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려하는 '나발니 중독사건'의 후폭풍은?
러시아가 우려하는 '나발니 중독사건'의 후폭풍은?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20.09.05 17: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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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독 해저가스관 '노르트스트림2' 사업 2년 유예 주장이 독일 정치권서
루블화 환율 올해 말까지 변동성 심해 -최악시 달러당 80, 유로당 92루블

'반푸틴' 세력을 이끄는 알렉세이 나발니의 노비촉 중독 사건은 그 실체적 진실과는 상관없이 러시아에 미치는 후폭풍이 상당할 전망이다. 유럽연합(EU)이 독일 정부의 발표를 근거로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경고했고, 나토도 4일 공정한 국제적 조사에 협력하라며 압박에 들어갔다. 

외신에 따르면 EU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3일 EU 27개 회원국을 대표한 성명에서 나발니 사건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동 대응을 촉구하면서 "필요할 경우, 러시아에 대한 제한 조치를 포함해 적절한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적절한 행동'이란 단어에서 당장 떠오르는 것은 외교관 추방과 같은 외교적 제재조치와 경제적 보복이다. 지난 2018년 영국에서 발생한 러시아 출신 이중간첩 '스크리팔 독살 시도 사건'이후, EU는 유럽에서 100명이 넘는 러시아 외교관을 추방한 바 있다.

독일에서는 '노트트스트림2' 사업의 2년 동결 제안이 나왔다/얀덱스 캡처  

이미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에 대한 광범위한 제재조치를 취하고 있는 유럽에게 남은 카드는 가스관 봉쇄, 즉 '노르트스트림2' 프로젝트다.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해저 가스관을 통해 독일로 직접 공급하는 이 프로젝트 시행을 2년간 중단하자는 목소리가 독일 정치권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는 현재 1,200㎞의 해저 천연가스관을 부설을 거의 끝내고, 내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당초 지난해 말 완공하기로 했으나, 미국의 제재 위협에 일부 국가와 업체가 참여를 중단함으로써 늦춰진 상태. 당사자인 독일은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강하게 밀어붙였으나, 나발니 중독 사건이라는 예기치 않은 암초를 만난 셈이다. 

독일 여당 기독교민주당(CDU)의 차기 유력 주자인 프리드리히 메르츠은 4일 “지금까지 이 사업 강행에 찬성했으나, 이제는 적절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라며 '2년 유예'를 주장했고, 하원 외교위원회 노베르트 로에트겐 위원장 "푸틴 대통령에게 (우리의) 강한 메시지를 전할 시점이 됐다"고 압박했다. 메르켈 총리가 러시아와의 정치적 견해차와 경제적 유대관계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하는 숙제를 떠안게 됐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페스코프 크렘린대변인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 대변인은 "어떤 이유로 (러시아에게) 제재를 가하겠다는 건지, 이해가 안된다"며 반발했다. 그는 "나발니가 어떻게 '노비촉'에 중독됐는지 우리도 궁금하다"며 관련 정보를 달라고 촉구했다.

러시아 발등에 떨어진 또다른 불은 루블화 환율이다. 올해 봄 유가 폭락이후 달러당 73달러 안팎에서 안정세를 보였던 루블화는 나발니 사건이후 3% 가까이 올랐다(가치 하락). 현지 전문가들은 나발니 노비촉 중독으로 서방측의 새로운 대러 경제제재가 구체적으로 논의되면 루블화 가치는 또다시 추락을 면치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이 내다본 올해 말까지의 루블화 추이 전망/얀덱스 캡처
달러대비 루블화 등락 그래프(최근 한달). 오른쪽은 최근 10일간의 루블화 환율/얀덱스 캡처

현지 언론에 따르면 루블화 환율에 미치는 요인은 국제유가와 서방의 새로운 제재조치, 신종 코로나(COVID 19)의 2차 유행, 미국의 대통령 선거 등이다. 이 요인들이 부정적으로 영향을 줄 경우, 달러는 80루블선을 돌파하고, 유로는 92루블에 이를 것이라는 게 최악의 시나리오다. 특히 새로운 제재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최소한 올해 말까지 루블화 안정을 크게 해칠 것으로 전문가들은 우려했다. 

다른 분석도 있다. 유럽이 구체적인 제재를 가하려면, 러시아 당국이 나발니 중독사건에 개입됐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하는데, 쉽지 않고, 제재가 실행되더라도 국제유가 변동만큼 환율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서방측의 제재가 2014년 말 국제유가 폭락보다 루블화에 주는 영향이 두드러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제유가가 다시 폭락하지 않는 이상, 루블화도 크게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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