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전쟁에는 여자의 얼굴이 없다' 원작의 러시아 영화 '딜다', 10대 영화에
노벨문학상 '전쟁에는 여자의 얼굴이 없다' 원작의 러시아 영화 '딜다', 10대 영화에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0.12.06 1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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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뉴욕타임스 '올해 10대 영화'에 '딜다', 러시아권 다큐멘터리 동물농장 '군다' 등 선정

신종 코로나(COVID 19) 시대에는 '인기 영화'의 포맷도 바뀔 모양이다. 대부분의 영화관이 문을 닫고 넷플릭스의 TV 시청이나 PC 다운로드가 일상화하면서 큰 스크린에 더욱 실감나는 장편 영화의 입지는 줄어들기 마련이다. 영화 팬들의 입맛도 덩달아 좁아진다.  

영화 팬들의 기호가 예년과 달라진 2020년 한해의 '세계 10대 좋은 영화'는 어떤 작품일까? 매년 '10대 영화'를 선정해온 미 뉴욕 타임스가 올해도 어김없이 '10대 영화'를 선정, 발표했다.

참여한 영화 평론가들은 신종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으로 인한 영화계 위기에 주목하면서도 전통적인 기준에 따라 10대 영화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대형 화면'을 거의 잊어버린 팬들에게도 공감을 줄 지 모르겠다.

영화 '딜다', 미 뉴욕타임스 선정 '좋은 영화' 랭킹에 들었다/얀덱스 캡처 

뉴욕 타임스의 '2020 10대 영화'에는 러시아 영화가 2편이나 들어갔다. 빅토르 코사코프스키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군다' (Гунда)가 3위, 칸테미르 발라고프 감독의 영화 '딜다' (Дылда)가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2월 베를린 영화제에서 상영된 '군다'는 돼지와 새끼 돼지, 닭과 소의 삶을 자연의 소리와 함께 담아낸 농장 관찰 다큐멘터리다. 

영화 '딜다' 포스터
영화 '딜다'의 장면들/홍보영상 캡처

영화 '딜다'는 2차 세계대전 후 전선에서 레닌그라드로 돌아온 두 젊은 여성이 어렵게 삶의 의미와 희망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지난 2015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벨라루스 출신의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전쟁에는 여자의 얼굴이 없다'를 원작으로 발라고프 감독이 알렉산드르 테레호프와 함께 대본을 쓰고, 2018년 1년 가까이 촬영했다.

영화의 배경은 전쟁으로 황폐해진 레닌그라드다. 2차 대전에 참전해 최전방에서 나치 독일군과 싸운 젊은 여성 이야와 마리야가 주인공. 두 여성은 전쟁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평범한 여성의 삶으로 돌아가려고 노력하지만, 현실은 쉽지 않다.

영화 '딜다' 장면들/러시아 매체 캡처

뉴욕 타임스는 “2차 대전 이후 소련에서 펼쳐진 비극적이고 고통스런 (여성들의) 삶을 놀라운 연출력으로 카메라에 담았다"며 "발라고프 감독은 엄청난 재능을 가졌다"고 평가했다. 여 주인공들은 비살리사 페렐리기나와 빅토리아 미로쉬니첸코가 맡았다. 빅토리아는 데뷔 작품이다.

2019년 6월 '칸 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인 '딜다'는 러시아에서 개봉된 뒤 몇몇 영화상을 수상했으나, 그해 오스카상 최종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칸테미르 발라고프 감독과 출연진들/캡처

현지 언론에 따르면 칸테미르 발라고프 감독은 뉴욕 타임스 '10대 영화' 선정을 계기로 다시 팬들과의 SNS 소통을 재개했다. 그는 지난해 9월 '베슬란 테러' 사건(2004년)에 설화로 미니 블로그를 폐쇄하는 등 SNS 소통을 중단했다. 그 사이 인스타그램에는 가짜 '발라고프' 계정이 등장해 엉뚱한 이야기가 사실처럼 유포되기도 했다. 

뉴욕 타임스 선정 '10대 영화'의 1위는 이탈리아 감독 피에트로 마르첼로의 영화 '마틴 에덴' (Martin Eden)이 차지했다. 미국 다큐멘터리 영화의 가장 프레데릭 와이즈만의 '시청'(City Hall)이 2위에, '군다'가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어 다큐멘터리 영화 '아메리칸 유토피아', 신 범죄드라마 '바쿠라우', 19세기 미국 모험가의 이야기를 담은 '첫 암소' (The First Cow), 뜻밖의 임신으로 방황하는 여성 이야기 '절대로, 드물게, 가끔, 언제나' (Never, Rarely, Sometimes, Always", 루마니아 나이트 클럽의 화재를 다룬 다큐멘터리 '콜렉티브' (The Collective) 등이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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