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비중이 더 큰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코로나 방역 조치 - 위기 키운다
정치적 비중이 더 큰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코로나 방역 조치 - 위기 키운다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0.12.14 08: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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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내년 1월 8일부터 2주일간 사회적 봉쇄조치 실시키로, 왜 그때부터?
벨라루스, 방역을 이유로 지상 검문소를 통한 출국 금지 - 시위대 통제 의도

러시아와 이웃한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 우크라이나는 반러시아 정서가, 벨라루스는 친러시아 정서가 강하다. 공통점은 신종 코로나(COVID 19) 방역에 정치적 요소가 너무 많이 개입된다는 점이 아닐까? 구소련식 지배 구조가 일부 남은 탓인지도 모른다.

우크라이나, 내년 1월 8일부터 격리(봉쇄) 조치 도입/얀덱스 캡처
벨라루스, 신종 코로나 방역을 위해 지상 검문소를 통한 출국 금지/얀덱스 캡처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벨라루스는 오는 21일부터 신종 코로나 방역 조치의 일환으로 항공편을 제외한 모든 지상 국경을 폐쇄하기로 했다. 벨라루스는 지난 10일 정부 행정명령을 통해 "내외국인이 열차와 자동차 등을 이용해 국경을 통과(출국)하는 것을 일시적으로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입국은 금지되지 않으나, 도착 후 10일 동안 자가 격리에 들어가야 한다.

벨라루스의 이번 조치는 언뜻 연말연시 대규모 출입국을 막기 위한 조치로 보이지만, 러시아 전문가들은 방역보다는 정치적인 의미에 더 큰 비중을 둔 조치로 해석했다.

한 벨라루스 지역 전문가는 "이번 조치로 방역 효과를 크게 기대할 수 없다"며 "마스크 미착용자에 대해 벌칙금을 부과하는 등 마스크 의무 착용 조치를 더 강화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문가는 "이번 조치가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에 대한 반대 시위자들을 통제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조치"라며 "루카셴코 권력에 탄압받는 정치인 혹은 유력인사가 해외로 출국해 벨로루시 정부를 국제법원에 제소하려는 것을 원천차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대통령 궁 앞을 차단한 벨라루스 경찰병력/사진출처:텔레그램

벨라루스 공권력은 지난 8월 이후 매주 주말에 진행되는 '루카셴코 퇴진' 시위를 강경진압하면서 시위 참여자 수백명을 연행하고 있다. 벨라루스는 또 지난 11월부터 외국인의 국경 출입을 일부 통제했다. 이 조치 역시, 시위를 지원하는 해외 인사들의 벨라루스 입국을 막기 위한 조치로 해석됐다. 주로 국경을 접한 리투아니아와 폴란드, 우크라이나 등 '반루카셴코' 성향의 3국에서 입국하는 시위 지원세력이 그 표적으로 지목됐다.  

공항을 통한 출입국은 자동차 등을 이용한 국경통과보다 훨씬 까다롭게 통제 가능하기에 일단 허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지난 3월 신종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으로 유럽 전체가 국경을 폐쇄하자, 이를 "매우 어리석은 짓"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그러나 이제는 정치적 곤경에 처한 루카셴코 측이 국경을 먼저 통제하는 조치에 나섰으니, '정치적인 행위'로 의심받을 수 밖에 없다. 

우크라이나, 록다운(봉쇄) 조치의 긴급 도입 조건 제시/얀덱스 캡처
우크라이나는 왜 새로운 봉쇄조치를 도입했을까?/얀덱스 캡처

우크라이나의 방역 조치는 겉으로 더 황당해 보인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내년 1월 8일부터 24일까지 2주일간 사실상 '셧다운'(봉쇄)에 해당하는 방역조치를 취하기로 결정, 발표했다. 1주일 후도 아니고, 무려 한달 뒤의 봉쇄 조치라니, 그 진정성을 믿기가 쉽지 않다.

비판이 쏟아지자, 우크라이나 정부는 13일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하루 3만5,000명 안팎의 확산세로 이어지면 봉쇄조치를 앞당길 수도 있다고 수정, 발표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치근 확진자가 1만6,000명을 오르내리고 있다. 

새해 봉쇄 기간에는 식료품점과 약국, 동물병원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상점이 문을 닫는다. 레스토랑과 카페, 피트니스센터 등 생활편의시설은 물론이고, 박물관, 극장, 영화관과 나이트 클럽과 술집 등 유흥 시설도 폐쇄된다. 각급 학교들은 2주간 방학에, 정부 기관들은 재택근무에 들어간다. 

정확히 말하면, 러시아 등 구소련 국가들에선 아직도 새해부터 1주일 가량은 연휴다. 우크라이나는 새해 연휴가 끝나는 시점부터 2주간 방역을 위한 봉쇄조치에 들어가는 셈이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연말까지 3주가 남았지만, 지금부터 방역을 위한 봉쇄 조치에 들어가기 보다는 새해 연휴 이후 2주간 봉쇄가 효율적일 것"이라며 "새해 연휴기간 가족들과 조용히 지낼 것"을 당부했다. 

하지만, 러시아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의 의료 시스템이 속출하는 확진자로 이미 붕괴하고 있다"며 신속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오데사 등 주요 지역에서는 병원에는 사망자들이 여기저기 방치되고,  의사들은 환자를 제댜로 돌볼 시간이 없다고 한다. 또 일부 지역에서는 정전으로 인공 호흡기에 연결된 환자가 사망하고, 인공호흡기가 부족해 환자 여러명이 10~15분씩 돌아가며 산소를 공급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신종 코로나 병원 모습. 직원이 부족해 썰렁해보인다/ 사진출처:트윗
우크라이나 정부의 신종 코로나 방역 조치를 비판한 한 의사가 페북에 올린 사진.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할 생각은 않고, 한가하게 주전자의 뜨거운 물을 바닷물에 부어주고 있다/페북 캡처

이같은 위기 상황에서도 우크라이나 정부는 정치적인 이유로 러시아의 코로나 백신 '스푸트니크 V' 구매를 거부했다고 러시아 측은 비판한다. 미 화이자 등 서방의 백신을 기다리는 것은 좋은데, 언제 도입이 가능할지, 또 그만한 재정적 여력은 갖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코로나와 싸우는 척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우크라이나의 일부 의사들이 러시아(구소련)의 백신 개발 능력을 인정하고, 신속한 도입을 주장하지만, 반러시아 정서에 밀려 사라진다고 한탄하는 목소리도 새나온다. 러시아 측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우크라이나 측에 스푸트니크V 백신 생산 기술및 원료를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하고 있다. 이 역시, 러시아측의 정치적 계산에서 나온 것일 수도 있다. 

우크라이나의 입장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신종 코로나 사태로 경제가 거의 붕괴 직전이다. 연말연시 사회경제적 봉쇄는 현 경제상태를 더욱 최악으로 빠뜨릴 위험도 크다. 우크라이나는 내년 9월 30억 달러의 외채를 갚아야 하는데, 벌써부터 '모라토리엄' 선언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IMF의 긴급 지원만이 살 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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