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백신 고민' - 늘어나는 AZ 접종 중단, 높아지는 '스푸트니크V' 요구
유럽의 '백신 고민' - 늘어나는 AZ 접종 중단, 높아지는 '스푸트니크V' 요구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1.03.16 06: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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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 통신 "EU, 백신수급 불균형 해소 위해 스푸트니크V 백신 구매 협상 검토"
AZ 접종중단,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으로 확산 - EU 백신 정책 혼란 가속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의 일시적인 접종 중단이 유럽연합(EU)의 주축국인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EU가 백신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러시아 스푸트니크V 백신의 구매 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보도가 현지에서 나오고 있다. 또 유럽의약품청(EMA)이 이르면 5월 중에 '스푸트니크V'의 긴급 사용을 승인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모두 세계적인 통신사 로이터 발이다. 

이탈리아, 프랑스도 독일의 뒤를 따라 AZ 접종 일시 중단/얀덱스 캡처
WHO, 16일 AZ백신의 안전성 문제를 검토/얀덱스 캡처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프랑스와 이탈리아, 독일, 스페인 등이 15일 예방 차원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기로 했다. 오스트리아를 시작으로, 덴마크, 노르웨이, 네덜란드, 아일랜드 등이 아스트레제네카 백신의 일부 제조단위 물량 또는 전체물량에 대한 접종을 유보한 데 뒤이은 조처다.

이들 국가는 오는 18일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는 EMA의 추가 조사 결과와 결정을 기다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보건기구(WHO)도 16일 안전자문위 회의를 열 계획이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15일 "WHO 안전 자문위가 이용 가능한 자료를 검토 중"이라며 "(자문위 전문가들이) 내일 만날 것이며, EMA와도 긴밀히 접촉 중"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로이터 통신은 15일 자체 소식통들을 인용, EU가 스푸트니크 V 백신의 구매 협상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 스푸트니크V 백신 구매 협상을 시작하려는 EU의 계획 포착/얀덱스 캡처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로이터는 "EU가 AZ 등 4개의 백신을 승인했지만 생산 중단 등으로백신 접종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고, 일부 회원국은 자체 솔루션을 찾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EU 백신 구매 협상팀의 한 소식통은 "스푸트니크 V의 마케팅을 맡고 있는 러시아직접투자기금(RDIF)과 협상을 시작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협상에 나서려면 4개 회원국으로부터 협상 요청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EU 집행위 측은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회원국들과 함께 백신의 포트폴리오(구성)를 확장하는 데 언제든지 동의할 수 있으나, EU 협상팀과 러시아 백신 개발자 측과 접촉은 아직 없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러시아 언론은 다양한 루트를 통해 스푸트니크V의 EU 진출 가능성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스푸트니크V 백신/출처:스푸트니크백신.com

유럽의약품 규제기관(EMA)측이 이르면 오는 5월 스푸트니크V 백신을 승인할 것이라는 로이터의 전망을 전하는 게 대표적이다. 로이터는 전날 독일 공영방송 ARD 보도와는 달리, EMA의 승인이 일면 5월에 가능하다고 15일 보도했다.

ARD는 '스푸트니크 V'에 대한 EU의 승인 절차가 4개월까지 걸릴 수 있다며 이탈리아 학자 등 일부 전문가들은 여전히 이 백신의 임상시험 결과에 완전히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스푸트니크 V 백신 접종 후 발생한 4건의 사망 사건과 관련한 인과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고도 했다. 

하지만 러시아 RDIF는 15일 이탈리아를 비롯해 스페인, 프랑스, 독일 업체들과 백신의 공동 생산에 합의했으며 유럽내 생산을 확대하기 위한 추가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또 EMA의 사용승인만 나오면 이들 국가에서 생산된 스푸트니크 V 백신이 유럽 시장으로 곧바로 공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스푸트니크V 백신 생산 모습/현지 언론 동영상 캡처

앞선 발표들에 따르면, RDIF는 이미 스위스 제약사 아드리엔(Adienne)과 이탈리아에서 오는 7월부터 연말까지 스푸트니크V 백신 1천만 도스(1회 접종분)를 생산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나아가 로이터는 "이탈리아 국영제약사 레이테라(ReiThera)가 스푸트니크V 백신 생산을 고려하고 있다"며 "러시아 백신에게는 가장 중요한 국면에 들어섰다"고 평가했다. 로마 외곽에 있는 '레이테라' 사는 신종 코로나 치료제의 30%를 개발, 생산하고 있으며 백신 생산을 위한 바이오 리액터(세포 배양기) 용량도 이탈리아에서 최대 규모라고 한다. 이탈리아 최대 제약사가 스푸트니크V 백신 생산에 뛰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탈리아 정부와 '레이테라'사는 이 보도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 

설사 EMA가 스푸트니크V 백신의 사용을 승인하더라도, EU 측이 러시아 백신 구매 협상을 벌이지 않아도 된다. 로이터는 그 가능성을 정치적인 측면에서 찾았다. 이 통신은 “스푸트니크V가 EU의 구매 백신 리스트에 포함된다면, 러시아의 크림 반도 병합에 따른 EU의 대러시아 제재조치가 무력화되면서 러시아에게 외교적 승리를 안겨줄 것"이라며 "EU 회원국 간의 분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모스크바 신종 코로나 백신 접종소/사진출처:모스크바 시, mos.ru

하지만, EMA가 스푸트니크V 백신을 승인하면, EU는 구매 협상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구 동유럽의 헝가리와 슬로바키아는 이미 자체적으로 러시아 백신 사용을 승인했고, 크로아티아와 체코도 큰 관심을 표명했기 때문이다. 또 이탈리아와 스웨덴 등 다른 회원국 정치권에서 EU집행부 측에 러시아 백신의 구매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계속 터져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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