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RDIF가 뭐길래, 방한 대표단이 이렇게 주목을 받을까?
러시아 RDIF가 뭐길래, 방한 대표단이 이렇게 주목을 받을까?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1.02.17 07: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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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백신 생산 컨소시엄과 계약 체결, LG전자 스마트폰 사업부 인수 가능
석유 등 에너지 기업이 낸 돈으로 조성된 펀드 - 국가 비상금? 벤처투자자금?

푸틴 대통령 외에 러시아 인사가 방한을 앞두고 이렇게 주목을 받았던 때가 있었던가 싶다. 러시아의 신종 코로나(COVID 19) 백신 '스푸트니크V' 의 생산및 유통을 담당하는 러시아 국부펀드인 '직접투자펀드(RDIF)' 대표단 이야기다. 대표단은 러시아 항공 아에로플로트를 타고 오는 19일 낮 13시쯤 인천공항에 도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한 목적은 RDIF가 '스푸트니크V' 백신의 위탁생산(CMO)을 맡긴 국내 제약사 한국코러스(지엘라파의 자회사)의 생산시설및 공정, 향후 추가생산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것. 백신 개발자인 '가말레야 센터' 연구원도 대표단에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백신의 위탁생산 조사단(실사단)이다.

러시아 아에로플로트 항공/사진출처:항공사

이들은 자가격리를 마치고 일러야 내달 4~5일 춘천에 있는 한국코러스 생산 공장 방문이 가능하다. 

지엘라파는 '스푸트니크V'측과 연간 1억5,000만도즈(1회 접종분) 생산 계약을 맺고, 지난해 12월부터 생산한 백신을 중동지역으로 공급하는 중이다. 그러나 스푸트니크V 백신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면서 국제사회에서 수요가 폭증하자, RDIF측으로부터 생산 확충 요청을 받고 고민에 빠졌다. 단시일에 자체 생산 시설을 증설할 수 없기 때문.

러시아 스푸트니크V 백신/사진출처:모스크바 시 mos.ru

생산 시설을 갖춘 전문 CMO업체와 컨소시엄을 형성하는 것은 지엘라파에게는 '신의 한수'였다. 국내에서 스푸트니크V 백신에 대한 주도권을 잃지 않으면서 RDIF측의 공급 요청 물량을 댈 수 있는 방법이다. 

'컨소시엄'의 파트너로 등장한 업체가 청주에 공장을 둔 바이넥스와 용인의 이수앱지스 등이다. 한국코러스는 두 제약사와 이미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넥스와 이수앱지스의 생산 능력은 각각 연간 1억5,000만 도즈 규모. 한국코러스가 두 업체와 컨소시엄을 형성해 백신을 생산한다면, 연간 4억5,000만~5억 도즈의 생산이 가능해진다. 

한때 RDIF측과 백신 생산 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진 GC녹십자는 지엘라파의 컨소시엄 구상으로 뒷전으로 밀릴 수 밖에 없어 보인다. 다만, RDIF측으로서는 추후 협의 가능성을 보고 청주로 내려간 김에 GC녹십자의 생산 시설도 둘러볼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 스마트폰 윙/사진출처:LG전자 홈피

RDIF 대표단이 방한을 앞두고 주목받는 이유는 또 있다. LG전자가 매각 방침을 세운 스마트폰(MC) 사업부 인수 가능성이다. 16일 증시 주변에서는 RDIF 대표단이 서울에서 LG전자 고위 임원과 만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RDIF가 LG전자 MC 사업부의 새로운 인수 후보로 부상했다는 소문이 나돈 건 그 때문이다. 

그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우선 RDIF 자금의 성격부터 보자. RDIF는 러시아의 에너지 기업들이 원유와 가스 등을 수출하면서 세금조로 낸 돈으로 만든 투자자금이다. 지난해 4월 현재 수십조 루블 (서방측 추산 5천600억 달러)에 이른다.

푸틴 대통령과 만난 키릴 드미트리예프RDIF 대표/사진출처:크렘린.ru

신종 코로나 사태에 이은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저유가) 석유 전쟁'으로 러시아의 심각한 재정적자 문제가 대두했던 지난해 4월(당시는 러시아의 전국민 휴무및 자가격리 조치가 내려진 상태였다), 당시 안톤 실루아노프 재무장관은 총리 주재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최근 몇년간 원유 수출로 모아놓은 국부펀드(RDIF 자금) 덕분에 배럴당 25~30달러의 저유가 상황에서도 앞으로 몇년간 정부가 예산을 집행하는 데 문제가 없다".

RDIF가 러시아 정부의 비상금 성격을 지닌 돈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러시아 국부펀드라고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로 키릴 트미트리예프 RDIF 대표는 푸틴 대통령의 '이너서클'(권력핵심 그룹)에 속하며, 독대가 가능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 자금 또한, 일부가 푸틴 돈으로 해석될 소지도 있을 것 같다)

러시아 RDIF 홈피. 스푸트니크V 백신 소개가 메인으로 올라와 있다/캡처

RDIF의 원래 기능은 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다. 모스크바 혁신도시 '스콜코보'를 중심으로 한 유망한 벤처기업에 투자하고, 스푸트니크V 백신을 개발한 '가말레야 센터'측에 개발 자금을 지원한 이유다. 해외 자금을 러시아로 끌어들이는 창구 역할도 맡는다. 지금까지 해외투자자로부터 수백억 달러를 투자유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외와의 투자 협력에도 적극적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019년 9월 모스크바에서 열린 '한러경제과학기술공동위원회(경제공동위) 18차 회의' 참석 기간에 키릴 드미트리예프 대표를 만나 남북한-러시아 3국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도 했다. 북한에 대한 공동 투자 가능성을 협의했다는 뜻이다. 

지난 2017년 10월에는 한국금융투자협회와 한-러시아 상호투자 협력에 관한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당시 양측은 한-러 양국의 상호투자 확대와 금융회사의 상대국가 진출 지원, 상호 인적교류, 투자행사 공동 개최 등 다양한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RDIF가 해외의 적자 기업을 사들이기 위해 큰 돈을 투자했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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