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발니, 노비촉 중독 4개월이 지났지만, 혼자 고군분투 - 재정압박 심화
나발니, 노비촉 중독 4개월이 지났지만, 혼자 고군분투 - 재정압박 심화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0.12.01 07: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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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원후 독일서 재활치료 중, 체류기간 연장으로 연내 귀국 물 건너가
누가 아들의 통장을 압류했나? 분개, 올리가르히와의 싸움은 '돈전쟁'

러시아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지난 27일 (현지시간) 유럽의회 외교위원회에 화상으로 참여했다. 영상을 보면 한층 건강해진 모습이다. 지난 8월 모스크바로 향하는 기내에서 '노비촉'으로 추정되는 독극물에 중독 증세를 보인 지 4개월여 만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나발니는 이날 유럽연합(EU) 측에 푸틴 러시아 대통령 주변의 '올리가르히'에 대한 '핀셋 제재'를 촉구했다. EU측은 지난 10월 나발니 중독 사건에 대한 보복조치로 러시아 정보기관과 국방부 고위 관리 등 개인 6명에 대해 제재를 부과했는데, 실효성이 없다는 주장으로 해석된다. 

나발니, 러시아 올리가르히에 대한 EU 제재조치 촉구/얀덱스 캡처

EU의 대러 제재는 제재 대상자의 EU 입국 금지와 자산 동결, 제재 대상자에 대한 자금 지원 금지 등이다. 나발니는 이에 대해 "러시아 관리나 군 장교들은 해외 여행을 자주 하지도 않고, 유럽에 재산을 두고 있지도 않아, 이같은 제재는 실효성이 없다"며 "푸틴 대통령 주변의 '올리가르히'들이 소유한 요트 등 (EU 권역의) 투자 자산을 동결하고, 쫓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발니는 또 "러시아 당국의 행위에서 정치적 동기를 찾으려는 것은 실수"이라면서 "러시아 (정치 권력) 엘리트들은 그저 돈에 관심이 많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러시아 정부는 일시적으로 권력을 잡은 범죄자 집단과 같이 취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가 올리가르히에 대해 극단적으로 반감을 보이는 것은, 그들이 자신을 재정적으로 압박해 오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나발니 개인은 물론, 자녀와 노부모의 은행계좌가 지난 10월 갑자기 압류됐다고 한다. 중독증세에서 벗어나 퇴원한 그는 아들의 문자를 SNS에 올리며 "당국이 자신은 물론, 11살짜리 아들의 은행 계좌까지 압류하고 인출해 갔다"고 분개했다. 

나발니 주변인사에 대한 금전적 압박은 주로 푸틴 대통령과 가까운 '올리가르히'에 의해 이뤄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적인 알루미늄 업체 '루살'을 소유한 올레그 데리파스카와 '푸틴의 요리사'로 알려진 식품업계 '큰 손' 예브게니 프리고친 등은 나발니와 그가 이끄는 반부패재단 등에 대해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반부패재단이 폭로한 올리가르히들의 부정부패및 비리들이 사실과 다르고, 자신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에서다

나발니 가족 사진/현지 매체 rbc 영상 캡처 
지지자들과 셀카를 찍는 나발니/사진출처:SNS

공교롭게도 이들은 나발니 세력에 대한 일부 소송에서 승소해 자산 압류 등 실제 행동에 들어갔다. 

러시아 당국도 껄끄러운 반부패재단을 지난해 외국의 이익을 대행하는 기관으로 지정하고, 돈세탁 혐의를 씌워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다. 돈세탁에 의한 불법자금이라며 일부 계좌에서 수십만 루블을 강제로 인출하기도 했다. 나발니 지지세력의 파산을 겨냥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 나발니 주도의 시위 때문에 장사를 망쳤다는 이유로, 모스크바 시내 한 식당도 25만 루블의 손배소를 거는 등 나발니와 야당 지도자들은 대략 3천200만 루블(약 4억8천만원) 이상의 손배소에 직면해 있다. 나발니 측에 따르면 나발니 지지자들이 갖고 있는 계좌 500개 가량이 무더기로 압류됐다.

크렘린 /사진출처:현지 매체 rbc 영상캡처

궁지에 몰린 나발니는 급기야 크렘린과 소송전도 시작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나발니는 지난다 16일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그는 이날 자신의 중독 사건과 관련, "'나발니가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들과 협력하고 있다'는 페스코프 대변인의 발언이 사실과 다르고, 자신의 명예와 평판을 훼손했다"며 모스크바 프레스넨스키 구역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이 승소할 경우, 페스코프 대변인이 10일내에 크렘린 행정실 공식 사이트에 기존 발언을 수정하는 '바로 잡습니다'라는 글을 실어줄 것을 요구했다. 나아가, (승소하지 못한다면) 자신의 CIA 내통설을 입증하는 국가 정보당국의 증거를 제시할 것을 촉구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지난 10월 나발니가 독일 주간지 '슈피겔'과 인터뷰에서 "자신의 중독에 푸틴 대통령이 개입돼 있다"고 주장하자, "나발니는 미 CIA와 협력하고 있다"며 되받아친 바 있다. 

나발니, 독일 체류기간 연장 신청/러시아 매체 '콤스몰스카야 프라우다' 캡처

나발니는 독일 베를린의 샤리테 병원에서 퇴원한 뒤에도 현지 휴양소에 머물며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그는 최근 독일 당국에 체류 연장을 신청했다. 올해 내로 러시아로 돌아갈 계획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나발니 중독 사건을 둘러싼 서방측과 러시아의 대립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며 해를 넘길 전망이다.

나발니를 치료한 독일을 중심으로 프랑스와 스웨덴 등의 연구소들은 나발니가 옛 소련 시절 개발된 신경작용제인 '노비촉' 계열 독극물에 중독됐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러시아 수사당국은 "(러시아) 의사들이 여러 차례 실시한 화학-독극물 검사 결과를 토대로, (나발니에게) 탄수화물 대사 장애, 외분비 및 내분비 기능 장애를 동반한 만성 췌장염 등의 진단을 내렸다"고 반박했다.

러시아측은 특히 "나발니는 체중 감량을 위해 다이어트를 해왔으며 불규칙적으로 식사를 했고, 사건 전 3~5일 동안은 식사 뒤 불편을 호소했다"며 탄수화물 대사장애 가능성을 강조했다. 서방 측이 주장하는 독극물 중독 같은 것은 없었다는 반박이다. 나발니의 검체나 옷가지, 그가 묵었던 호텔과 머물렀던 공항 카페 등에서 수거된 물건들에서도 독극물 성분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러시아 측은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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