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 이번엔 '나발니' 제재 - "와서 잡아가라" 비꼰 러 올리가르히
미국과 유럽, 이번엔 '나발니' 제재 - "와서 잡아가라" 비꼰 러 올리가르히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1.03.03 06: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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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발니 독살기도, 구속 수감에 바이든 행정부, 러 고위인사 대상 첫 제재조치
러시아, 상응하는 보복 조치 공언 - FBI 현상금 수배 비꼬는 러 분위기가 현실

러시아에 대해 미국과 유럽이 또다시 '제재 카드'를 뽑아들었다. '반푸틴' 야권 인사인 알렉세이 나발니에 대한 러시아 당국의 독살 시도와 구속 수감 등에 대한 대응 조치다. 그러나 그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미 재무부는 2일 알렉산드르 보르트니코프 연방보안국(FSB)국장과 세르게이 키리옌코 대통령 행정실 제1부실장 등 러시아 개인 7명과 복수의 기업(단체)들을 대상으로 한 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러시아 국방부 산하의 33번째 중앙연구소와 국가유기화학및기술연구소 등 생화학 물질 연구및 생산과 관련이 있는 단체들도 명단에 포함됐다.

미, 나발니 관련, 대러시아 제재 명단 발표/얀덱스 캡처

구체적인 제재 방식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하지 않으나, 개인의 경우, 대체로 미국 입국금지와 미국내 자산 동결조치 등이, 단체에 대해서는 미국 기업(단체)와의 교류및 협력 금지, 자금지원 중단 등이 큰 줄기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이번 제재는 러시아 당국이 나발니 독살 시도의 배후세력이라는 미 정보 당국의 판단을 근거로, 유럽연합(EU)와 대러 제재의 보조를 맞추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한 고위 관리는 "정보 당국은 지난해 8월 러시아 정보기관 소속 요원들이 나발니를 독살하기 위해 '노비촉'으로 알려진 신경작용제를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모스크바 시법정에 출두한 나발니(팔짱을 끼고 있는 이)/사진출처:모스크바 시 법원

나발니 독살 기도 사건과 관련, 러시아에 대해 제재조치를 취한 EU측은 나발니의 구속 수감에 관여한 이고리 크라스노프 검찰총장, 알렉산드르 바스트리킨 러시아 연방수사위원회 위원장, 알렉산드르 칼라시니코프 연방교정국 책임자 등 4명을 제재하기로 했다.

러시아 제재에 비교적 소극적이었던 트럼프 전 행정부와 달리, 조 바이든 행정부는 정권 출범 초기부터 러시아에 대해 강한 압박작전으로 나오는 모양새다.

서방 측의 제재 조치 발표에 러시아 측이 크게 반발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지만, 이번 제재 역시 실효성보다는 상징성이 더 크다는 평가를 피해가지 못하고 있다. 사실상 러시아를 움직이는 최고위급 인사들에 대한 제재라는 게 실효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게 그간의 경험칙이다.   

실제로 이번 제재의 원인을 제공한 야권 인사인 나발니조차도 서방 측에 푸틴 대통령을 압박하기 위해서는 보다 실효성 있는 제재 조치를 취해줄 것은 요구한 지 오래다. 러시아와 각을 세우고 있는 우크라이나 정부도 최근 "러시아는 2014년부터 시작된 숱한 서방측 제재에 이미 적응한 상태"라며 자국내 러시아어 TV 채널 폐쇄와 친러 정치인들에 대한 활동 제재 등 과격한 노선으로 돌아선 바 있다. 

프리고진이 소유한 회사 '콘코드'가 지난달 26일 올린 VK 포스팅. 프리고진의 실제 주소를 공개하면 미 FBI측에 현상금 25만달러 지급을 요구했다/캡처
식탁에서 푸틴 대통령을 접대하는 프리고진(왼쪽) / 사진출처:얀덱스

지난 달에는 미국의 제재에 대한 러시아측 반응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푸틴의 요리사'로 불리는 최측근 '올리가르히'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소유한 기업 콩코드는 지난달 26일 러시아 소셜네트워크 VK를 통해 프리고진의 실제 주소를 공개하며 미 연방수사국(FBI) 측에 현상금 25만달러의 지급을 요구했다. FBI는 미 대선에 개입한 혐의(미국 선관위 업무 방해)로 프리고진 수배령을 내리고 현상금을 걸었는데, 그의 회사가 "여기 가면 프리고진이 있으니 와서 잡아가고, 현상금을 달라"는 것이다. 

물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즉각 미국과 EU에 대해 상호주의에 입각한 보복을 경고하고 나서는 등 외교적으로 발끈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러시아도 어떻게든 명분을 찾아 미국과 EU 인사들을 제재할 것이다. 그러나 그 뿐이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에 대한 보복조치로 서방측이 경제봉쇄령에 가까운 제재를 가했지만, 푸틴 대통령은 여전히 건재하고, 러시아는 신종 코로나(COVID 19) 백신인 스푸트니크V를 앞세워 국제사회를 휘젓고 있다. 솔직히 서방측의 제재로 달라진 건 별로 없다. 제재의 저항력만 키워주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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