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대통령의 딸이 아버지 대신 러시아 백신접종을 맞은 까닭
푸틴 대통령의 딸이 아버지 대신 러시아 백신접종을 맞은 까닭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0.11.25 05: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가원수가 자원자로 (임상에) 나설 수 없다" "대량 접종이 시작되지 않았다"
러시아 일반인 대량접종은 내년부터 - 도시 주민 60%가 예방접종에 부정적

푸틴 대통령은 아직 러시아가 개발한 첫 신종 코로나(COVID 19) 백신 '스푸트니크V'를 맞지 않았다. 그의 백신 접종 여부가 처음으로 관심을 끈 것은 지난 9월 28일이다.

당시 푸틴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러시아) 백신을 접종한 뒤 한국을 방문하겠다"고 했다. 이 발언을 청와대 측이 공개했다. 러시아 언론들은 즉각 '대통령이 백신을 맞겠다고 했다. 언제 맞을까?'라고 반응했고, 한 언론은 "푸틴 대통령이 지금까지 딸의 백신 접종 사실만 밝혔을 뿐, 스스로 백신을 맞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적이 없다. 대통령의 방한 일정은 아직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 "푸틴 대통령이 백신의 (임상) 자원자로 나설 수 없다"/얀덱스 캡처 

그리고 2개월이 지났다. 러시아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스푸트니크V' 백신의 승인(등록)을 발표했지만, 임상 3상을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실상 배척당하고, 화이자와 모더나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최근 잇따라 우수한 백신 효능을 발표하면서, 푸틴 대통령의 백신 접종 여부는 다시 현지 언론의 관심 대상으로 떠올랐다.

급기야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이 24일 대통령이 아직 '스푸트니크V' 백신을 접종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해야 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페스코프 대변인은 이날 "러시아에선 아직 신종 코로나 백신의 대중 접종이 시작되지 않았다"며 "국가 정상인 대통령이 (임상) 자원자로 접종에 나설 수는 없다"고 말했다. '스푸트니크 V' 백신 개발을 지원한 국부펀드인 '러시아직접투자펀드'(RDIF)가 이날 '스푸트니크 V'의 효능이 95%이상이라는 임상 (3상) 중간 결과를 발표했지만, 임상 시험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대통령이 자원자로 나서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페스코프 대변인이 강조한 이유다.

러시아 스푸트니크V 백신(위)와 모더나 백신/사진출처:SMS 오픈 소스

러시아 정부는 지난 8월 '가말레야 국립 전염병·미생물학 센터'가 개발한 '스푸트니크 V' 백신을 공식 승인했지만, 모스크바를 중심으로 등록후 임상(임상 3상)에 나서는 한편,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우선접종을 시작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대량 접종에 나서기는 아직 생산 물량도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래저래 여건이 채 구비되지 않은 셈이다.

신종 코로나 방역을 총괄하는 타티야나 골리코바 부총리는 최근 '스푸트니크 V'의 대중 접종이 내년부터 본격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순조롭게 진행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백신 접종에 대한 거부 반응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도시에 거주하는 러시아인들의 절반 가량(40~60%)이 백신 접종에 거부감을 보였다.

러시아 대도시 주민 최대 60%가 신종 코로나 백신 접종 반대/현지 매체 rbc 캡처

구직 전문 사이트 슈퍼잡(Superjob)이 러시아 전역의 주요 도시 주민들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 여부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노보시비르스크와 예카테린부르크 등 우랄및시베리아 지역 주민들은 40% 안팎의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지만,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서부지역 주민들의 부정적 반응은 60%에 이르렀다. 모스크바의 경우, 응답자의 64%가 예방 접종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백신 접종을 원하는 응답자들은 "신종 코로나에 감염돼 사망하거나 격리에 들어가는 것보다는 접종한 뒤 일을 계속하는 게 낫다"며 "접종에 따른 위험도 있겠지만, 백신 접종이 코로나 감염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답변했다고 언론은 전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