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지금) 신종 코로나로 새 자동차 검사 제도 연기, 졸업생 시험도 단축
(러시아는 지금) 신종 코로나로 새 자동차 검사 제도 연기, 졸업생 시험도 단축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1.03.01 15: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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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슈스틴 총리, 3월 시행 획기적인 새 자동차 검사 제도 시행을 10월로 전격 연기
원격 수업으로 학력 저하가 뻔한 학생들 구제책은? 졸업시험 등서 선택과목 줄여

당초 3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던 러시아의 자동차 검사 제도 개편이 신종 코로나(COVID 19) 사태로 10월로 연기됐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미하일 미슈스틴 총리는 신종 코로나 방역 제한 조치와 맞물려 새로운 자동차 검사제도에 대한 사전 준비가 미흡하고 시행시 현장의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반영해 제도 시행을 오는 10월로 늦추는 행정명령을 최근 발령했다.

미슈스틴 총리, 새로운 자동차 검사제도 시행을 10월로 연기/얀덱스 캡처

이 명령으로 한층 까다로운 자동차 검사에 잔뜩 신경을 써온 운전자들은 일단 "시간을 벌었다"며 흡족해하는 반면, 어려운 여건에서도 새 제도 시행에 맞춰 투자한 자동차 수리공장및 카센터 등은 울상이라고 한다. 

연식이 오래되고 노후한 자동차들이 많은 러시아에서 그동안 엄격한 자동차 검사(외관및 기술·기능 검사)는 반드시 시행해야 할 과제로 꼽혔다. 폐차 수준의 자동차가 굴러다니고, 허술한 정비로 인한 도로위 고장 차량들은 도시 미관을 해치고, 교통사고및 정체의 원인이 된다는 불만들이 적지 않았다. 러시아 교통부가 3월부터 새로운 자동차 검사제도를 도입한 이유다.  

구소련을 대표한 자동차 모델 지굴리

하지만, 문제는 신종 코로나에 인한 사전 준비 미비. 일부 업체는 새 제도에 맞게 최신 설비를 도입하고 숙련된 기술자를 양성하는 등 준비에 나섰지만, 러시아 전체적으로 미흡한 상황. 새해 들어 준비 미비에 따른 현장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새 제도의 내용을 뜯어보면, 우리나라도 놀랄만큼 엄격하고 선진적이다. 우선 자동차 수리및 검사 등 모든 이력을 디지털화한다. 정기적인 검사 결과를 디지털(전자) 형식으로 기록하는 것은 물론, 차량의 수리 여부도 모두 등록해야 한다. 자동차에 관한 이같은 통합관리시스템을 출범시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국내의 경우, 자동차 회사의 공식 애프트서비스 공장에 가야만, 특정 자동차의 점검및 수리 내역이 모두 저장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간단한 점검을 위해 주변 카센터를 찾을 경우, 그 내역은 본인이 기억해야 한다.

러시아의 자동차 검사 장면/현지 언론 동영상 캡처

보다 중요한 건 정상적인 자동차 검사다. 새 제도에 따르면 출고 4년 미만의 자동차는 검사가 면제되지만, 4~10년 된 차동차는 2년마다, 10년 이상 된 자동차는 매년 검사를 받아야 한다. 검사를 받지 않고 운행하다 적발되면 과태로 2,000루블이다.

제도가 시행되면 검사를 받기 위해 노후 자동차들이 한꺼번에 검사장으로 몰려올 게 뻔하다. 시간당 혹은 하루 검사할 수 있는 자동차 대수를 감안하면, 현장은 혼란을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현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하지만, 미슈스틴 총리는 새로운 제도 시행을 10월 1일로 연기하면서 신종 코로나로 인한 '일시적인 처방'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10월까지 정부부처든, 자동차 정비 관련 업체든, 운전자든 준비에 만전을 다해 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특히 관련 부처에 모든 절차와 기술 구현에 집중해 새 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하고 운전자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지시했다. 하지만 오는 10월에도 그게 쉬울까? 

미슈스틴 총리, 신종 코로나로 쉬꼴라 학생들의 졸업시험을 단순화/얀덱스 캡처

신종 코로나로 제도 자체가 파행을 겪는 분야는 또 있다. 장기간의 원격 (화상)수업에 따른 '쉬꼴라'(초중등) 학생들의 실력 저하다. 러시아에서는 쉬꼴라 11학년(우리식으로는 고교 3년 졸업반)과 9학년(고교 1년)에 전국적으로 학력평가 시험을 치른다.

11학년 학생들이 치르는 시험은, 중등교육 과정을 정상적으로 이수했다는 사실을 검증하는 절차(제 때 졸업을 못하는 학생들이 있다)이자, 대학입학 학력고사이다. 이 시험들을 최대한 단순화할 것을 미슈스틴 총리가 지난 27일 지시했다.

지난해의 경우, 러시아 교육부는 코로나 사태로 6월 8일 치를 예정이던 11학년 학생들의 국가통합시험(Еди́ный госуда́рственный экза́мен, ЕГЭ. 영어로는 USE)을 연기한 바 있다. USE는 중등교육과정의 졸업시험과 대학입학 학력고사의 성격을 함께 가진 국가 주관시험이다. 다만, 대학 진학을 희망하지 않는 학생들은 USE를 굳이 응시하지 않아도 된다. ГВЭ-11(государственный выпускной экзамен ГИА по образовательным программам)을 통과하면 소위 졸업장은 받게 된다.

신종 코로나로 원격 수업하는 학생(위)과 텅 빈 모스크바 학교/사진출처: 모스크바 시mos.ru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미슈스틴 총리는 USE와 졸업시험 (ГВЭ-11)의 선택 과목을 줄일 것은 교육당국에 지시했다. 자칫하면 학력 저하로 많은 학생들이 제때 졸업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질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우리와 달리 3월에 학기기 사직되는 것이 아니고 9월에 시작된다. 

ГВЭ-9(고교 1학년 시험)도 마찬가지. 이 시험에 탈락해 9월 새학기에 유급 학생이 많아지는 것도 큰 문제가 될 것이다. 

시험 자체가 지난해처럼 연기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당국에 따르면 USE는 대학 입학 시기에 맞춰 5월31일부터 7월 2일까지, 추가 시험은 7월 12~17일 치러진다. 

지난해 9월부터 원격수업으로 대면 교육을 거의 통째로 쉬다시피한 러시아 학생들에게 신종 코로나는 '악몽'이나 다를 바 없다. 그래도 졸업생들은 자신의 진로를 고민할 시기는 다가오고 있다. 현지 언론은 11학년 졸업반 학생들이 ЕГЭ(USE)와 ГВЭ 중 어떤 시험을 택할 것인지, 5월 중순까지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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