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메이저 대회 '호주 오픈'에도 거센 '러시아 바람'
테니스 메이저 대회 '호주 오픈'에도 거센 '러시아 바람'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1.02.18 04: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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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강에 러시아 선수 3명 진출, 메드베데프와 카라체프가 4강에 올라
무명의 카라체프, 이번 대회서 '신데렐라'로, ATP컵 우승에 이어 4강

러시아 테니스계에서 또 한명이 '스타 탄생'이 이뤄졌다. 호주 멜버른에서 열리고 있는 메이저 테니스 대회 '호주 오픈'(총상금 8천만 호주달러·약 686억원)에서 세계 랭킹 114위에 불과한 아슬란 카라체프(28) Аслан Карацев가 남자 단식 준결승에 진출했다.

그는 16일 열린 8강전에서 그리고르 디미트로프(21위·불가리아)에게 3-1(2-6 6-4 6-1 6-2) 역전승을 거둬 예선을 거쳐 출전한 선수로서는 44년만에 이 대회 4강에 올랐다. 지난 1977년 밥 길티넌(호주)가 예선을 거쳐 4강에 오른 마지막 선수였다. 메이저 대회 역사로도 지난 2000년 윔블던의 블라디미르 볼치코프(벨라루스) 이후 21년 만이다. 

4강에 오른 아슬란 카라체프의 다양한 포즈/사진출처:트위트

카라체프는 세계 랭킹 1위이자 '호주 오픈의 사나이'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를 상대로 결승 진출에 도전한다. 예선 통과 선수가 메이저 대회 단식 결승에 오른 사례는 아직 없다. 객관적으로도 카라체프는 4강 진출에 만족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그는 이미 충분히 많은 것을 얻었다. 그는 지금까지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보다 한 등급 낮은 챌린저를 주 무대로 삼아왔다. ATP 투어 대회에서는 2회전인 16강에 세 차례 오른 것이 가장 좋은 성적이다. 지난해 111위가 자신의 최고 랭킹. 

85만 호주달러(약 7억3천만원)의 상금도 이미 확보했다. 카라체프가 2009년부터 10년 넘게 프로 선수로 뛰면서 모은 상금 61만8천354달러(약 6억8천만원)보다도 많은 돈이다. 결승 진출에 실패하더라도, 세계 랭킹 42위 안팎으로 올라 주요 대회 출전에 더이상 예선을 거칠 필요가 없을 전망이다. 

1993년 9월 러시아 남부 산악지대 북카프카스의 블라디카프카스에서 태어난 카라체프는 어릴 때 이스라엘로 이주했다가 10대 시절에 다시 러시아로 돌아왔다. 테니스는 이스라엘에서 배웠다. 

프로 무대에 뛰어든 그는 지난 2013년 와일드 카드로 ATP투어(상트페테르부르크 오픈)에 데뷔했으나 첫 경기에서 패해 탈락했다. 2014년 러시아 테니스 국가 대표팀에 뽑혔으며, 호주 오픈에 앞서 열린 국가대항전 ATP컵 대회에 다닐 메드베데프, 안드레이 류블레프와 함께 출전해 우승한 바 있다. 

지난 2015년 광주 하계 유니버시아드에 출전한 그는 단식 결승에서 정현에게 1-2(6-1 2-6 0-6)로 역전패해 준우승에 그친 바 있다. 

호주 오픈 준결승 진출자들. 왼쪽 2번째가 카라체프, 3번째가 메드베데프 

첫 메이저 대회인 호주 오픈에서도 지난해 불어닥친 '러시아 돌풍'이 이어지고 있다. 3명의 출전 선수가 모두 8강에 올랐고, 그중 2명이 4강에 진출했다. 외신은 "메이저 대회 역사상 러시아 선수 3명이 8강에 진출한 적이 없다"며 "마라트 사핀이 2005년 호주 오픈을 제패한 후 처음으로 러시아 선수가 우승을 노리고 있다"고 전했다. 

결승 진출이 유망한 선수는 역시 세계랭킹 4위의 메드베데프다. 그는 17일 ATF컵 대회 우승컵을 함께 들어올렸던 안드레이 류블레프를 꺾고 4강 진출에 성공했다. 19연승 중.

다닐 메드베데프의 경기 모습/사진출처:호주 오픈 트위트

러시아 언론은 메드베데프-류블레프의 승부가 호주 (멜버른)의 무더위 극복 여부로 갈렸다고 진단했다. 1세트에서 메드베데프와 팽팽한 승부를 펼친(7-5 패배) 류블레프가 2세트 들어 지치기 시작하더니, 허무하게 3세트까지 내주고 말았다는 것. 3-1(7-5, 6-3, 6-2). 

메드베데프는 라파엘 나달(랭킹 2위, 스페인)에게 3-2로 역전승을 거둔 스테파노스 치치파스(6위, 그리스)와 결승 진출을 다툰다. 그러나 치치파스와 상대 전적에서는 1승 5패로 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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