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선 올해 부활절이 5월 2일인 까닭은?
러시아에선 올해 부활절이 5월 2일인 까닭은?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1.04.03 07: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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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 가톨릭과 부활절 정하는 기준이 달라 - 유월절 후 첫번째 일요일
"흐리스토스 바스크레스!" 인사하는 명절, 달걀외 '꿀리치'도 부활절 음식

4일은 모두가 다 아는 부활절이다. 하지만 러시아 부활절(빠스하 Пасха)는 달을 넘겨 5월 2일이다. 러시아 전체 인구의 70% 이상 믿고 있는 러시아정교회가 부활절을 정하는 기준은 우리가 아는 개신교나 가톨릭과 다르기 때문이다.

개신교·가톨릭은 춘분(3월 21일)이 지나고 첫 보름달이 뜬 뒤 맞는 일요일을, 러시아정교회는 히브리 전통 달력으로 '유월절' 축제 후 첫 일요일을 부활절로 정한다. 대체로 1~2주 정도 시차가 나는데, 올해는 거의 한달가까이 늦다.

러시아 정교회에서는 사순절(3월 14일)부터 부활절(5월 2일)까지 금식 기간이다. 독실한 신도들에게는 육류 등 피하는 음식들이 있다. 그리고 부활절이 되면 "흐리스토스 바스크레스!" (Христос воскресе!) 인사를 주고 받는다.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셨습니다’라는 뜻이다.

굳이 신자가 아니더라도 부활절은 러시아에서 승전기념일(제 2차세계대전 승전일)과 새해 연휴와 함께 '최고의 명절'로 여겨진다. 부활절을 앞두고 러시아 거리가 축제 분위기로 바뀌는 이유다. 

러시아의 가톨릭 종단, 제한적인 부활절 행사 진행키로/얀덱스 캡처 

하지만, 신종 코로나(COVID 19) 사태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러시아 특유의 부활절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 같다. 주현절 '얼음 목욕' 행사를 빼먹지 않을 만큼 독실한 정교회 신자인 푸틴 대통령도 지난해 '부활절 예배'에 불참했다. 현재 코로나 상황으로만 보면 올해 부활절도 지난해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부활절 행사의 하일라이트는 전야제, 즉 자정 예배(미사)를 포함한 각종 종교적 기념 행사다. 통상 TV로 전역에 생중계된다. 사제들이 큰 십자가를 짊어진 채 성당 주변을 행진하고, 달걀과 쿨리치 등 준비된 부활절 음식에 성수를 뿌린 뒤 신자들과 나누는 행사들이 이어진다. 

러시아의 부활절 음식들. 위는 빠스하, 아래는 꿀리치와 달걀/사진출처:SNS

가정으로 돌아간 주부들은 스스로 파스하와 쿨리치 등 부활절 음식을 만들어 가족 친지들과 함께 즐긴다. 생치즈의 일종인 '트바로그' (творог)에 계란과 설탕, 건포도를 넣어 만든 '빠스하'는 1년 중 부활절에만 맛볼 수 있는 음식이다. 그래서 음식 이름도 '부활절'인지 모르겠다. 불행과 고난을 극복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한다.

원기둥 모양으로 생긴 케이크인 ‘꿀리치’(кулич)는 그리스도가 승천한 뒤 제자들이 그분을 위해 남긴 빵을 상징한다. 신도들이 그리스도에게 드리기 위해 남긴 빵이라고 보면 된다.

부활절 달걀은 새로운 삶의 상징이다. 달걀 껍질안에 그리스도가 우리에게 준 새 생명이 들어있다고 여긴다. 붉은 색깔로 달걀을 장식하는 것은, 막달라 마리아가 로마 황제 티베리우스에게 준 '그리스도 부활 상징 달걀'이 그가 "흰 달걀이 갑자기 붉게 변할 수 없는 것처럼 아무도 부활할 수 없다"고 말하는 순간 붉게 변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 때문이다. 

부활절은 또 러시아인들에게 성묘하는 날이다. 마을 외곽에 있는 조상의 묘를 찾아 추모하고, 주변을 정리한다. 공동묘지 주변은 이날 사람들로 붐비고, 묘지를 찾은 차량들로 주변 도로는 정체를 빚는다.

부활절은 기나긴 겨울이 지나고 생명과 환희로 빛나는 봄을 실감하게 한다. 러시아에서 봄의 축제는 통상 '마슬레니차'라고 불리지만, 이 역시 종교적 행사가 '국민적 축제'로 자리잡은 경우다. 금식을 시작하는 사순절을 앞두고 먹고 마시는 '카니발'이 봄마중 축제로 바뀐 것. 그리고 부활절이 다가오면 러시아는 완연히 봄날씨로 변한다.

'마슬레니차'가 러시아에서 겨울이 한창인 2월에 시작되는 것도, 기름을 듬뿍 바른 '블린'(팬케이크)이 '마슬레니차' 대표 음식이 된 것도, 모두 러시아정교회를 빼놓고 생각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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