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대통령의 첫 화상 송년 기자회견 뒷이야기 - BBC 특파원은 '당황했다'?
푸틴 대통령의 첫 화상 송년 기자회견 뒷이야기 - BBC 특파원은 '당황했다'?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0.12.20 0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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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 관계 악화 책임을 묻는 질문에 "당신네들" 같은 공격적 답변으로 일관
당사자는 회견중에 자리를 뜨는 바람에 더 곤혹 - 회견 주요내용도 추가 요약

17일 4시간 30분에 걸쳐 진행된 푸틴 대통령의 첫 화상 송년 기자회견이 남긴 뒷이야기도 적지 않다. 신종 코로나(COVID 19) 사태로 이날 푸틴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크렘린 대회의실이 아니라 노보-오가료보 대통령 관저와 모스크바의 국제무역센터, 각 지역 기자회견장을 연결하는 비대면 화상 시스템으로 진행됐다.

과거와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역시 현장 분위기. 비대면이다 보니, 질문자와 답변자가 모두 감정 제어가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또 평상시 기자회견에서 대통령과 가까운 자리에 앉는 주요 언론과 외신 기자들도 비대면 상황에서는 굳이 '대통령'에 대한 예의를 갖춰야 할 환경적 동기 부여가 부족했던 것 같다.

푸틴 대통령의 첫 화상 송년 기자회견 장면/출처:크렘린.ru

영국 BBC 방송의 스티븐 로젠버그 특파원과 푸틴 대통령간의 이날 질의응답은 비대면 기자회견의 구조적 취약성을 보여줬다. 모스크바 국제무역센터에 마련된 기자회견장에 있던 로벤버그 특파원은 질문권을 얻어 "(푸틴) 대통령의 집권 기간에 미-러 양국의 관계가 악화한데 대헤 개인적으로 책임을 느끼는지, 아니면 러시아가 여전히 '하얗고 폭신폭신하다'(깨끗한데, 물렁물렁해서 당하고 있다는 뜻)고 여기는지" 물었다.

푸틴 대통령의 반응은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직설적이고, 특파원 개인에게로 향했다. 그는 "하얗고 푹신푹신하냐고?" 되물으면서, 마치 BBC 특파원이 서방측을 대표하고 있다는 듯이 "당신네들(서방측)이 약속이 지키지 않았다"고 쏘아붙였다. 그리고 나토의 동진정책을 시작으로 미국의 국제조약 탈퇴,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에 대한 서방측의 일방적 제재, 알렉세이 나발니 중독 사건에 대한 서방측 태도 등을 문제 삼았다.

BBC특파원, 푸틴 대통령 기자회견장을 중간에 떠난 데 대해 설명. "이건 다르다"/얀덱스 캡처 

로젠버그 특파원도 대통령이 자신을 향해 직접적으로 공격하는 듯한 답변을 쏟아낸 데 당황한 것 같다고 현지 일부 언론은 전했다.

문제는 그 뒤에 일어났다. 로젠버그 특파원이 회견 중간에 자리를 떴기 때문이다. 대면 기자회견이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비대면 회견이었다 하더라도 상대(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아니다. 러시아 언론은 로젠버그 특파원의 이석을 문제삼았고, 그는 그 이유를 설명할 수 밖에 없었다. 

그는 현지 방송 인터뷰에서 질문한 기회를 준 러시아측에 감사를 표한 뒤 "마감 시간에 쫓겨 급하게 자리를 떠야 했다"며 "무례하다고 생각하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로젠버그 BBC 특파원의 트윗 2개. 위는 푸틴 대통령에 대한 질문, 아래는 기자회견장 이탈에 대한 현지 언론의 보도에 불편함을 토로하는 포스팅/캡처 

현지 일부 언론은 기자회견이 끝난지 상당한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로젠버그 특파원에 대한 비판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이에 그는 트위터에 "가끔 러시아 언론에 대한 리뷰를 포스팅했는데, 오늘은 내가 푸틴 대통령 기자회견 질문으로 러시아 언론에 실리고 있다"고 불편함을 토로했다.

푸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70여개에 달하는 질문에 일일이 답변했다. 18일자 기사에서 정리한 10가지 주제외에 남은 답변을 추가로 요약해 전한다. 

1, 2020년 한해 결산
푸틴 대통령은 '2020년 한해가 여러모로 나빴지 않느냐?'는 질문에 "한 해가 나빴다는 게 무슨 뜻이냐? 그것은 날씨와 같다. 날씨나 한해, 또 인생에서 늘 그렇듯이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는 신종 코로나 전염병으로 어려웠다. 사회적 봉쇄에 생산이 축소되고, 일자리가 줄어들고, 소득이 감소했다"고 인정하면서도 "모든 게 연쇄적으로 일어났으나, 우리는 문제 해결에 나서 부분적으로 경제 안정과 사회 지원 서비스, 의료시스템 등 여러 분야에서 다른 국가보다 더 나은 결과를 얻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 GDP가 3.6% 감소했지만, 거의 모든 유럽국가와 미국보다 낮다. 영국은 9% 감소했다고 생각한다. 지난 11월까지 제조업 성장률은 1.1%"라며 "이러한 추세가 계속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또 "올해 초 4.7%였던 실업률이 6.3%로 늘어났다"고 덧붙였다.

그는 "러시아는 이제 예산의 70%를 석유및 가스 수입으로 충당하지 않는다. 점차적으로 에너지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있다"고도 했다.

2, 신종 코로나 대응및 지원
“올해는 신종 코로나로 성탄절과 새해 축제가 취소됐다. 대신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겠다고 했다. 정부는 7세 미만의 자녀가 있는 모든 가족에게 5천 루블씩 지원한다. 어린이를 위한 지원금이다."

“우리는 더이상 사회경제적 봉쇄를 계획하고 있지 않다. 그럴 필요가 없다. 확진자 발생률이 높지만, 전문가들에 따르면 대처 가능하다. 의사들이 요청하는 방역 수칙을 제대로 지키면 봉쇄조치가 필요하지 않다."

"일부 지역에서 치료제 부족 문제가 발생하고 있지만, 이는 우리가 (감염) 초기에 직면했던 성겨의 문제가 아니다. 생산이 아니라 물류의 문제다. 우리도 처음에는 신종 코로나가 뭔지,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지 몰랐다. 이제는 알고 있다. 우리는 임상 시험 분야에서 세계 3대 국가다. 필요한 의약품이 생산되고 있다. 나아가 백신을 처음으로 개발하고 생산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의 노고에 감사하고, 정말 기쁘게 생각한다." 

3, 2021년 총선
"과거와 차이가 있을 것이다. 헌법이 개정됐고, 개헌안에 따르면 의회는 정부구성권을 포함해 더 많은 권한을 갖게 됐다. 그만큼 책임감도 커졌다. 차기 의회에서는 의회와 정부 사이의 소통이 매우 중요하다."

“그들(미국 등 일부 서방 국가 지칭)은 우리의 총선뿐만 아니라 모든 국가의 내정에 간섭하려고 할 것이다. 우리 (선거)는 국제 감시단의 눈에 열려 있다. 그만한 국가가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이 총선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치러졌다고 확신하는 것이다." 

4, 식료품 가격 상승 
“식료품 가격이 오르는 것은 일부 환율과 국제 가격과의 차이 때문이다. 올해 밀 수확량이 거의 최대를 기록했는데, 왜 빵과 파스타의 가격이 오르느냐? 세계시장에서 가격이 상승하니, 국내 가격도 그 흐름을 따라가고 있다. 설탕 값도 올랐다. 일단 정부가 나서 수입관세로 조정했다. 즉각 대응할 필요가 있었다. 중요한 것은 통제조치가 일정한 기준을 넘어서지 않는 것이다."

5, 푸르갈 하바로프스크 주지사 체포
“나는 푸르갈 전 지사와 좋은 관계를 가졌다. 일을 아주 잘했고, 지역 책임자의 노력도 인정한다. 하지만, 그에 대한 비난은 매우 거세다. 무엇보다도 경쟁자를 제거하기 위해 범죄 조직을 이용했다. 사람을 죽였다. 지금 수사가 진행 중이다. 법정에 유무죄를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6, 유럽의 반이슬람 시위와 테러 공격 
“회교도의 신념과 감정을 모욕하는, 생각없이 행동하는 사람들에 대한 반응은 늘 있을 것이라고 기억해야 한다. 물론 이 반응이 공격적이어서는 안된다. 생명을 빼앗는 것을 목표로 해서는 안된다."

"러시아는 지난 수세기 동안 각 종교 지도자들간의 관계가 발전해 왔으며 문화가 정착됐다. 유럽 ​​국가에서 회교도가 약 10%를 차지하지만, 대부분 이민 2~3세대들이다. 하지만, 러시아는 이민자가 아니라 토착민이다. 그게 다르다. 우리는 아무도 다른 종교에 대한 비판적 공격이 허용되지 않는다. 이는 러시아를 파괴할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푸틴 대통령 기자회견에서는 러시아 축구 대표팀 스트라이커 아르촘 쥬바의 부적절한 침대 영상 유출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사진은 쥬바의 행위를 조롱하는 트윗/캡처
트윗에 올라온 쥬바의 침대위 자위행위 조롱 밈/캡처

7, 아르촘 쥬바의 부적절한 비디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를 발칵 뒤집어 놓은 축구 스타 아르촘 쥬바의 유사 성행위 개인 동영상 유출 사건에 대한 질문에 "(해킹 등을 통한) 사생활 침해는 안된다. 개인적인 삶에 개입하는 것은 안된다. 이번 사건은 교훈이 될 것이다. 우리는 지켜야 할 몇 가지 일반적인 규칙이 있다"면서 '그 동영상을 본 적 있느냐?'는 추가 질문에 "보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8, 새해 소원 
“매년 극복해야 할 어려움이 많다. 올 한해는 더욱 어려웠다. 많은 문제가 있지만, 국민들은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러시아의 경제적 기반은 이제 2000년대 초반과 비교할 수 없다.이는 문제 해결에 더 집중하고, 러시아 발전의 전략적 목표를 잊지 않도록 해준다."

“새해 축하 샴페인의 양이 적당한 게 중요하다. 우리 모두 사랑하는 사람과 가족, 동료, 친구을 위해 건배하자. 나는 늘 러시아를 위해 건배한다."

현지 일부 언론은 기자회견에서 푸틴 대통령이 어떤 문제를 접근하는데 '이분법적 시각'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정당한 것과 부정적인 것을 가리고, 그 기준의 애국심이었다는 것이다. 이 매체는 스파이 혐의로 체포된 저명한 군사 전문기자에 대한 대통령의 답변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FSB에 체포되는 샤프로노프 군사전문기자/비디오 영상 캡처

푸틴 대통령은 회견에서 '러시아의 우주관련 기밀을 해외로 넘긴 혐의로 체포된 군사 전문기자의 사면 여부'를 묻는 질문에 "당신이 러시아인이라면, 애국자여야 한다. 당신의 행위는 당신의 국가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고 전제한 뒤 "(과학 전문기자는) 반역죄가 아닌 스파이 혐의로 기소되지만, 우리가 느끼는 가장 큰 죄목은 배신이다. 우리의 기밀 정보를 외국 정보기관에 넘기는 것은 배신이다. 법원에서 판결이 난 뒤에야 사면 여부를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잣대가 알렉세이 나발니에게도 적용됐다고 이 매체는 분석했다. "나발니가 서방(미국의 정보기관)과 접촉한 것은 부정직한 것"이라는 기준을 바탕으로 그의 중독 사건에 대한 답변을 풀어 나갔다는 것이다.

그는 회견에서 서방언론들이 나발니 중독사건 용의자로 연방보안국(FSB)소속 요원 8명을 특정한 데 대해 "미 정보기관의 특별 서비스 자료를 합법화한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나발니가 미 정보기관의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확신한다"고 답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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