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양약품 '슈펙트'의 코로나 치료제 임상 3상, 러시아서 실패로 끝났다
일양약품 '슈펙트'의 코로나 치료제 임상 3상, 러시아서 실패로 끝났다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1.03.04 1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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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예고된 결과? 러시아 대형 제약사 'R-팜' 주관의 임상 3상서 '실패' 결론
슈펙트의 러시아 판매 등록은 기존의 '백혈병 치료제'로, 코로나 치료제는 안돼

일양약품은 그동안 백혈병 치료제로 사용된 '슈펙트'(성분명 라도티닙, радотиниб)를 신종 코로나(COVID 19) 치료제를 활용(약물 재창출)하기 위한 임상 3상 시험에 실패했다고 4일 밝혔다. 

일양약품은 러시아의 유력 생명공학 그룹(제약사) 알팜(R-PHARM, 러시아어로는 Р-фарм 에르-팜)사가 '라도티닙'의 코로나 치료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현지 10여개 의료기관에서 임상 3상을 실시한 결과, 기존의 표준 권장 치료보다 우수한 효능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슈펙트/사진출처:일양약품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알팜사는 '라도티닙'을 러시아에서 신종 코로나 치료제가 아닌, 백혈병 치료제로 판매 등록을 신청할 것으로 전해졌다. '라도티닙'은 지금까지 러시아에서 판매 가능한 약품으로 등록돼 있지 않았다. '라도티닙'은 일양약품이 자체 개발한 국산 18호 신약 슈펙트의 주성분이다. 

국내 바이오제약사들은 기존 약품을 신종 코로나 치료제로 활용하기 위한 '약물 재창출' 임상을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많은 러시아에서 진행해 왔는데, 일양약품의 임상 시험 실패를 계기로 러시아 임상 자체를 '증시 호재'로 보거나, 과도한 기대를 갖는 것은 이제 자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특히 알팜사는 러시아 신종 코로나 백신 '스푸트니크V' 생산을 초창기부터 맡을 정도로 대형 제약사다. 일양약품과의 관계는 지난 2014년 '슈펙트' 의 러시아 시장 진출권(홍보및 개발)을 따내면서 시작됐다. 일양약품으로서는 러시아에서 '알짜배기' 파트너를 잡은 것이나 다름없으나, 신종 코로나 치료제 분야에서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러시아 생명공학 'R-팜' 그룹/페이스북 캡처

알팜사는 지난해 5월 러시아 보건당국으로부터 슈펙트 '약물 재창출'을 위한 임상 시험 허가(의약품의 임상 시험 승인 번호 194)를 따냈다. 이후 국내 증시에서 일양약품은 '신종 코로나' 관련주로 떠올랐다. 치료제 련 보도가 나올 때마다 일양약품 주가는 하늘 높은 줄 몰랐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불만은 적지 않았다고 한다. 일양약품 측이 임상 진행 과정이나 결과 발표 등에 대해 구체적인 정보를 제때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에만 해도 러시아의 의약품 전문 사이트 'Medum.ru'의 '라도티닙(슈펙트)' 임상 시험 항목에도 '임상 결과가 언제 나오느냐'는 질문이 올라오곤 했다. '코리아 발' 질문도 적지 않아 보였다. 

당시만 해도 '성급한 질문'이었다. 러시아 의약품의 임상 시험 등록에 따르면 '슈펙트' 임상 시험 기간은 6개월여(2021년 4월 30일)가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 관련기사 2020년 10월 22일자 (추적) 일양약품의 러시아 임상, 백신의 위탁생산설을 따라가보니...  참조

일양약품이 당초 예상보다 일찍 임상 결과를 발표한 것은 임상에 실패한 탓으로 보인다. 성공하지 못했으니, 임상 결과를 상세하게 정리할 시간도 필요없기 때문이다. 

사실 슈펙트의 러시아 임상은 현지에서 그리 주목받지 못했다. 러시아 포탈사이트 얀덱스(yandex.ru)에서 '라도티닙 임상시험'을 검색해 보면, 현지 언론의 보도는 거의 찾을 수 없다.

알팜사 홈페이지에 올랐던 '라도티닙' 임상 홍보 보도문(가운데)
지난해 5월 알팜사의 '라도티닙' 임상시험에 관한 러시아 매체 보도/캡처 

현지에서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알팜사가 지난해 5월 자체 홈페이지에 올린 홍보 보도문. 알팜사는 "러시아 연방의 11개 의료기관(입원 환자 180명 대상)에서 입원한 신종 코로나 환자들을 대상으로 '라도티닙'의 효능과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해 무작위 연구를 수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알팜사는 이후 '라도티닙' 임상과 관련해 관련 소식을 한 차례도 올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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