건으로 러시아를 비운 나발니의 공백을 메울 '푸틴 저격수'로 떠오를지 여부는 알 수 없다. 자칫하면 '제2의 나발니'를 만들 수 도 있다는 당국의 우려도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의 발언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누가 주코프를 그렇게 심하게 때렸는지 알 수 없다"며 "주코프 폭행과 나발니 사건과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경찰이 하루빨리 범인을 검거해 법에 따라 처벌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대중의 인기를 끌만한 얼굴의 주코프/인스타그램 캡처

현지 대중 매체 콤스몰스카야 프라우다는 이 사건에 대한 시나리오 5가지를 제시했다. '정치적 테러'로 해석되는 '폭행 사주'를 비롯해 △남녀간 '3각 관계'에 따른 폭행, △(시위중인) 벨라루스 급진주의자들의 행위 △주코프를 띄우기 위한 시도 △동네 깡패를 만난 것 등이다.

분명한 것은 주코프 (팀)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가 1년 전 10만명에서 현재 22만6,000명으로 늘었다는 사실. 유튜브 누적 조회 수도 1,700만 건을 넘겼다고 한다. 이 사건이 앞으로 러시아 정치권에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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