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백신은 지금) 스푸트니크V에서 국내 위탁생산설의 3번째 '코비박'까지
(러시아 백신은 지금) 스푸트니크V에서 국내 위탁생산설의 3번째 '코비박'까지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1.03.07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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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백신 'EMA에 사용 승인 신청' - 미 파우치 소장 "스푸트니크V 자료 충분"
두번째 백신 "60세 이상 노령층 임상 끝내, 안전성 확인" - 생산시설 확충중
세번째 백신 "벌써부터 국내 위탁생산설, 2~3개월내 주요 의학학술지 게재"

러시아가 지금까지 시장에 내놓은 신종 코로나(COVID 19) 백신은 3종이다.

영국의 세계적인 의학 학술지 '랜싯'에 '등록후 임상'(임상 3상) 결과 보고서가 실리면서 몸값이 달라진 첫번째 백신 '스푸트니크V'는 이미 전세계 40여개국에서 긴급 사용승인 허가를 받았다. 국내에서도 백신의 위탁생산(CMO) 여부를 놓고 제약사간에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스푸트니크V'는 유럽연합(EU)에 진출하기 위해 유럽의약품청(EMA)에 사용 승인 신청을 했고, EMA는 엊그제 동반 심사(긴급 사용 승인) 개시를 확인했다. 러시아 측은 오는 6월부터 유럽에 백신을 제공하겠다는 야심찬 청사진을 내놓고 있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 스푸트니크V 백신 칭찬/얀덱스 캡처
스푸트니크V 백신/사진출처:모스크바 시 mos.ru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은 6일 그리스 TV채널 '스카이'와 회견에서 "스푸트니크V 백신에 대한 데이터는 충분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중국 백신과 달리 러시아 데이터는 좋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처럼 서방 전문가들의 평가가 날로 높아지는 가운데, 스푸트니크V 백신이 EMA의 승인까지 받는다면, 그야말로 미국의 화이자, 유럽의 아스트로제네카와 함께 세계 '3대 백신'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 측은 지금도 사용 승인 국가 수로 따지면 '3대 백신'이라고 큰소리치는 중이다. 

지난해 10월 러시아의 두번째 백신으로 등록된 '에피박코로나' 백신은 이달 중순부터 양산에 들어가 곧 대량접종에 사용될 것으로 전해졌다.

노보시비르스크 '벡토르 센터'의 '에피박'백신 실험및 생산시설을 돌아보는 미슈스틴 총리/사진출처: 러시아 행정부.ru

현지 언론에 따르면 '에피박' 백신을 개발한 노보시비르스크의 '벡토르 센터'는 5일 연구소를 방문한 미하일 미슈스틴 총리에게 "60세 이상 고령층을 상대으로 '에피박' 백신의 '추가 임상'(임상 3상)을 성공적으로 마쳤다"며 "이달 중에 50만 도스에 가까운 물량을 각 지역에 제공할 것"이라고 보고했다.

이 백신은 '벡터 방식'의 스푸트니크 V와 달리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단백질 일부인 항원을 인위적으로 합성하는 방식으로 만든 백신이다. 지난 200년간 개발된 백신의 약 80%가 이 방식으로 만들어질 만큼 전통적인 방식이라고 한다.

현지 전문가들은 "면역 기간이 스푸트니크V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을 수는 있으나 인체에 미치는 자극을 최대로 순화해 고령층 접종에 적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화이자 백신 등 일부 백신을 접종한 고령의 노인들이 인체에 미치는 백신의 인위적 자극을 견디지 못하고 사망하는 사례가 유럽에서 잇따라 발생, 큰 문제가 되고 있다. 

러시아 보건당국도 이날 '에피박' 백신의 접종 대상 연령을 60세 이상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등록 당시 이 백신은 18세~60세 성인용으로 권고됐다.

'에피박' 백신은 러시아의 30개 의료기관 등에 5만도스가 제공됐으며, 오는 18일까지 47만5,000 도스가 공급돼 하순부터 민간인 접종이 시작될 전해졌다. 

에피박코로나 백신/사진출처:벡토르 센터

문제는 역시 '스푸트니크V'의 초창기와 마찬기지로 대량 생산시설의 확보다. 미슈스틴 총리도 '벡토르 센터'의 생산시설을 돌아보며 인프라를 확충할 것을 지시했다. '벡토르 센터' 측은 올해 상반기에 1천100만 도스를 생산해 공급할 계획이라며 "국내 수요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해외 수출은 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벡토르 센터'측의 생산 계획을 믿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열흘 전(2월 20일) 만해도 리나트 막슈토프 센터 소장은 현지 TV 채널 '러시아-24'와의 인터뷰에서 "내달(3월) 중 150만 도스, 4월부터는 월 500만 도즈를 생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만한 물량을 생산하는 인프라를 단시간에 확충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중앙일보 3월4일자 보도/캡처

러시아의 세번째 백신 '코비박코로나'는 이미 국내 위탁생산 보도가 나올 정도로 관심(?)을 끌고 있다.

중앙일보는 최근 "러시아 추마코프 연방과학연구소(이하 추마코프 센터)는 모스크바 파트너스 코퍼레이션(Moscow Partners Corporation·MPC, 이하 MPC)과 '코비박'(CoviVac) 위탁 생산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MPC는 러시아 백신을 전문적으로 생산하기 위해서 한국에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라고 소개했다.

중앙일보는 이전에도 러시아 '스푸트니크V' 백신의 GC녹십자 위탁생산설을 처음 특종(?) 보도했으나 오보로 판명됐다.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스푸트니크V의 국내 위탁생산 업체는 한국코러스(지엘라파의 자회사)였다.

이번 보도도 의심스러운 측면이 없지 않다. MPC를 네이버에서 검색해 보면 거의 중앙일보 기사 혹은 인용 콘텐츠 일색이다. 새로울 게 별로 없다.

투자컨설팅업체 '모스크바 파트너스' 홈피/캡처

러시아 포탈사이트 얀덱스(yandex.ru) 검색은 어떨까? 'Московские партнеры' (Moscow Partners)는 특수목적법인이 아니라, 지난 1993 년 문을 연 투자전문 컨설팅 회사로 나와 있다. 2011년 부터 기업상장(IPO) 중개및 딜러, 투자, 인수합병, 신탁관리 등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로 소개돼 있다. 

중앙일보가 보도한 MPC가 얀덱스에서 검색된 투자전문 회사라면, '추마코프 센터'측과 백신 위탁 생산을 위한 MOU를 체결했을 가능성이 있다. '스푸트니크V' 백신의 해외 생산및 유통을 맡는 '러시아직접투자펀드'(RDIF)와 같은 역할을 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추마코프 센터'는 구소련 시절부터 백신 연구로 권위를 인정받는 곳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등록된 러시아 백신 연구기관은 '추마코프 센터'가 유일하다. '추마코프 센터'가 신종 코로나 백신의 개발 방식으로 질병을 일으키는 코로나바이러스 자체를 이용하는, 가장 전통적인 개발 플랫폼을 택한 이유와 무관하지 않다. 

추마코프 센터 소장, 새로운 백신의 특징 설명/얀덱스 캡처
'코비박' 백신/현지 언론 동영상 캡처

아이다르 이슈무하메토프 '추마코프 센터' 소장은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코비박'은 유전자 정보의 조각이 아닌 질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 자체(불활성화)를 사용했기 때문에 어떤 변이 바이러스에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슈무하메토프 소장은 또 "백신 등록후 바로 생산에 들어갔으며, 품질 평가등이 끝나면 오는 20일쯤 첫 백신이 시중에 공급될 것"이라며 "월 50만도스를 생산할 수 있는 생산 라인을 확보한 상태"라고 밝혔다. 또 "생산시설을 늘려 연말까지 1천만 도스를 공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임상 3상'에 들어갈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임상 3상 결과를 기다릴 필요도 없이 2~3개월안에 국내외 의학잡지에 '코비박' 백신의 효능에 관한 보고서를 게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비활성화 코로나바이러스를 이용한 백신이라는 점에서 예방 효능과 안전성 등에는 문제가 없다는 자신감으로 들린다. "지금까지 300여명이 백신을 맞았는데, 부작용이 거의 없었다"고 그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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