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의 체포에도 꺾이지 않는 나발니 석방 시위 열기 - 부인 율리야도 연행
당국의 체포에도 꺾이지 않는 나발니 석방 시위 열기 - 부인 율리야도 연행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1.02.01 06: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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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 등 러시아 전역에서 지난 주말에 이어 31일 또 나발니 지지 시위
모스크바 시위선 한때 '분신설'도 - 사기 피해 남성 분에 못이겨 스스로 분신

'반푸틴' 야권인사 알렉세이 나발니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가 지난 주말에 이어 31일에도 모스크바를 비롯, 러시아 전역의 100여개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려 5천여명이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인권단체, 나발니 지지 시위서 5천명 이상 체포, 기록 경신 주장/얀덱스 캡처

현지 언론에 따르면 나발니 지지 시위대는 이날 신종 코로나(COVID 19)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내린 당국의 집회 불허 명령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전역에서 집회 장소로 몰려나와 '나발니 석방'과 '푸틴 사퇴' 등의 구호를 외쳤다. 경찰 당국은 시위대 집결 예정 장소를 중심으로 병력을 집중 배치해 시위 자체의 원천봉쇄를 시도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고, 그 결과는 수천명의 체포및 연행으로 이어졌다. 

모스크바(위)와 상트페테르부르크 시위 장면/현지 언론 rbc 동영상 캡처

수도 모스크바에서는 나발니가 자신에 대한 독살을 시도했다고 지목한 정보기관인 연방보안국(FSB)과 그가 수감된 '마트로스스카야 티쉬나' 구치소 인근 지역 등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했다.

도심으로 연결되는 주요 전철역 10곳 가까이가 이날 폐쇄됐지만, 시민들은 이날 정오부터 FSB 청사 인근으로 몰렸고, 경찰이 접근을 차단하자 저항하며 가두시위를 벌였다. 

시위대 앞에서 '마트로스스카야 티쉬나' 구치소를 향해 걷고 있는 율리야(가운데)/인스타그램 캡처

'마트로스스카야 티쉬나' 구치소 주변에서는 나발니의 아내 율리야가 시위대 앞에서 행진하다 경찰에 연행됐다. 그녀의 변호사 스베틀라나 다비도바는 "율리야가 트로이츠키-노보모스코프스키 지구 내무 치안센터로 끌려갔다"며 "불법 집회 조직에 관한 위반 혐의로 내일 출두하기로 약속한 뒤 풀려났다"고 전했다. 율리야는 지난 23일 집회에서도 집을 나서다 연행된 바 있다. 

이날 시위 도중, 지난 주 시위대 집결장소였던 푸쉬킨 광장에서 그리 멀지 않는 '볼샤야 브론나야' 거리에서 한 남자가 분신 자살을 시도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한때 긴장감이 고조됐으나, 다행히 시위와는 무관한 것으로 밝혀졌다. 텔레그램 '119 채널'은 사기를 당해 아파트를 빼앗긴 남성이 사기꾼들과 싸우다 분에 못이겨 자신의 몸에 불을 붙였다고 전하면서 CCTV 영상으로 추정되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이 남성은 중화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했으나 중태라고 한다. 

모스크바 도심에서 한 남성이 분신을 시도/얀덱스 캡처

모스크바 경찰 당국은 모스크바의 시위 참가 규모를 약 2천여명으로 추산했으나 일부 언론들은 1주일 전 시위대보다 적지는 않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지난 23일 시위에서는 모스크바에만 2만명이 몰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나발니 석방 요구 시위는 극동 블라디보스토크와 하바로프스크를 시작으로 시간별로 시베리아 주요 도시를 거쳐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이르러 최고조에 달했으며, 지역별로 수백~수천 명이 참가했다. 

경찰과 오몬(폭동 진압 부대)는 대다수 도시에서 해산 명령을 거부하는 시위대를 무력으로 체포해 연행했다. 그 과정에서 모스크바에서만 1천500여명이 체포되는 등 러시아 전역에서 5천명 이상이 연행된 것으로 인권단체는 집계했다. 그러나 미성년 자녀들에 대한 학부모들의 단속 탓인지, 지난 주 시위와는 달리 모스크바 연행자 가운데 미성년자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시위에 대한 미국과 유럽의 반응은 지난 주와 달라지지 않았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미국은 러시아 당국이 평화로운 시위대와 취재진을 향해 2주 연속 거친 진압 전술을 사용한 것을 비난한다"고 밝혔다. 러시아 외무부는 즉각 "주권국들의 내정에 대한 간섭을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는 경고로 대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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