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구매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러시아 '스푸트니크V'와 '협업'에 나선 까닭?
선구매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러시아 '스푸트니크V'와 '협업'에 나선 까닭?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0.12.12 08: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스로 초래한 약효 신뢰성 실추 타개 차원, 백신의 '병용 효과'로 '선두주자' 노려
스푸트니크V "러시아의 백신 개발 능력 인정받았다" - 해외 홍보에 큰 자산 될 듯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러시아 직접투자펀드(RDIF)가 신종 코로나(COVID 19) 백신의 효능과 안전성 제고를 위해 손을 잡았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과 함께 백신을 개발한 아스트라제네카 측이 연말부터 러시아의 첫 코로나 백신 ‘스푸트니크 V’와 '병용 접종', 즉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1차 접종한 뒤 스푸트니크V 백신을 추가(2차)로 맞는 데 대한 임상 시험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RDIF 드미트리예프 대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의 병용 접종이 해외에서 시작될 수 있다" / 얀덱스 캡처  

현지 언론에 따르면 RDIF는 11일 아스트라제네카 측이 '스푸트니크V' 와의 '병용 접종'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키릴 드미트리 RDIF 대표는 "백신 개발자간에 새로운 차원의 협력을 환영한다"며 "임상에서 효능이 입증되면 앞으로 협력관계를 공동 생산으로까지 진행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RDIF는 러시아 '가말레야 센터' 측의 스푸트니크 V 백신 개발에 자금을 지원하고, 임상 시험및 대외협력, 해외 생산 등을 맡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측도 이날 자체 개발 백신인 'AZD1222'와 '스푸트니크V'의 '병용 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임상 시험의 시작을 알렸다. 

아스트라제네카 측이 러시아의 '병용 접종' 제안을 받아들인 것은, 스스로 초래한 약효 논란을 타개하기 위한 조치로 파악된다.

스푸트니크V 백신. 자막에는 아스트라제네카, 스푸트니크V를 활용해 백신 효능을 높인다고 되어 있다/현지 이즈베스티야 TV 영상 캡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한때 효능 면에서 모든 백신 중 가장 앞선다는 평가를 받았다. 우리 보건당국이 서둘러 아스트라제네카 측과 선구매 계약을 맺은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미국의 화이자, 모더나 등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임상 3상 결과를 발표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투약량에 따라 면역 효과가 다르게 나타난 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연구진 실수로 백신 1회 분의 절반을 우선(1차) 투여하고 한 달 후 2차로 정량을 투여한 임상 그룹의 효능은 90%로 나타났으나, 1, 2회 모두 정량을 투여한 그룹에서는 효과가 62%로 내려간 것이다. 

연구진은 이러한 차이가 발생한 원인을 파악하지 못했고, 세계보건기구(WHO)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효능을 제대로 평가하기에는 자료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스트라제네카, 효능에 대한 의혹제기로 백신 추가 시험 진행/얀덱스 캡처

아스트라제네카 측은 즉각 임상 추가시험을 발표했다. 각기 다른 투약량으로 나타난 효능의 차이를 확인한 건 그나마 큰 성과였다. 이 '학습효과'를 근거로 같은 방식으로 개발된 '스푸트니크V' 백신과도 '백신 조합'을 시험해보기로 결정한 게 아닌가 싶다.

공동 개발자인 옥스포드 대학 측도 '병용 접종'에 대해 △ 광범위한 약물 포트폴리오를 통해 백신 접종의 가용성을 높이고, △ 보다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면역 반응을 확인할 수 있고, △ 모든 의료진에게 다양한 접종 방식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언론은 "세계적인 제약사 측이 '러시아의 백신 개발 능력을 인정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스푸트니크V 백신은 러시아에서 이미 15만명 이상이 접종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백신들과 달리 아스트라제네카-스푸트니크V 백신의 '병용 접종' 시험이 가능한 것은 개발 방식이 똑같기 때문이다. 또한, 완전한 면역 형성을 위해서는 백신을 1, 2차로 나눠 2번 접종해야 한다. 한때는 양측간에 백신 개발 노하우에 대한 해킹 논란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두 백신은 독감 백신 개발에 이미 많이 사용된 아데노바이러스(Ad5, 26)를 '운반체'(벡터)로 이용하는 '벡터 방식'으로 개발됐다. 아스트라제네카는 Ad5, 스푸트니크V는 Ad5, 26를 기반으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와의 '병용 접종' 시험시, 2차 접종에 쓰일 '스푸트니크V' 약물 개발에는 Ad5와 Ad26이 함께 사용됐다. 2차 접종 약물의 생산이 의외로 까다롭다고 생산 현장의 평가가 나온 이유다.

러시아 의료진에 대한 백신 접종/현지 매체 rbc 영상 캡처 

양측의 '병용 접종' 시험은 이달 말부터 18세 이상 러시아 국민들을 대상으로 시작된다. 해외에서도 일부 임상이 진행될 것이라고 RDIF 측은 밝혔다.

로이터 통신은 “영국에서 가장 앞서 있는 백신 기업과 러시아 연구기관의 협업이 팬데믹(대유행)에 효과적인 해결책을 내놓을지 기대된다”고 전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