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로프 키르기스 대통령 28일 취임 - '튤립혁명' 세대인 그가 걸어온 역경을 보니
좌파로프 키르기스 대통령 28일 취임 - '튤립혁명' 세대인 그가 걸어온 역경을 보니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1.01.29 07: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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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총선 불복 시위로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는 행운아
'튤립혁명' 참여로 바키예프

총선 불복 대규모 시위에 의한 대통령의 중도 퇴진, 뒤이어 치러진 조기 대선에서 압승을 거둔 사디로 좌파로프 (52) 대통령 권한 대행이 28일 키르기스스탄의 6대 대통령에 취임했다.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좌파로프 대통령은 이날 수도 비슈케크의 국립필하모니홀에서 취임식을 갖고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취임식에는 전임 소론바이 제엔베코프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 인사들과 의원, 각국 외교관 등 약 1천명이 참석했다. 

좌파로프 키르기스 대통령 취임/얀덱스 캡처 
키르기스 시위/러시아 언론 rbc 동영상 캡처

좌파로프 대통령은 취임 연설에서 지난해 10월 키르기스 정치 위기 과정에서 보여준 러시아의 지지에 대해 특별히 사의를 표하면서도 "터키·중국·중앙아 국가 등 인근 국가들과의 선린 협력을 강화하고, 미국과 유럽, 국제기구와의 관계도 강화하도록 노력하겠다"며 다자 외교 노선을 피력했다. 

'키르기스 민족주의자'로 꼽히는 좌파로프 대통령은 지난 10년간 '고난의 길'을 걸어왔으나, 다시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은 정치인으로 평가할 만하다. 또 2005년 소위 '튤립혁명'으로 알려진 키르기스 민족·민주화 세력의 일원이니, '튤립혁명' 세력의 복귀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튤립혁명' 5년 뒤인 2010년 또 다른 시위 세력에 권력을 넘겨준 뒤 반정부 투쟁과 투옥, 해외망명, 귀국, 투옥으로 이어지는 역경을 이겨냈기 때문이다. 

키르기스 전 현대통령. 아래가 중도사퇴한 소론보이 제엔베코프/키르기스 정부, 러시아 언론 갭처

뜻하지 않게 그에게 찾아온 최대의 행운은 지난해 10월 소론바이 제엔베코프 전 대통령 측의 총선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다. 당시 제엔베코프 대통령 측은 이원집정부제 하에서 의회마저 장악하려다 역풍을 맞았다.

카자흐스탄, 러시아, 터키 등을 떠돌다가 4년만에 귀국한 지난 2017년, 긴급 체포돼 11년 6개월의 징역형을 받고 복역중이던 좌파로프는 과거의 동료 시위대에 의해 석방됐다. 이어 야권의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총리, 대통령 권한대행에 오른 뒤 지난 10일 치러진 조기 대선에서 79.23%의 득표라는 압도적 승리를 거뒀다.

그는 키르기스 최고의 관광지라고 할 수 있는 '이숙쿨 호수'가 있는 이숙쿨 지방 출신으로, 집단농장의 책임자로 일하다 2005년 의회 진출과 동시에 '튤립혁명'에 참여하면서 운명을 바꿨다. 혁명 성공후 집권한 쿠르만벡 바키예프 대통령 정권에서 국가 사면위원회 부위원장, 대통령 보좌관(고문), 부패방지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바키예프 전대통령/출처:위키피디아 캡처

하지만, 2010년 또다른 시위로 바키예프 대통령 정권이 무너지고, 민족간 충돌이 발생하자, 키르기스 민족주의자의 색깔을 분명하게 드러낸 뒤 키르기스 최대 금광인 '쿰토르'의 국유화를 '반정부 운동'의 이슈로 내세웠다. 급기야 2012년에는 '쿰토르 금광 국유화' 시위 도중 정부청사에 난입한 혐의로 체포됐다. 그때 함께 시위를 주도한 이가 지난해 10월 시위 당시 교도소를 몰려가 좌파로프를 석방시킨 캄추벡 타쉬예프다.  

스스로를 '정치범'이라고 부르며 무죄판결을 받아낸 그는 2013년 6월 또 고향인 이숙쿨 지역에서 벌어진 '쿰토르 금광 국유화' 시위에서 이숙쿨 주지사를 인질로 잡고 주청사로 난입하려다 체포됐다. 일시 석방 기간에 해외로 떠난 그는 2017년 귀국할 때까지 4년 가까이 카자흐스탄과 러시아 등지에서 반체제 활동을 해왔다.

좌파로프 세력과의 투쟁에서 패한 알마즈벡 아탐바예프 전대통령. 다시 교도소에 수감됐다/출처:러시아 언론 동영상 캡처

복역 중에 풀려난 그는 소론바이 제엔베코프 대통령에게 평화적으로 정권을 이양한 알마즈벡 아탐바예프 전 대통령 세력과 다투던 중 제엔베코프 대통령 측과 손잡고 위기 상황을 수습하는 길로 나섰다. 아탐바예프 전 대통령은 다시 교도소로 수감됐다.

이후 정치적 혼란에 책임을 지고 제엔베코프 대통령이 사임하자,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아 정치인들이 부정한 방법으로 취득한 재산을 30일 이내에 국고로 반환하도록 명령하고, 최대 마피아 두목을 체포하는 등 '부정부패' 척결 의지를 과시하며 인기를 끌었다. 일찍이 부패방지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경력이 빛을 발한 순간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에게도 약점이 적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1930년대 소련시절부터 키르기스에 뿌리를 내린 북부 지역 토착 마피아 세력과 연계설이 나돌고, 만성적인 빈곤과 실업 등 난제를 해결하기엔 믿음이 가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다. 신종 코로나(COVID 19) 극복과 조만간 변제해야 하는 50억 달러의 외채 문제도 만만치 않다. 그는 "국민과 함께 이 어려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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