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러시아 세번째 백신 '코비박'의 국내 위탁생산설을 훑어보니
(추적) 러시아 세번째 백신 '코비박'의 국내 위탁생산설을 훑어보니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1.03.11 07: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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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있는 '추마코프 센터' 백신, 지난달 20일 러시아서 등록됐는데, 벌써 해외생산 MOU라니..

러시아가 개발한 세번째 신종 코로나(COVID 19) 백신 '코비박'(CoviVac)의 국내 위탁생산(CMO)설이 벌써부터 일부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세부사항 논의중", "비밀 유지 협약" 등을 들며 관련자들이 구체적인 논의 과정에 대해서는 함구하면서도 상당한 진척을 보이고 있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러시아가 개발한 또 하나의 백신을 국내 업체가 생산한다면, '굳 뉴스'다. 가능성도 없지 않다. 첫번째 백신 '스푸트니크V'의 해외 유통을 맡고 있는 러시아 직접투자펀드(RDIF) 대표단이 최근 방한해 국내 전문 업체의 생산 시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인프라 정보가 세번째 백신을 개발한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산하 '추마코프 백신연구개발센터'(이하 추마코프 센터)측에도 전달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러시아 첫백신 스푸트니크V를 국내 위탁생산하는 한국 코러스 생산라인/KBS TV캡처
러시아 세번째 백신 '코비박' 을 개발한 '추마토프 센터'의 생산 시설/사진출처:추마코프 센터

국내 위탁생산(CMO) 전문업체도 러시아와의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설 채비를 갖추고 있다. 러시아 '스푸트니크V'의 위탁 생산을 맡은 한국코러스(지엘라파의 자회사)에 대한 투자자 관심이 폭발하는 현장을 직접 눈으로 확인한 제약업체가 적지 않다. 증시에는 러시아백신 관련주라는 테마가 지금까지도 진행중이다.

관련 업계가 또 한번 러시아 백신 관련주 폭등을 기대하며 러시아 측과 적극적으로 접촉을 시도할 가능성은 늘 존재한다고 봐야 한다.

그 순간에 중앙일보가 지난 4일 단독이란 타이틀을 붙여가며 '코비박' 백신의 국내 생산설은 보도했다. 하지만 이 신문은 이미 '스푸트니크V' 백신의 국내 생산업체로 GC녹십자를 지목했다가 머쓱해진 바 있다. 다 알다시피, '스푸트니크V' 측과 위탁생산 계약을 맺은 업체는 무명의 중견 제약사 '지엘라파'였다.

지엘라파가 그 계약을 따낼 줄은 누가 상상이라도 했을까? 하지만 수주하기까지에는 나름대로 히스토리(비화)가 있다. 네트워크도 있어야 한다. 중동지역에 의약품 수출한 '지엘라파'의 현지 네트워크가 러시아 RDIF와 연결되는 접점이었다고 한다. 지엘라파와 RDIF의 신뢰와 능력, 경험을 알고 있는 중동 제약사가 양측을 이어준 것이다.

중앙일보 3월4일자 보도/캡처

중앙일보의 '코비박' 백신 국내 생산설엔 '모스크바 파트너스 코퍼레이션(Moscow Partners Corporation·이하 MPC)'라는 특수목적법인(SPC)이 등장한다. 보도에 따르면 MPC는 '코비박'의 한국 위탁생산 등을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이 법인이 지난 달 '코비박' 백신을 개발한 '추마코프 센터'와 위탁생산 및 한국을 포함한 아세안(ASEAN) 국가의 총판 권리 등을 포함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으로 전해졌다는 것. '모스크바 파트너스 코퍼레이션'를 러시아 포탈 사이트 '얀덱스'(yandex.ru)에서 검색해 보면 모스크바에는 컨설팅 투자 전문업체가 하나 있다. 물론 기사에 나온 SPC와는 다른 기업이다.   

중앙일보 보도 이후 국내 몇몇 언론은 MPC의 MOU 체결은 기정사실로 보고 기사를 쓰기 시작했다. MPC가 국내에서는 쎌마테라퓨틱스, 휴먼엔과 또 관련 MOU를 체결했다는 식이다.

하지만, 비즈니스 상대(파트너)와의 신뢰를 그 누구보다도 중요시하는 러시아 측이 임시로 설립된 SPC 법인과 품질관리가 중요한 새 백신을, 그것도 아세안 유통권한까지 포함하는 MOU를 체결했다는 이야기를 믿기는 쉽지 않다.

알려진 SPC의 구성을 보면 고개를 더 갸웃거리게 된다. 코스닥 상장사 '쎌마테라퓨틱스'와 '휴먼엔'이 참여하고, 특히 윤병학 쎌마테라퓨틱스 회장이 SPC의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고 있다고 한다. 윤 회장은 '휴먼엔'의 비상근 사내이사로도 재직 중이다. MPC 안팎의 흐름이 윤 회장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쎌마테라퓨틱스과 윤 회장은 이미 러시아 제약업계 진출을 추진한 주체로 알려져 있다. 쎌마테라퓨틱스는 러시아 의료기기 및 방사선색전술 전문기업 '베빅'(BEBIG, бебиг - 러시아어 발음으로는 '베비그'가 맞다)의 지분을 인수하고, 러시아 바이오제약업체 '팜신테즈'와 함께 신종 코로나 치료제 임상시험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중순 쎌마테라퓨틱스가 자본잠식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무상감자에 나설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는 등 자금 사정및 투자 유치가 순조롭지 않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당시 이 회사는 2020년 3분기에도 적자를 기록하며 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2020년 영업실적은 이달 중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쎌마테라퓨틱스의 러시아 사업도 지난해 신통치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 회사는 지난해 3월 '베빅'의 홀딩스 기업인 러시아 NBT CJSC (러시아식으로는 유한회사 НаноБрахиТек)의 지분 총 27%(총 2,700만주)를 인수하는 주식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인수 규모는 우리 돈으로 243억원대. 

안타깝게도 '베빅'는 이미 2019년 11월 러시아 투자업계의 '큰 손' 로스나노(Роснано)를 통해 '대호에이엘'이 인수를 추진하다가 중간에 포기한 회사다. '대호에이엘' 측은 공시에서 "상호 간 인수조건의 차이 및 대내외 환경변화"를 인수 포기 이유로 내세웠다. 쎌마테라퓨틱스는 한번 퇴짜 맞은 물건을 240억원대에 사들인 것이다. 

지난해 4월 러시아 제약사 '팜신테즈' 홈페이지에 소개된 신종 코로나 백신 개발(왼쪽)과 쎌마테라퓨틱스와의 계약 소식/캡처

쎌마테라퓨틱스는 또 지난해 4월 러시아 바이오 회사 '팜신테즈'와 항바이러스제인 '네오비르'(Neovir, Неовир)를 '약물 재창출' 임상 시험을 통해 신종 코로나 치료제로 등록하기로 했다. 시간이 1년 가까이 지났지만, 성과를 냈다는 소식은 아직 듣지 못했다. 러시아 임상을 추진한 일양약품처럼 실패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관련기사 1, 2020년 3월 28일 코스피상장사 셸마, 러시아 방사선색전술 전문 기업 '베빅' 인수
***관련기사 2, 2020년 4월 21일 쎌마테라퓨틱스, 러 '팜신테즈'와 신종 코로나 백신및 치료제 개발키로

***관련기사 3, 2020년 12월 19일 러시아 진출 바이오...쎌마, 일양약품의 희비

쎌마테라퓨틱스의 러시아 네트워크는 '로스나노'로 추정된다. 이 회사가 인수한 '베빅'과 치료제 개발 협력을 추진한 '팜신테즈'의 주요 투자자(지분 소유)가 바로 '로스나노'이기 때문이다.

쎌마테라퓨틱스가 '로스나노' 등 러시아 인맥을 총동원해 '추마코프 센터'와 접촉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는 예상되나, 이렇게 쉽고 빨리 MOU를 체결했다고는 믿기 힘들다. 

그 이유는 몇가지가 있다. 
우선 러시아의 두번째 백신 '에피박코로나'가 아니고, 왜 '코비박'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해야 한다.

'추마코프 센터'가 개발한 각종 백신들. 왼쪽부터 진드기, 광견병, 뇌염 백신/사진출처:추마코프 센터 홈페이지

'코비박'은 러시아의 첫번째, 두번째 백신과 달리 소련 백신의 자존심이라고 할 수 있는 '추마코프 센터'의 작품이다. 소아마비 백신을 비롯해 수많은 백신을 개발과 생산, 유통시키면서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다. 또 이미 안정성과 효과가 검증된 백신 개발 방식, 즉 불활성화한 코로나바이러스를 직접 활용해 백신을 만들었다는 사실도 장점이다. 안전성과 효능, 제조방법 등 여러 면에서 상업성이 높다.

그러나 이는 거꾸로 '추마코프 센터'가 모든 계약에서 갑의 위치에 서 있을 것이라는 점을 추측하게 해준다. 국내 SPC 법인이 원하는 대로 선뜻 MOU에 서명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뜻이다. 그 어려운 과정을 어떻게 극복했을까? 

추마코프 센터의 백신 '코비박'(위)와 연구실 전경/사진출처:추마코프 센터 홈피

또 MOU 계약 시점이 빨라도 너무 빠르다. '코비박'의 국가 등록은 지난 2월 20일 이뤄졌다. 아직 채 3주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해외 생산과 판권 논의를 했다니 믿기 어렵다. 러시아에서 일처리가 이렇게 빨리 진행되는 곳이 있었던가? 러시아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라면 고개를 흔들 것이다.

실제로 '코비박'은 현재 어떤 단계에 와 있는지 한번 살펴보자. 
러시아 당국이 신종 코로나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공식 사이트 '스톱코로나바이러스.ru'에는 지난 8일 '코비박' 백신 개발 책임자인 아나스타시야 피냐예바(Анастасия Пиняева) (혁신 및 산업화 기술개발 및 도입) 부서장의 인터뷰 내용이 올라왔다. '코비박'의 개발 과정과 현재 상태, 향후 유통 계획까지 '코비박'에 대해 거의 모든 것을 설명해주는 인터뷰다.

스톱코로나바이러스.ru에 올라온 '코비박'백신 개발 책임자 피냐예바 인터뷰/캡처

이 인터뷰에 따르면 '코비박'은 첫번째 생산 백신(제품)에 대해 품질 검증을 거치는 중이다. 러시아의 의약품 관리기구인 '로스드라브나조르'(Росздравнадзор, Федеральная служба по надзору в сфере здравоохранения, 우리 식으로는 식약처)가 처음 생산된 10만 도즈(1회 복용분)를 검수하고 있는 것이다. 이 검수가 끝나는 이달 말에야 시중에 유통될 것이라는 게 피냐에바 부서장의 이야기다. 

그녀는 또 "3단계 임상 시험을 거쳐 완전한 등록(국제적 인정을 뜻하는 듯)을 얻으면 국제 시장에도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3단계 임상이 언제 끝날지 아직 불투명하다.

추마코프 센터 측은 백신 생산 과정이 복잡하고 까다롭기 때문에 아직 한 곳에서만 월 50만 도즈 생산을 추진 중이다. '스푸트니크V' 백신이 러시아 국내에서만 7군데서 생산되는 것에 비하면 이제 갓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 업체와 추마코프 센터 측과의 접촉 여부를 현지 포탈사이트 '얀덱스'(yandex.ru)를 검색해봐야 나오는 건 당연히 없다. 현지에서도 이제 이 백신은 어떤 방식으로 개발됐느냐? 앞선 다른 2개 백신과 어떻게 다른가? 부작용은 없을까? 이런 내용들이 나오는 수준이다. 두 말할 것도 없이 '물밑 접촉'을 갓 시작한 수준일텐데, 너무 성급하게 앞서가는 내용들이 너무 많은 듯하다. 왜? 뻔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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